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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결산④] 차준환 김민선 정승기 박지윤, 메달만큼 값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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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결산④] 차준환 김민선 정승기 박지윤, 메달만큼 값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2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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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돌아보면 입상하진 못했지만 메달만큼 값진 수확을 안고 돌아온 선수들도 많다. 

피겨스케이팅 차준환(21·고려대), 스켈레톤 정승기(23·가톨릭관동대),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22·의정부시청), 쇼트트랙 박지윤(23·한국체대) 등이 대표적이다.

운동선수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했고, 시상대에 서진 못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다음을 위한 양분 삼기 충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돌아왔다.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도 좋을 재목들이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후 감격에 젖었다. [사진=연합뉴스]
차준환은 김연아 이후 피겨에서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차준환과 유영(18), 김예림(19·이상 수리고)은 나란히 톱10(10위)에 들었다. '포스트 김연아(은퇴)' 세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남자싱글 차준환은 한국 남자선수로는 피겨에서 가장 좋은 성적인 5위로 마쳤고, 유영과 김예림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ROC) 도핑 파문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제 기량을 뽐냈다. 각각 6, 9위로 마무리했다. 

한국선수가 올림픽 피겨에서 5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건 2010년 밴쿠버 금메달, 2014년 소치 은메달에 빛나는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차준환은 첫 올림픽이었던 평창에서 기록한 한국 남자싱글 올림픽 최고순위(15위)도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올림픽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격차를 좁히며 자신감을 얻었다.

유영과 김예림도 마찬가지다. 유영은 김연아(2010년 228.56점·2014년 219.11점)가 은퇴한 이후 역대 한국선수 여자싱글 올림픽 최고점을 세웠다. 순위로도 김연아를 제외하면 평창 대회 때 7위에 올랐던 최다빈(은퇴)을 넘어 가장 높은 곳에 안착했다. 김예림은 우아한 연기를 펼친 뒤 이와 대조되는 씩씩한 표정과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며 '피겨장군' 별명을 얻었다.

'기대주' 정승기는 윤성빈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고, 썰매 종목에서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사진=연합뉴스]
'기대주' 정승기는 윤성빈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고, 썰매 종목에서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화 뒤를 잇는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이 역주한 끝에 7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화 뒤를 잇는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은 500m에서 역주 끝에 7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스켈레톤을 대표하는 인물은 윤성빈(강원도청)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유망주 정승기가 더 좋은 활약을 했다. 10위로 썰매 종목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윤성빈(12위)보다 좋은 기록을 남긴 채 다음을 기약했다. 대다수 선배들이 대학 진학 이후 썰매 종목을 시작한 케이스라면 정승기는 중학생 때부터 스켈레톤에 입문해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기대주로 통한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이상화(은퇴)가 직접 후계자로 지목한 김민선이 평창 때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500m 7위에 올랐다. 4년 전 허리 부상 여파로 16위에 그쳤던 그는 자신이 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간판인지 입증했다. 11살 때 우상 이상화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걸 보고 스케이트를 신은 그가 비로소 올림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셈이다.

매스스타트 김보름의 레이스도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평창 대회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그 앞서 팀 추월 종목에서 이른바 '왕따 주행' 가해자로 지목돼 전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팀 추월 당시 맨 뒤에서 달리던 동료 노선영(은퇴)이 크게 뒤처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를 비꼬는 듯한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어진 매스스타트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환희 웃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절을 올리며 사죄하기도 했다.

평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보름은 5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평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보름은 5위를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대표팀 단체전 멤버로 합류했지만 본선 무대는 밟지 못해 메달을 받지 못한 박지윤. [사진=스포츠Q(큐) DB]
올림픽 대표팀 단체전 멤버로 합류했지만 본선 무대는 밟지 못해 메달을 받지 못한 박지윤. [사진=스포츠Q(큐) DB]

경기 중 왕따를 시킨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진행된 감사는 물론 법원 판결에서도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마음고생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도 토로했던 김보름은 경기 앞서 SNS를 통해 지난 아픔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고, 메달권은 아니지만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경기 후 울먹이며 "메달은 못 땄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정말 많이 노력했고, 과정에 후회도 없다"고 밝혔다.

쇼트트랙에선 박지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 올림픽에 출전한 남녀 각 5인씩 총 10인의 대표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메달을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심석희(서울시청·징계)와 김지유(경기 일반·부상)가 빠지면서 대체자로 올림픽 명단에 든 그는 단체전 멤버였지만 여자계주 준결승, 결승 경기가 워낙 치열했던 터라 출전하지 못해 메달을 받지 못했다.

여자계주 은메달을 합작한 동료들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모두 박지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비록 경기는 뛰지 못했지만 올림픽 앞서 월드컵 시리즈를 함께하고, 베이징으로 건너가 대회를 치러낸 과정이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만큼 4년 뒤 주역이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릴 충분한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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