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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선봉' 한국전력, 끈기로 이룬 '봄 배구'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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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선봉' 한국전력, 끈기로 이룬 '봄 배구'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3.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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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수원 한국전력이 남자배구 '4강'에 들었다. 2016~2017시즌 이후 5시즌 만에 봄에 배구를 한다.

한국전력은 30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의정부 KB손해보험과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원정경기 최종전에서 세트스코어 3-1(16-25 25-23 34-32 25-19)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전력은 최종전을 앞두고 지난 시즌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시즌 내내 중위권에서 플레이오프(PO) 경쟁을 했고, 마지막 1경기를 남겨둔 시점 3위 서울 우리카드(승점 59)에 승점 6 뒤진 4위에 자리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3을 따내야만 준PO가 성사되는 상황. 벼랑 끝에서 만난 상대는 이미 2위를 확정한 KB손보였다. 주포 케이타는 선발 출전했지만, 한 시즌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세운 뒤 2세트 후반 물러났다.

[사진=KOVO 제공]
한국전력이 극적으로 준PO에 진출했다. [사진=KOVO 제공]

케이타의 맹공에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주고 시작한 한국전력은 케이타가 빠진 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서재덕이 리시브에서 버텨줬고, 외국인선수 다우디가 부진하자 베테랑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박철우가 들어와 해결사 노릇을 했다.

KB손보는 3세트 주포 케이타와 세터 황택의, 리베로 정민수 등 주전을 뺐지만 백업 라이트 한국민을 중심으로 만만찮은 경기를 펼쳤다. 양 팀이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상황에서 듀스가 거듭됐다. 결국 한국전력이 3세트를 34-32로 따내며 가까스로 봄 배구 희망을 이어갔다. 한 세트만 더 줘도 준PO 진출이 좌절되는 벼랑 끝에서 살아나왔다. 흐름을 탄 한국전력은 4세트까지 잡고 승점 3을 획득, 준PO 진출에 성공했다.

시즌 막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덕이다. 지난 27일 서울 우리카드에 지기 전까지 4연승을 달리며 3위와 격차를 좁혔다. 5라운드 막판 포함 마지막 9경기에서 7승을 거두며 봄 배구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 3위 우리카드와 단판 승부를 벌일 기회를 얻었다.

경기 후 만난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내가 다 진이 빠진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3㎏는 빠진 것 같다. 5년 만에 준PO에 진출한 데 선수들, 구단에 감사드린다. 구단이 바뀌려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따른 것 같다. 포스트시즌(PS)에서 몇 경기를 뛸 지 모르겠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이날 22점을 낸 특급 조커 박철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오늘 가장 컸던 것 같다. 다우디도 그렇고 하려고 하는 표정은 보이는데, 부담을 느꼈는지 몸이 무거웠다. 박철우 같은 베테랑을 투입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박철우는 경험과 관록을 갖춘 최고의 선수가 아닐까. 어려울 때 들어가 해결해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박)철우를 믿고 있고, 철우도 팀을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KOVO 제공]
특급 조커 박철우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KOVO 제공]
장병철 감독은 코치 시절 이후 5년 만에 사령탑으로서 한국전력과 함께 봄 배구 무대를 밟는다. [사진=KOVO 제공]
장병철 감독은 코치 시절 이후 5년 만에 사령탑으로서 한국전력과 함께 봄 배구 무대를 밟는다. [사진=KOVO 제공]

한국전력에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지만 그동안 팀이 하위권에 주로 머물렀던 만큼 큰 경기 중압감을 떨쳐내는 게 과제라는 분석이다.

장병철 감독은 "3세트 듀스 때는 선수들이 불안해 할까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이기고 있어도 긴장한 게 보였다. 더 강해져야 큰 경기 중압감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카드를 상대로 리그 6연패를 당했다. 준PO에선 달라지지 않을까. 부담 없이 즐기다 나오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철우 역시 "20대 때 밥 먹듯이 (봄 배구에) 올라갔는데..."라며 웃더니 "우리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있다는 게 감사하고 축복 같다. 남은 경기는 우리에게 축제,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즐기자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어떤 타이밍에 들어가든 즐기고 행복하게 지내려고 하고 있다. 다우디가 중압감을 이겨내고 잘해주면 좋겠다. 나도 돕겠다"고 밝혔다.

과거 천안 현대캐피탈과 대전 삼성화재에서 수차례 우승트로피를 든 박철우지만 한국전력에선 상황이 다름을 인정했다.

"지고 있더라도 '당연히 이긴다'는 생각을 하는 팀과 달리 우리는 현재 이기고 있어도 '혹시 우리 지면 어떡하지?' 하며 안 좋았던 기억들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다. 나도 3세트 때는 심적으로 짓눌렸다. 한 점 한 점 피말렸다. 선수들이 긴장보다는 압박감에 의해 적정 불안수치를 넘어선 것 같다. 심리적인 문제다. 우리카드에게 되갚아줄 기회가 왔다. 그동안 무기력하게 졌던 만큼 이번에는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힘줬다.

한국전력은 하루 휴식한 뒤 4월 1일 오후 7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 원정 단판 준PO에 나선다. 1경기만 이기면 PO에 오르고, 거기서 또 1번만 이기면 챔피언결정전까지 갈 수 있는 만큼 동기부여가 상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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