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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행 벤투호, '조1위'보다 중요한 건? [2022 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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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행 벤투호, '조1위'보다 중요한 건? [2022 월드컵 최종예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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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직 조 1위 기회가 있기에 더 노력하겠다. 좋은 도전과제가 될 것.”

이미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얻어냈지만 파울루 벤투(53) 감독은 여전히 조 1위를 외쳤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속뜻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목표다.

벤투 감독은 14일 비대면으로 열린 축구국가대표 명단 발표에서 오는 24일 이란(홈), 29일 아랍에미리트(UAE, 원정)전에 나설 25명 선수를 공개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14일 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구성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벤투 감독의 성향을 고려할 때 대체로 예상가능 한 선수들이 발탁됐다는 평가다.

이미 본선행을 확정했지만 주장이자 가장 이름값이 높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해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등 유럽파를 총 동원했다. 이날 에버튼전에서 부상을 당한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까지도 포함됐다.

벤투 감독은 조 1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8경기씩을 치른 가운데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이란(승점 22)에 이어 2위(승점 20)를 달리고 있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이란과 홈경기를 승리로 이끈다면 조 1위로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 이란에 역대전적 9승 10무 13패로 밀린다. 특히 최근 10년간은 극심한 열세였다. 2011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승리 후엔 3무 4패로 밀렸다. ‘이란 공포증’이라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 또한 이란전 승리에 대한 열망이 크다. 다만 이란에 대한 설욕 의지만은 아니다. 이란을 잡아낼 경우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존재한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해 무승부에 그쳤던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이 조 1위로 월드컵에 진출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월드컵 조 추첨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은 참가국 32개국이 1~4번 포트에 각각 8팀씩 나뉘어 자리 잡은 뒤 각 포트에서 한 팀씩 뽑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포트 배치는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이 기준이 된다. 한국은 피파 랭킹 29위. 현재로선 4번 포트가 유력하다. 

다만 3월 A매치 두 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3번 포트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 조 추첨은 다음달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데, 3월말 발표될 피파 랭킹을 기준으로 포트가 나뉠 예정이다. 포트 3에 배정된다면 상대적 약체로 평가되는 포트 4 국가들을 상대할 수 있게 돼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어떤 상대를 만날지보다 우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고 이를 위해선 선수단을 잘 구성해야만 한다. 벤투 감독은 이번 엔트리에 박민규(수원FC)를 첫 발탁했다. 이재익(서울 이랜드)도 17개월 만에 재발탁했다.

벤투 감독은 “둘 모두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봐왔고 이재익은 우리와 함께 하기도 했다”면서 특히 박민규에 대해선 “지난 시즌부터 관찰했다. 수비면에서 좋은 원칙 갖고 있고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훌륭한 옵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대표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볼 기회”라고 말했다.

이재익에 대해선 “김영권이 경고 한 장이 있고 권경원이 소집되면 컨디션을 체크해야 한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센터백 조합을 김민재(페네르바체)-김영권 듀오로 거의 고정적으로 쓰는데, 김영권이 경고 누적 징계를 받을 경우 나설 권경원과 그 위험성에 대한 보험으로 이재익을 뽑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첫 발탁된 박민규보다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는 자원이다.

중국에 진출한 강상우 등을 대신해 수원FC 풀백 박민규(오른쪽)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제 대표팀엔 월드컵 전까지 많은 기회가 남아 있지 않다. 물론 벤투 감독 머릿속엔 이미 베스트11이 구성돼 있을 수 있지만 아시아 최종예선 등을 거치며 플랜B가 없을 때 얼마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이를 위해선 핵심 선수들의 부진 혹은 부상에 대비할 수 있는 카드 혹은 플랜B에 유용한 선수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 경기 중 적극적으로 기용을 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은 이미 검증을 마친 미드필더 손준호(산둥 루넝)와 풀백 강상우(베이징 궈안)를 이번 명단에서 제외했다. “다른 미드필더나 사이드백엔 다른 옵션이 있었다”며 “둘 모두 선발했었고 미래에도 고려할 것이지만 이번엔 이 선수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다른 선수들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소집 때마다 뽑은 선수를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때마다 벤투 감독은 “꼭 출전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 선수 파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파를 제외하고 새로운 선수들을 뽑은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축구 팬들은 벤투 감독의 변치 않는 원칙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 효율적으로 작용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9·10차전) 출전 명단(25인)

△ FW = 황의조(보르도) 조규성(김천)
△ MF = 정우영(알 사드) 백승호 송민규(이상 전북) 김진규(부산) 권창훈(김천)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나상호(FC서울)
△ DF = 김영권(울산) 김민재(페네르바체) 권경원(감바) 박지수(김천) 이재익(서울 이랜드) 김태환(울산) 윤종규(FC서울) 김진수(전북) 박민규(수원FC)
△ GK = 김승규(가시와) 조현우(울산) 송범근(전북) 김동준(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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