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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스포츠계에 끼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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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스포츠계에 끼친 영향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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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이 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은 스포츠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예비군 소집령을 내렸다. 18~60세 사이 예비역이 징집 대상이다. 해당 연령대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은 저마다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 올렉산드르 진첸코(26·맨체스터 시티)는 러시아와 전운이 고조되던 지난 23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명화 된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뒤로 물러선 채 내 뜻을 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운을 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지도 곳곳에 우크라이나 내 풍경이 담긴 사진을 함께 게시한 그는 "내 나라가 이 사진 속에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내가 세계의 경기장에서 지키는 나라, 우리가 발전시키려는 나라, 국경이 침범되지 않고 유지돼야 하는 나라"라며 "내 나라는 우크라이나인의 것이며,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썼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진첸코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시아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사진=올렉산드르 진첸코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우크라이나 축구영웅 안드리 셰브첸코도 자국민 단결을 호소했다. [사진=안드리 셰브첸코 인스타그램 캡처]

우크라이나의 축구영웅으로 2004년 세계 최고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바 있는 안드리 셰브첸코(46) 역시 SNS를 통해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지하고 자국민 단결을 호소했다.

셰브첸코는 "우크라이나는 내 조국"이라며 우크라이나 지도와 국기가 겹친 이미지를 사용했다. "나는 늘 내 민족과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면서 "우리는 많은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하나의 국가를 이뤄왔다"고 밝혔다. 이어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의 나라. 이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기다. 하지만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 단합하면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덧붙였다.

25일 루슬란 말리노브스키(29·아탈란타)는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 UEFA 유로파리그 16강 플레이오프(PO)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은 뒤 'NO WAR in UKRAINE(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메시지가 적힌 유니폼 속 하얀 티셔츠를 꺼내보였다. 2골이나 기록했지만 환희 웃는 대신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전날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경기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공격수 로만 야렘추크(29·벤피카) 역시 득점 후 상의를 벗고 우크라이나 육군 휘장을 내보이며 러시아 침공에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우크라이나 여자 유도 스타 다리아 빌로디드(21)도 2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 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폭발 소리를 들으며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매우 무섭고 불안할 뿐"이라며 상황을 전했다. 이어 "최근까지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왜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가. 전쟁을 중단하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리는 살고 싶다"고 절규했다.

멀티골을 작렬했지만 웃지 못한 [사진=연합뉴스]
멀티골을 작렬했지만 웃지 못한 루슬란 말리노브스키. [사진=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공격수 로만 야렘추크는 우크라이나 육군 휘장에 입을 맞추며 항전 의지를 표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공격수 로만 야렘추크는 UCL 16강 경기에서 득점한 후 우크라이나 육군 휘장에 입을 맞추며 항전 의지를 표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사진=다리아 빌로디드 인스타그램 캡처]
빌로디드는 절규했다. [사진=다리아 빌로디드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전역에는 긴장이 감돈다.

오는 5월 열릴 UCL 결승전 개최지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데일리스타 등 영국 언론은 2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UEFA가 이번 시즌 UCL 결승전 장소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다른 도시로 옮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본래 2021~2022 UCL 파이널은 오는 5월 29일 크레스토프스키 스타디움(가즈프롬 아레나)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UEFA는 독일 DPA통신을 통해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지만, 지속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UEFA는 지난 시즌에도 결승 경기장을 바꾼 바 있어 가능성이 결코 낮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애초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최될 계획이던 2020~2021시즌 결승전은 포르투갈 포르투의 드라강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잉글랜드 팀인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가 결승에서 맞붙은 가운데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터키를 '여행 경보 적색 국가'로 지정하면서 영국 팬들의 관람이 어려워지자 UEFA가 결승전 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러시아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하는 폴란드도 곤란한 처지다. 폴란드는 내달 25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 맞붙는다. 폴란드축구협회는 “긴장된 정치 상황과 무력 충돌 상황을 고려해 FIFA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럽 구단들 사이에서 '러시아 패싱' 분위기도 감지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그동안 전용기로 썼던 러시아 아예로플로트 항공기 대신, 영국 항공기를 이용해 24일 UCL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 원정을 떠났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 개최지가 기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레스토프스키 스타디움에서 다른 곳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TASS/연합뉴스]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 개최지가 기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레스토프스키 스타디움에서 다른 곳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TASS/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의 영국 내 활동에도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진=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의 영국 내 활동에도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진=EPA/연합뉴스]

영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은행 5곳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재벌 3명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내 자산동결, 거래 금지, 입국 금지 등 제재인데,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56) 첼시 구단주도 움직임에 제한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러시아와 이스라엘, 포르투갈 국적을 갖고 있다. 석유재벌인 그의 재산은 100억 파운드(16조2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3년 첼시를 인수해 3조 원 이상 투자해 첼시를 유럽에서도 손 꼽는 강팀 반열에 올렸다. 덕분에 첼시는 EPL 5회, UCL 2회 우승을 차지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앞서 2018년 이미 영국의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영국 비자 갱신이 지연돼 첼시 홈구장 재개발을 보류했고 그해 첼시의 FA(축구협회)컵 우승을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당시 투자자에게 영국 영주권을 주는 투자비자 '티어 원(Tier 1)' 비자를 취소당해 이스라엘 시민권으로 영국을 왕래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편 전쟁 발발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테니스 스타들이 복식으로 한 조를 이뤄 우승한 사실이 새삼 아이러니하다. 안드레이 루블료프(러시아)와 데니스 몰차노프(우크라이나)는 지난 2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오픈 13 프로방스 복식 결승에서 승리했다.

루블료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것은 모른다"면서도 "스포츠는 같은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면서 사람들을 하나 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중요한 것 같고,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빈다(Peace to all)"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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