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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기 '은빛' 라스트댄스, 남자계주 팀워크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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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기 '은빛' 라스트댄스, 남자계주 팀워크 증명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16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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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계주에서 12년 만에 메달을 목에 걸면서 팀워크 가치를 재증명했다.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의 올림픽 '라스트댄스'는 비록 금빛 아닌 은빛으로 물들었지만 동료들과 뜻깊은 레이스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는 성공했다.

곽윤기, 김동욱(29), 박장혁(24·이상 스포츠토토), 황대헌(23·강원도청), 이준서(22·한국체대)로 구성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결승에서 6분41초679로 캐나다(6분41초25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값진 은메달. 2010 밴쿠버 대회 준우승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남자계주에서 메달을 품에 안았다. 곽윤기는 밴쿠버 대회에 이어 올림픽 계주에서만 2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황대헌은 이번 대회 1500m 금메달에 이어 은메달을 하나 추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남자계주에서 12년 만에 포디엄에 들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박장혁-곽윤기-이준서-황대헌 순서로 뛰었다. 첫 주자 박장혁이 선두로 치고 나간 뒤 18바퀴 남았을 때까지 맨 앞자리를 지켰다. 곽윤기가 이준서에게 터치하는 과정에서 잠시 주춤한 새 캐나다에 1위를 내줬고, 마지막까지 추격했지만 다시 자리를 찾아오진 못했다.

"올림픽에 족적을 남기고 싶다. 여운을 남기고 떠나겠다"고 한 곽윤기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대표팀은 경기를 마친 뒤 좀처럼 환하게 웃지 못했다. 우승을 목표로 달렸기 때문일 터. 환호하는 우승팀 캐나다와 3위 이탈리아 사이에서 아쉬움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단거리 강자 스티븐 뒤부아가 마지막 주자로 버티는 남자계주 전통의 강호 캐나다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값진 성과다. 이내 대표팀 5인방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기쁨을 만끽하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정수 KBS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정말 잘했으니 고개 들어도 된다"고 격려했다.

경기 후 곽윤기는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기대만큼 보여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도 "위기가 있었지만 끝까지 해준 후배들에게 고맙다. 4명이서 경기했지만 5000만 국민과 함께 뛴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시련을 딛고 계주 은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연합뉴스]

1000m 레이스 도중 손이 찢어져 11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안고 뛴 박장혁은 "은메달도 값진 성과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계주라는 게 각자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줘야 한다. 그랬을 때 (곽)윤기 형이 마무리를 잘해줬는데, 내가 1번에서 내 역할을 잘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막내 이준서 역시 "내가 잘 해내지 못한 탓에 윤기 형이 해결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였던 것 같다"면서 "너무 죄송하고,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황대헌은 "좋은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났다. 아쉽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동료들 만나서 값진 결과 있었던 것 같다. 절실했던 만큼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노력했다. 메달 색깔도 중요하지만 이 순간이 너무 값지고 행복해서 기쁘다.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승은 뛰지 못했지만 준결승에서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탠 김동욱은 "비록 결승 때 몸은 밖에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링크장에서 함께 했다. 경기 끝나자 마자 '큰 고난을 겪으면 더 큰 영광이 찾아온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 순간을 위해 역경을 이겨내면서 이 자리까지 와준 동료들에게 고맙고 고생했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곽윤기(가운데_는 간이 시상식에서 끼를 감추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대표팀은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자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한 심석희(서울시청)와 김지유(경기 일반)가 각각 징계와 부상으로 빠졌다. 엔트리 제출 마감 직전까지 최종명단이 확정되지 않아 어수선한 상황에서 훈련했다. 여자 대표팀 쌍두마차였던 심석희의 동료 험담 논란 탓에 대표팀 전체를 향한 우려가 따랐지만 베테랑 곽윤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대회가 시작되자 개인전 첫 일정이었던 남자 1000m 종목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잇따라 편파성 판정으로 실격되기도 했다. 곽윤기는 온라인 상에서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앞장 서 이를 작심 비판하고, 동생들에게 경험을 불어넣었다. 홈 텃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내 페이스를 찾는 데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배들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준 그는 시상대에 선 뒤 익살스러운 댄스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곽윤기는 "올림픽 무대는 매번 너무나 뜻깊은 자리였다. 내게는 특히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자리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도 나를 비롯해 후배들이 하고 싶은 거 다 펼치고 온 것 같아 후회는 없다. 처음부터 편파판정이라는 쉽지 않은 고난 속에서 시작해 마지막까지 잘 견뎌준 후배들에게 고맙다. 이제는 후배들이 선배가 돼 잘 이끌 거라고 믿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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