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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벤투호, 너무도 쓰라렸던 예방주사 [대한민국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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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벤투호, 너무도 쓰라렸던 예방주사 [대한민국 브라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02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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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경기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경기력을 평하기 쉽지 않을 만큼 일방적이었던 경기였다는 게 이 헛웃음 하나에 담겨있었다.

그동안 너무도 약한 상대들과만 만났던 탓일까.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은 90분 내내 끌려다녔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여 관중 앞에서 참패를 떠안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1-5로 졌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이 2일 브라질과 친선경기에서 연이은 실점 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 1위이자 역대 월드컵 최다우승국이라고는 하나 우리만의 색깔과 그러한 플레이를 좀처럼 보여주지 못한 건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한국도 100% 전력은 아니었다. 특히 수비의 핵심 김민재(페네르바체)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김영권과 함께 짝을 이룬 건 권경원. 김민재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나 이 외엔 베스트라인업에 가까웠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불안했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긴 했으나 골망이 흔들렸고 한국 선수들은 브라질의 남다른 클래스에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로 이어졌다. 전반 6분 브라질 산드루의 돌파를 막지 못하고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땅볼 크로스가 프레드의 슛, 히샬리송의 몸에 맞는 공으로 이어지며 첫 실점으로 연결됐다.

전반 32분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황의조에게 공을 연결했다. 퍼스트 터치가 깔끔히 이뤄지진 않았으나 공을 잘 지켜냈고 속임 동작 한 번에 수비수를 떨쳐내며 파포스트에 강력한 슛을 꽂아 넣었다.

대표팀에서 지난해 6월 마지막 골을 넣었던 황의조의 골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한국을 상대하는 모든 팀으로서 손흥민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던 터에 황희찬과 만들어낸 득점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골키퍼 김승규(오른쪽)을 완전히 속이고 침착히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는 네이마르(왼쪽).

 

이후 선수들의 플레이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브라질의 강력한 압박에도 다급하지 않고 공을 처리했고 개인기술과 좁은 공간에서 패스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도 여러차례 보여줬다. 상암벌을 찾은 6만4872 관중들의 환호에서 기대감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한 차원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을 막아서는 게 쉽지 않았다. 그동안 주로 아시아 팀들만을 상대했기에 체감되는 수준차는 더 컸다.

다시 한 번 왼쪽 측면이 무너졌다. 전반 37분 브라질의 연이은 파상공세 속에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이용이 산드루의 돌파를 막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했고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 네이마르는 김승규를 완벽히 속여내며 침착히 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7분에도 문전 혼전에서 김영권이 태클로 산드루를 저지하려다 페널티킥을 내줬다. 네이마르는 또 한 번 김승규를 완전히 속인 뒤 골망을 흔들었다.

브라질은 후반 26분 카세미루와 히샬리송을 뺐는데 교체 멤버는 결코 그들에 밀리지 않는 파비뉴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였다. 힘빠진 수비진을 상대로 브라질 공격은 더욱 활기를 띄었다. 후반 34분 황인범의 패스미스에서 연결된 실점이 나왔다. 후반 32분 네이마르 대신 투입된 필리페 쿠티뉴의 골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교체 투입된 가브리엘 제주스에게 3명이 무너지며 5번째 골을 내줬다.

득점 이후 네이마르(가운데)가 루이스 파케타(왼쪽), 하피냐와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강조했으나 이번에도 결과는 아쉬웠다. 아시아 예선에선 상대가 수비 라인을 잔뜩 끌어내리고 플레이해 공간이 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면 이번엔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 잦은 실수가 나온 게 결정적이었다. 허리 라인에선 좀처럼 공격진에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지 못했고 상대 압박에 막혀 쉽사리 전진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김민재가 빠졌다고는 해도 수비진은 브라질 공격 앞에 너무도 쉽게 흔들렸다. 개인 기량을 떠나 팀 차원에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우왕좌왕하다가 대패로 이어진 경기였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많은 걸 고치고 보완해야 한다. 1-5라는 결과보다 많은 실수가 나온 게 문제였다”며 “강팀을 상대로 많은 실수가 나올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당연한 결과였다. 이 경기 내용을 갖고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돌아봤다.

경기 결과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브라질은 생각보다 강했고 연달아 페널티킥을 내주며 아쉽게 실점한 장면도 있었다. 다만 보완할 점이 너무도 많이 보인 건 걱정거리다. 나아갈 방향을 확신하지 못하는 듯한 벤투 감독의 태도를 불안감을 더한다.

그는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떤 걸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봐야할 것 같다”며 “긴 시간 빌드업 축구에 맞춰 훈련했기에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기엔 (전략을) 수정할 시간 많지 않다. 우리 스타일로 하면서 최대한 실수 줄여가면서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추상적인 말이 유일한 대책인 것과 같이 들리는 말이다.

6월 평가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6일 칠레, 10일 파라과이, 14일 이집트를 만나면서 전술을 보완해 빌드업 축구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게 벤투 감독의 숙제다. 혹은 지금이라도 또 다른 해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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