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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이대성 분투, 충분했던 영웅 자질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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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이대성 분투, 충분했던 영웅 자질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25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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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나한테 2,3명이 붙겠지만 항상 자신 있다.”

올 시즌 최강팀 서울 SK와 대결을 앞두고도 이대성(32·고양 오리온)은 자신만만했다. 어려움에 처한 팀에 큰 희망까지 안겨줬다. 승리할 때만 나타난다는 영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아쉬움이었다.

이대성은 2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SK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KBL)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 홈경기에서 38분 39초간 뛰며 양 팀 최다인 31점 맹활약했다.

아쉬운 결과에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오리온 팬들은 이대성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팀은 패했지만 누구도 그가 오리온 영웅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긴 어려웠다.

이대성이 24일 서울 SK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4강 PO 3차전 홈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올 시즌 50경기, 평균 31분을 소화하며 17점을 올렸다. 국내 선수 득점 1위, 전체로도 6위였다.

올 시즌은 더욱 어깨가 무거웠다.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고 머피 할로웨이가 적응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이승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빠진 기간도 있었다. 홀로 책임져야 할 일이 더 많았지만 이대성은 증명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6강 PO에서 맹활약했던 그는 경기 후 “이번 시즌 보여줬다. 한 경기에서 아쉬웠다고 지금까지 말 못했던 사람들이 나를 비판하더라”며 “자신들 신념을 꺾기 싫으니 지금껏 결과로 보여준 것에 대한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최강팀 SK전을 앞둔 마음은 걱정과 두려움이 아닌 설렘이었다. 절친한 사이인 올 시즌 국내선수 최우수선수(MVP) 최준용(28)을 상대로 승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쉽지는 않았다. 올 시즌 상대전적 1승 5패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팀이었기 때문. 외국인 선수 매치업에서 크게 밀렸고 이승현마저 제 몸 상태가 아니었다.

1차전 팀이 전반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으나 이대성은 19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그러나 2차전 9점으로 부진했고 팀은 손 앞에 다가온 승리를 놓쳤다. 이대성은 안방에서 치를 3차전 승리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수비 2명을 앞에 두고도 과감히 공격을 시도하는 이대성. 양 팀 최다인 31점을 넣으며 무서운 공격 본능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부터 이대성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기회만 나면 뛰어올라 슛을 던졌다. 신장이 큰 상대를 앞에 두고는 페이드 어웨이를, 작은 상대 앞에선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수비가 거세게 붙는 상황에서도 높은 타점을 활용해 터프샷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전반에만 홀로 20점. SK에선 두 자릿수 점수를 넣은 선수도 없었다.

다소 공격비중이 높아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전반 32차례 야투 중 이대성이 12개를 던졌다. SK는 36개를 기록했는데 그 중 누구도 6개를 넘지 않았다.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SK를 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처럼 보였다. 승리를 위해선 자신이 직접 영웅이 돼야 한다고 마음 먹은 것 같이 플레이했다.

3쿼터 초반 두 자릿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분위기가 SK 쪽으로 넘어가자 다시 힘을 발휘했다. 이대성은 최원혁을 앞에 두고 동료들을 물러나게 했다. 과감한 아이솔레이션 결정은 적중했다. 고난도 뱅크샷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강을준 감독은 “승리할 때만 영웅이 나타난다”는 말로 농구 팬들 사이 영웅론을 널리 알렸다. 개인 플레이보단 팀을 중시해야 한다는 이야기. 오리온에서 보낸 2년 동안 이대성이 강을준 감독에게 가장 지적을 많이 받은 부분이기도 했다. 다소 과도한 욕심으로 팀에 피해를 입힐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뛰어난 해결 능력, 빠른 스피드, 안정적인 수비, 넘치는 투지 등 이대성의 장점은 많았으나 이러한 부분은 그를 평가절하케 하는 요소였다. 이날도 이런 부분이 나타났다. 4쿼터 공격이 원활히 풀리지 않자 이대성은 다시 욕심을 냈는데, 3차례 연속 슛이 림을 빗나갔다. 턴오버도 범했다. 강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러 “혼자 행복한 농구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고 이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반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은 이대성(왼쪽)은 후반 슛 난조 속에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홈 팬들은 그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72-74로 끌려가던 승부. 이정현이 동점을 만들었고 SK는 공격 시간을 체크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경기 종료 3분 21초 전 이대성에게 기회가 왔다. 스크린을 잘 이용해 공을 건네받은 이대성은 그대로 뛰어올랐고 역전 3점포를 작렬했다. 이날 고양체육관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순간이었다.

기쁨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SK가 거세게 추격했고 이대성의 턴오버가 다시 한 번 나오며 SK에 동점을 허용했다. 이대성의 슛시도는 무위로 돌아갔고 이번엔 SK에 역전을 허용했다. 81-84로 끌려가던 경기 종료 30초 전 던진 회심의 3점슛도 불발. 결국 승리는 SK에 돌아갔다.

전반 너무 많은 체력을 쏟아 부은 것 같았다. 후반 던진 9개의 슛 중 단 2개만 림을 통과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건 이대성 자신.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대성을 비판할 수는 없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했던 에이스 트리오 중 이대성만 제 몫을 했다. 이승현(6점 10리바운드)은 극심한 슛 난조를 보였고 할로웨이는 경기 도중 “뛰기 싫다”는 의사를 표현해 강을준 감독을 분노케 했다. SK가 이날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대성의 ‘미친 활약’ 때문이었다.

때론 독이 되기도 하는 욕심이지만 이날 이대성의 플레이는 어찌보면 승리를 위한 유일한 해법처럼 보였다. 그 덕에 승리가 코앞에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쉬움은 남았으나 그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아쉬워할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경기였다.

오리온의 봄 농구 여정은 여기서 막을 내렸지만 이대성은 오리온의 영웅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자질을 보여줬다. 오리온 팬들은 경기 후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쏟아낸 그를 향해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 시즌 내내 최선을 다해 오리온 공격을 이끌어 준 영웅을 향해 보내는 감사함의 표시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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