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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미래다, 위기 속 찾은 희망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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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미래다, 위기 속 찾은 희망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0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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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관중 100% 입장, 취식과 육성 응원 부활에도 침체기를 겪던 프로야구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어린이날을 맞아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5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경기엔 총 관중 10만3573명이 모였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와 수원 KT위즈파크는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을 가졌던 프로야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말이 예고되며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수많은 어린이들과 함께 한 결과여서 더욱 뜻 깊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창단 첫 매진을 기록한 SSG랜더스필드. [사진=연합뉴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프로야구는 경기 평균 7220명을 불러 모으는 데 그치고 있었다. 2008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평균 관중이 1만 명을 넘지 않은 해는 없었다. 괜히 프로야구가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게 아니었다.

개막전부터 100% 관중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육성응원은 지난달 말에나 가능해진 탓도 있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눈에 띌 정도로 관중 증가세가 나타난 건 아니었다.

이날은 달랐다.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창단한 SSG는 구단 최초 매진 사례를 이뤘다. SSG랜더스필드에도 2019년 6월 1일 이후 1069일 만에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프로야구를 통틀어봐도 2019년 9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라이벌전 이후 949일 만에 만원 사례다.

이날 관중은 역대 하루 최다 관중으로는 여섯 번째로 많고 어린이날로 국한하면 세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더불어 올해 프로야구는 관중도 100만 명을 돌파해 누적 109만9936명을 기록했다. 평균 관중도 400명 이상 늘어난 7692명이 됐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완연한 하락세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제 무대 경쟁력 부족과 각종 사건·사고, 아쉬운 팬서비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과거의 영광에만 빠져 있어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고 KBO는 허구연 새 총재와 함께 위기 탈출을 위해 머리를 모았다.

5일 SSG랜더스필드엔 수많은 가족 단위 팬들이 몰려 경기를 즐겼다. [사진=연합뉴스]

 

힘겨운 상황 속 관중 몰이는 유독 반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가족 단위 나들이의 절정을 이루는 어린이날 프로야구가 좋은 선택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끌만한 요소이고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매력적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1982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출범했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와는 정반대 행보를 걸었고 팬들은 하나 둘 이탈해갔다.

그렇기에 이날 관중 기록은 프로야구에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진다.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어린이들을 매료시킬 만한 플레이도 많이 나왔다.

최승용은 어린이날 최고 빅매치 LG전 2만4012명 관중 앞에서 두산의 소방수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리엘 미란다의 이탈로 임시 선발을 맡은 그는 첫 선발 경기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더니 이날 4이닝 3실점(2자책)하며 김태형 감독의 합격점을 받았다. 투구수는 80구에 불과했으나 김 감독은 투구수 관리 차원에서 그를 교체해줬다.

그의 호투는 이날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두린이(두산+어린이)’들에게 본보기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취미반에서 야구를 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엘리트 야구 선수 길로 들어선 그는 2021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제 20순위로 두산에 지명을 받았고 올해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뒤늦게 야구 선수 길을 걸은 두산 최승용은 이날 호투로 수 많은 어린이 팬들 앞에서 '하면 된다'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그는 “시작이 늦어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희망을 어린이들에게 안겨주고 싶었다”며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 건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음 등판에서 더 완벽히 던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두 SSG는 안방을 찾은 만원 관중 앞에서 한화 이글스를 14-4로 대파했다. 지난달 23일 한화전 4⅔이닝 9피안타 4볼넷 9실점했던 선발 이반 노바는 7이닝 3실점으로 3승(1패) 째를 챙기며 완벽한 설욕에 성공했다. 올 시즌 무서운 화력을 자랑하는 한유섬은 2회 7-0으로 달아나는 우월 스리런포를 날려 팬들을 환호케 했다.

올 시즌 주춤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KT도 수많은 홈 팬들 앞에서 힘을 냈다. 1회부터 타선이 폭발하며 6점을 내 롯데 자이언츠를 8-2로 손쉽게 잡아냈다. 올 시즌 유니폼을 바꿔입은 박병호가 주인공이었다. KT 팬들에게 큰 희망이 되는 만루홈런으로 승부를 갈랐다. 박병호는 홈런 7개로 한동희(롯데)와 이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서며 완벽한 부활을 예고했다.

삼성 라이온즈 또한 홈에서 NC 다이노스를 5-2로 잡아냈다. 0-1로 끌려가던 6회말 밀어내기로 동점을 만든 삼성엔 작은 거인 김지찬이 있었다. 우선상 싹쓸이 3루타로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팬들을 열광시켰다. 오재일은 7회말 우중월 솔로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선 황동재가 6⅔이닝 1실점 호투로 2020년 데뷔 후 5경기 만에 첫 승리를 거두며 기쁨을 더했다.

또 다른 홈팀 KIA 타이거즈도 키움 히어로즈를 10-1로 대파하며 6연패 후 2연승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이의리는 한 경기 최다인 8이닝을 소화하며 1실점 호투, 시즌 첫 승리(1패)를 챙겼다. 1실점도 수비 실책에 의한 비자책이었다. 이적생들의 활약도 빛났다. 박동원의 연타석 홈런과 나성범의 6회 스리런 홈런은 KIA 팬들의 행복한 어린이날을 완벽히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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