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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미 더한 SSG 김광현, 따라갈자 있으랴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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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미 더한 SSG 김광현, 따라갈자 있으랴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04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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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승, 평균자책점(ERA) 0.56, 이닝당 출루허용(WHIP) 0.72.

리그 정복자 김광현(34·SSG 랜더스)의 시즌 초반 성적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통하는 투수는 무엇이 다른지를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광현은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7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여전히 강력한 속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 적재적소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노련함까지 더해 법접할 수 없는 클래스로 거듭나고 있다.

SSG 랜더스 김광현이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앞선 4경기에서 3경기는 무실점, 지난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1실점(6이닝)만 기록했던 그는 이날도 여전히 뛰어난 투구를 펼쳤다.

다만 앞선 경기들과 다른 점은 많은 안타를 허용했다는 것. 김광현이 1,2회 슬라이더로만 삼진 3개를 잡아내자 3회 한화 타자들은 역으로 슬라이더 공략에 나섰다. 박정현과 최재훈에게 모두 슬라이더를 공략 당해 안타를 맞고 선취 1점을 내줬다. 이어 마이크 터크먼도 슬라이더를 때려냈다.

그러나 흔들림은 없었다. 2사 1,2루에서 슬라이더를 노리는 노시환을 상대로 허를 찌르는 높은 커브를 던져 삼진으로 불을 껐다.

이후 속구 비중을 높였던 김광현은 위기의 순간 다시 슬라이더를 꺼내들었다. 양 팀이 1-1로 맞선 6회 터크먼과 노시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그는 김태연 타석 슬라이더를 던져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고 재빠르게 3루로 공을 던져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이후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하주석 타석에서 초구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한 김광현은 2구를 앞두고 포수 이흥련을 마운드로 불러올렸다. 이후 2,3구는 모두 슬라이더였고 하주석은 3루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났다. 이진영에게도 슬라이더 3개를 던져 3구 삼진을 잡아냈다.

김광현의 강력한 의사가 반영된 결과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광현은 경기 후 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광현은 “하주석 타석 때 이흥련이 속구 사인을 내서 고개를 흔들고 슬라이더를 던졌더니 헛스윙을 하더라”며 “그런데도 다음에 또 속구 사인을 내기에 마운드로 불러서 슬라이더를 던지겠다고 말했고 결과적으로 슬라이더 3개를 던져서 땅볼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7회에도 2사 1,3루 위기를 맞았으나 터크먼에게 슬라이더 승부를 펼쳐 땅볼을 유도해 냈고 실점 없이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

김광현(오른쪽)은 6회 위기 상황 마운드로 포수 이흥련을 불러 올렸고 결국 슬라이더를 승부구로 택해 위기를 넘겼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김광현은 데뷔 후 150㎞에 육박하는 빠른공과 140㎞에 달하는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점차 노련미를 더해갔고 MLB 진출 이전엔 이미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영리한 투구를 펼치는 투수로 변모해 있었다.

MLB를 거치며 영리함과 노련함이 한층 더해졌다. 힘만으로 승부를 벌일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고 자신의 강점을 최대화하는 법을 몸에 익혔다. 그 중 하나가 적극적인 슬라이더 활용이었다. 이날 던진 98구 중 44구(44.9%)가 슬라이더였다. 21개의 아웃 카운트 중 13개(61.9%)를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장점을 극대화하는 법을 알고 던지는 투수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결과였다.

이 같은 영리함을 바탕으로 김광현은 올 시즌 언터처블 투수로 변모했다. 적극적인 승부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결정구로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 혹은 의표를 찌르는 속구로 타자를 잡아내고 있다. 수치로 나타난다. 피안타율(0.148)과 WHIP(0.72)에서 모두 1위. 좀처럼 안타를 맞지 않고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ERA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이 역시 KBO 전체 1위. 2위와 작지 않다. 1할대 피안타율은 김광현이 유일하고 ERA도 0점대는 김광현 외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0.92) 뿐이다.

이날 승리로 역대 6번째로 KBO리그 140승 고지를 밟은 김광현. MLB에서 챙긴 10승 포함 한·미 통산 150승을 거둔 그는 자신감도 넘쳤다. 17승을 수확했던 2010년과 2019년과 같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평가에 이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근거는 역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함이었다. 김광현은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흔들릴 때 나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잘 안다”며 “당시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지금은 여유도 있고 화가 났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지혜를 갖게 됐다”고 자신했다.

이어 “140승에 대해선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이유 중 하나가 대기록에 도전하기 위함이었고 아직 갈 길이 많다”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이긴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 내가 나오면 팀이 이긴다는 자신감을 팀과 팬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에이스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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