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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 부활, '야구박사' 김현수가 깨운 겨울잠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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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 부활, '야구박사' 김현수가 깨운 겨울잠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11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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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월 타율 0.183. 4년 60억 원 타자의 성적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반전이 있었다. 5월 박해민(32·LG 트윈스)의 타율은 0.343. 그의 뒤늦은 겨울잠을 깨운 건 ‘야구 박사’ 김현수(34)였다.

박해민은 11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로 팀에 5-2 승리, 5연승을 이끌었다.

슬로스타터라고는 하지만 자유계약선수(FA) 이적 후 1할대에 그치며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김현수의 한마디는 그의 180도 변신에 큰 힘이었다.

LG 트윈스 박해민이 11일 한화 이글스전 3안타 3타점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박해민은 시즌 초반 감을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표적인 슬로스타터다. 2020년과 지난해 개막 후 첫 달엔 타율 0.182, 0.262였으나 다음달엔 감을 잡고 0.352, 0.360로 좋아졌다.

그러나 막연히 시간이 해결해주리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환경이 바뀌었고 자신에 대한 기대도 더 커졌다.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이 더 커져가고 있었다.

경기 후 박해민은 “마음 고생을 안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아무리 슬로스타터라고는 해도 환경도 바뀌었고 여러 변화가 있었다”고 걱정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지난 한 달간 유독 헛스윙이 많았다.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삼진 100개를 넘기지 않았지만 올 시즌 4분의 1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삼진이 30개에 달했다.

“너무 헛스윙이 많이 나오다보니 몸을 더 닫아두고 치려고 했는데 닫힌 만큼 더 열려서 나오더라”며 “코치님들은 부담스러울까봐 특별한 말씀을 많이 해주시지 않았다”고 전했다.

KBO리그에서 쌓은 경험, 높은 몸값, 적지 않은 연차. 그에게 다가와 조언을 건네줄 이는 많지 않았다. 김현수가 나섰다. FA로 LG 유니폼을 입게 된 같은 처지이자 그보다 더 많은 경험을 지닌 선배의 한마디는 큰 힘이 됐다.

“현수형이 공을 편하게 보라고 조언해줬다. 몸을 닫아두려고 너무 투수쪽을 불편하게 보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좋아졌다”며 “코치님들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현수 형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박해민은 타격 부진 탈출 비결에 대해 김현수에게 공을 돌리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야구가 안 풀리다보니 일부 팬들은 살이 찐 것처럼 찍힌 특정 사진을 두고 박해민이 자기 관리에 소홀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박해민은 “공교롭게 사진이 그렇게 찍힌 것 뿐”이라며 “부진하다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하나하나 신경 쓰면 잘 할 수 없다. 결과로 보여주면 좋은 얘기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김현수가 알려준 이야기. “나는 전혀 몰랐는데 현수 형이 알려주더라. 정말 모르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자신을 ‘성덕’이라고 말할 정도로 야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쉬는 시간에도 야구 영상을 보고 야구에 대해 모든 분야에서 섭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해민은 “이전엔 그 정도인줄 몰랐는데 매이 같이 생활하다보니 정말 야구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고 야구에 진심이구나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수의 도움 이후 급격히 타격감을 끌어올린 박해민은 3경기 연속 3안타로 훨훨 불타오르고 있다. 아직은 낮은 자세로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뿐이다.

“문성주가 다치면서 2번으로 올라섰는데, 잘하고 있지만 성주가 다친 게 안타깝다. 티 나지 않도록 잘하겠다”며 “FA로 인해 부담에 억눌렸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다. 앞으로 잘하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은 노메달에 그치며 팬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박해민은 맹타를 휘두르며 근성 있는 활약으로 박수를 받은 몇 안 되는 선수였다. 박해민은 “타격감은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지만 마찬가지로 늘 근성은 가지려고 한다”며 “살아나가지 못하니 근성을 보여줄 일이 없었으나 루상에 나가게 되면 계속 근성 있게 플레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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