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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손흥민, 누군가엔 꿈이고 자부심이다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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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손흥민, 누군가엔 꿈이고 자부심이다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3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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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스포츠Q(큐) 글·사진 안호근 기자] 아시아 최초 유럽 5대 리그 득점왕. 멀게만 느껴졌던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우리 곁으로 왔다.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대부분 자신을 보러 온 300여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 지으며 화답했다.

30일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6월 국가대표 친선 4연전에 나설 선수들이 소집됐다. 평소보다도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손흥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나서 그런지 기자들이 많이 온 것 같다”며 놀랐다.

이날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오픈트레이닝데이가 오랜 만에 재개된 날이기도 했다. 팬들은 대표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았다. 그 중에서도 손흥민을 응원하는 팬들이 대다수였다.

손흥민이 30일 파주 NFC에서 열린 오픈트레이닝데이 행사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페널티킥 없이 23골을 넣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등극한 손흥민. 매 시즌 발전하며 꾸준히 성장했던 손흥민이지만 이번엔 또 달랐다. 아시아 축구 역사를 새로 쓴 그는 과거엔 축구계 아이돌이었다면 이젠 전 국민의 자랑이 됐다.

손흥민도 오랜 만에 팬들을 만나 감회가 남달랐다. “영상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팬들이 온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며 “많은 선수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지만 훈련하는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즐기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사이 오픈트레이닝에 초청된 팬들이 입장했다. 손흥민을 보기 위해 까치발을 들어보기도 했으나 아쉬움을 뒤로 삼킨 채 훈련장 한켠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단이 팬들 앞에 나타났다. 팬들은 TV에서만 보던 스타를 가까이서 마주한다는 설렘을 환호로 표현했다. 특히 손흥민의 팬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팀과 토트넘은 물론이고 과거 함부르크 시절 유니폼을 입고 온 팬도 있었다. 손수 플래카드를 제작한 팬 등 선수들의 손 인사를 기다리며 외치는 이름 중 손흥민이 9할이었다.

여성 팬들의 목소리가 많았는데 평소 유독 어린이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는 손흥민은 “손흥민 삼촌”이라는 외침에 화답하기 위해 어린 팬들을 찾았고 한참 동안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부모님도 없이 홀로 파주 NFC에 입성한 김민준 군은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300명 중 손흥민의 선택을 받은 어린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중엔 축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시 도봉구 백운초등학교와 성북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배우고 있는 김민준(8) 군은 부모님도 없이 홀로 파주 NFC에 입성했다. 오로지 우상인 손흥민을 보겠다는 일념뿐이었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연신 “손흥민 선수”를 외치던 그는 결국 손흥민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긴 시간 동안 슈퍼스타의 손 인사를 받는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아는 사람도 없이 외로울 법도 했지만 축구선수를 꿈꾸는 그에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손흥민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멋있다. 골도 잘 넣고 드리블도, 공을 뺏는 것도 잘한다.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충청북도 청주에서 먼 길을 떠나 온 이도 있었다. 손흥민을 보기 위해 휴가까지 쓰고 파주를 찾은 김영년(25) 씨.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하던 2015년부터 좋아했다는 그는 1년 전 어렵사리 구한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손흥민을 보기 위해 상경했다. “아침 10시에 나와서 올라왔는데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믿기지가 않는다”며 “예매가 어려워 경기 티켓은 구하지 못했는데 여기라도 오게 돼 정말 다행이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휴가까지 내고 상경한 김영년 씨는 "이런 선수가 대표팀에 있는 게 신기하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나타냈다.

 

소속팀에선 매년 기량 향상을 보여왔으나 대표팀에선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주로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해야 하는 대표팀에서 손흥민은 집중 견제 대상이 됐고 한국을 상대로 수비 라인을 내려서는 팀들에 손흥민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전 세계 어디에서보다 한국에서 저평가를 받기도 했던 손흥민이었다.

그러나 이젠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월드클래스’가 됐고 국내에서도 모든 시선이 손흥민에게 집중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손흥민을 좋아했던 김영년 씨의 소회도 남달랐다. “이런 활약을 펼치고 득점왕에 오른 것도 신기하고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며 “이런 선수가 우리 대표팀에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터라 더욱 자부심이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무리 축구에 문외한이라도 이젠 손흥민을 모를 수 없게 됐다. 전 세계 축구계에서 한국은 ‘손흥민 보유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축구 팬들에게 손흥민이 이전과는 또 다른 존재로 거듭나게 됐다.

그런 손흥민의 대표팀 생활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이번이 그의 커리어에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팬들은 하루라도 더 ‘국가대표 손흥민’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바쁘게 눈을 굴리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손흥민은 꿈이고 자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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