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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오버랩' 지소연, 금의환향 의미는? [여자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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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오버랩' 지소연, 금의환향 의미는? [여자축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20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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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8년간 영국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여자 축구 메시’ 지소연(31)이 금의환향했다. 값진 시간을 보낸 한국 여자 축구 간판은 이제는 국내로 돌아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소연은 1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이 있는데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서 더 집중하고 싶었다”며 “몸 상태가 좋을 때 국내 팬들 앞에서 기량을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지소연의 국내행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국 여자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지소연의 결정은 반길 일이다.

지소연이 19일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구스타 김연경(34·상하이)을 연상케 한다.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던 그 또한 비슷한 이유로 국내로 리턴했던 경험이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김연경은 그해 인천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수 없었지만 김연경 복귀만으로도 여자 배구를 향한 관심은 치솟았다. 김연경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배구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은 여러 악재 속에도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4강 진출 쾌거를 이뤄냈다. 김연경은 한 시즌을 마친 뒤 다시 상하이로 떠났으나 여자 배구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지소연의 생각도 김연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첼시 레이디스에서 여러차례 재계약을 제안했으나 국내행을 결심한 지소연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2014년 잉글랜드 첼시로 이적한 지소연은 팀에 총 13차례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월드클래스’로 거듭났다. 첼시로선 여전히 지소연의 대체자를 찾기 힘들만큼 그의 잔류가 절실했으나 지소연은 완강했다.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첫째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지소연은 “단기간에 결정한 건 아니고 긴 시간 생각한 일”이라며 “재계약을 앞두고 있어서 첼시에서도 오래 기다려주셨고 팀에서 내가 좀 더 있기를 바랐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 팀 등에서도 여러 제안을 받았는데 내 마음이 한국을 향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27일 강호 캐나다와 원정 평가전에 나선다. 특히 피지컬과 제공권이 우수한 캐나다는 한국에 좋은 경험을 안겨줄 전망. 지소연은 “A매치 기간에 경기하는 건 감사한 일”이라며 “캐나다는 올림픽에서 우승한 좋은 스파링 상대고 월드컵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강팀을 상대로 어느 정도까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WK리그행을 택한 지소연은 "해외에서 경험한 걸 후배나 친구들에게 공유해서 리그가 발전하도록 함께 노력하고 싶다. 좋은 경기력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하나는 남자에 비해 많은 관심을 얻지 못하는 여자 축구의 부흥을 위함이기도 하다. 지소연은 “내가 해외에서 뛰는 걸 못 보신 한국 팬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몸 상태가 좋을 때 팬들 앞에서 기량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귀국을 택한 요인이 됐다”며 “해외에서 경험한 걸 후배나 친구들에게 공유해서 리그가 발전하도록 함께 노력하고 싶다. 좋은 경기력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아쉬운 점도 전했다. FC서울 기성용과 프로야구 추신수(SSG 랜더스) 등은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리그 발전을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긍정적인 변화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소연은 “WK리그 경기가 월요일이나 목요일 오후 4시, 6시에 주로 열린다”며 “경기를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그 시간대에 오실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고 꼬집었다. 지소연의 복귀로 인해 WK리그에 대한 관심 고취와 함께 제반 환경들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해외 진출을 고민할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오랜 타지생활을 버텨낸 지소연은 “서른 넘어서까지 해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궁금했다. 내가 버텨야 후배들도 올 기회가 많을 거로 생각해서 버틴 것 같다”며 “(후배들도) 도전했으면 좋겠다. 많은 선수가 해외로 나가서 많이 경험해야 개인 기량이 발전하고 전체가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도전 정신으로 해외의 문을 많이 두드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내에서 머물 팀과 계약을 마치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7월 WK리그 데뷔를 준비한다. 이젠 보다 쉽고 편하게 지소연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지소연이 불러올 WK리그와 여자 축구를 향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에도 기대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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