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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오리온, 핵심은 강을준식 원팀 정신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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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오리온, 핵심은 강을준식 원팀 정신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22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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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남은 건 6경기. 7위와 승차는 2.5경기. 악재를 이겨내고 봄 농구에 선착할 수 있을까.

강을준 감독이 이끄는 오리온은 21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79-73으로 이겼다.

최근 7경기 2승 5패로 부진하던 오리온은 봄 농구진출을 놓고 다투는 DB전에서 값진 승리를 챙기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행 청신호를 밝혔다.

고양 오리온 선수들이 21일 원주 DB전 승리를 거두고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이승현과 이대성, 머피 할로웨이, 신인 이정현 등을 중심으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 오리온. 무난히 봄 농구에 진출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악재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한 번, 부상 도미노에 또 한 번 휘청였다. 이대성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한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고 이승현은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이달 초부터 코트를 떠나 있다. 제임스 메이스 또한 지난 13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 발목을 다쳤고 대열에서 이탈해 있다.

특히 오리온에 이승현과 이대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들의 존재와 활약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DB와 두 차례 맞대결은 오리온엔 정말 중요했다. 5위에 올라 있다고 하지만 한국가스공사가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고 7위 창원 LG, DB와는 2경기 차이에 불과했다. 만약 DB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면 곧바로 6위권 밖으로 밀려날 상황이었다.

강을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원팀 스피릿’을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언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대성 혼자 안다고 하더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오리온 이정제(가운데)가 골밑에서 득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KBL 제공]

 

이대성이 부상에서 돌아온지 오래되지 않았고 이승현이 빠져 골밑 무게감이 많이 약해진 상태. 서로를 믿고 한 발짝씩 더 뛰는 것만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

오리온은 경기 종료 5분 전까지 62-71로 끌려가고 있었다. 최근 무거웠던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 채 경기가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판 기적을 만들어냈다. 한 발 더 뛰며 상대 공격을 무위로 돌렸고 동시에 15점을 몰아치며 대역전승을 거뒀다.

32분37초를 뛰며 27점 13리바운드 5스틸을 기록한 할로웨이, 외곽포 난조에도 불구하고 32분 가까이 소화하며 24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활약한 이대성의 쌍끌이 활약이 빛났다.

다만 강 감독의 눈은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기 후 강 감독은 “이대성이나 할로웨이와 같은 주전 선수들도 잘했지만 기록에 나오지 않는 이정제, 최승욱, 박진철과 같은 식스맨들이 정말 잘 해줬다. 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제와 박진철, 최승욱은 각각 15분, 24분, 21분을 뛰며 이승현의 공백을 메웠다. 이정제가 9점을 넣었지만 박진철은 2득점, 최승욱은 무득점에 그쳤다. 그럼에도 최승욱은 리바운드 6개를 잡아냈고 이정제와 박진철도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승현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오리온이 DB를 잡아내며 봄 농구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이승현은 23일 DB전 복귀 예정이다. [사진=KBL 제공]

 

강 감독은 “이 선수들도 그렇고 4쿼터 고비에 득점한 김강선, 한호빈도 마찬가지”라며 “2점, 3점을 넣고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게 가장 무서운 법”이라고 식스맨들의 알토란 활약을 칭찬했다.

오리온은 시즌 종료까지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3일 DB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도 승리한다면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선다. 9위 전주 KCC, 최하위 서울 삼성전이 있지만 선두 서울 SK와 2위 수원 KT, 4위 울산 현대모비스 등을 만나야 하는건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이날 DB를 잡아낸 게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승현 없는 오리온은 상상할 수 없다.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그의 복귀를 염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승현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챙긴 승리가 더 값질 수밖에 없다.

강 감독은 “이승현이나 메이스가 복귀하면 식스맨들의 활약이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식스맨들이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재미를 느껴 더 좋은 활약을 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대성도 “경기 전에 (이)승현이에게 ‘너 없이 오늘 이겨볼 테니 편하게 쉬라’고 했는데 이겨서 면이 좀 서는 것 같다”며 “빨리 승현이가 복귀해서 함께 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23일 DB전 복귀를 준비 중이다. 이른 복귀 대신 이틀 휴식을 더 치른 만큼 오리온으로선 23일 DB전에 대한 자신감도 더 커졌다.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틴 오리온이 부상병들의 복귀와 함께 막판 더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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