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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황희찬! '주전을 명 받았습니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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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황희찬! '주전을 명 받았습니다'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06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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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4년 전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도 세계 최강 독일을 잡아내고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황희찬(26·울버햄튼 원더러스)은 결코 웃을 수 없었다. 4년이 지난 지금 황희찬은 손흥민 만큼이나 뜨거운 스타로 카타르에서 기분 좋은 사고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

황희찬은 6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축구국가대표 평가전에 선발 출전, 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전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손흥민이었으나 경기에서 가장 빛났던 건 황희찬이었다.

6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황희찬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4년 전 한국은 2패를 안고 치른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2-0으로 물리치는 ‘카잔의 기적’을 일으켰다. 유종의 미를 거둔 대표팀은 아쉬움 속 희망을 보이며 박수를 받았으나 황희찬 만큼은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황희찬은 당시 후반 교체 투입돼 23분만 뛰고 다시 피치를 빠져나와야 했다. 신태용 감독은 전술적 이해 부족을 나타내는 황희찬을 과감히 교체했다. 독일을 꺾는 대반전의 결과가 이어지며 황희찬의 어깨는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업었다.

뼈아플 수 있는 기억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일까. 황희찬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2019~2020시즌 엘링 홀란드(도르트문트), 미나미노 타쿠미(리버풀)와 삼각 편대를 이룬 황희찬은 리그에서 잘츠부르크 소속으로 리그에서만 11골을 터뜨렸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서 리버풀(잉글랜드), 나폴리(이탈리아) 등 강팀 수비진을 괴롭혔다. 특히 리버풀전 세계 최고 수비수 버질 반다이크를 쓰러뜨리며 만들어낸 골은 축구 팬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황희찬은 라이프치히(독일)을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튼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는 황희찬(왼쪽에서 3번째)과 뒤따르는 정우영(왼쪽부터), 황인범, 나상호.

 

대표팀에선 조금 달랐다. 46경기 7골. 번뜩이는 돌파는 종종 빛났으나 마무리가 늘 아쉬웠다. 최근 10경기 1골. 황희찬은 남은 공격수 한 자리를 메울 가장 유력한 후보이긴 했으나 부동의 주전 황의조(보르도), 손흥민과는 입지가 조금 달랐다.

11월에 열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맞은 중요한 4연전. 그 시작이었던 지난 2일 브라질전은 황희찬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경기였다. 세계적인 풀백 다니 알베스(바르셀로나)를 상대한 황희찬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좌측 측면을 장악했다. 치치 브라질 감독은 경기 후 황희찬을 인상적이었던 선수로 꼽으며 “알베스가 고전했다”고 인정했다. 황의조의 선제골도 도우며 공격포인트도 쌓았다.

이날은 더욱 많은 임무가 맡겨졌다.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이동했고 좌측면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반 초반부터 상대 수비에 위협을 준 황희찬은 11분 만에 결과를 만들어냈다. 중앙의 정우영에게 공을 넘겨받은 황희찬은 중앙으로 파고 들더니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완벽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대 오른쪽 구석에 공을 꽂아넣었다.

상대의 거친 수비에도 끄떡도 없이 버텨내며 전진했다. 왜 자신이 ‘황소’라는 별명을 얻었는지 보여주는 플레이였다.

황희찬(가운데)은 6월 대표팀 평가전 2경기에서 손흥민과 함께 가장 매서운 경기력을 뽐내며 파울루 벤투 감독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경기 내내 활발한 돌파와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를 보여준 황희찬이 후반 막판 또 하나의 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반 43분 아크 서클 부근에서 손흥민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황희찬이 상대 수비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손흥민이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골망을 흔들며 이날 한국의 2골에 모두 관여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세리머니를 마친 손흥민은 황희찬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나눴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먼저 떠나지만 자신의 몫을 완벽히 증명해냈다. 에두아르도 베리조 감독도 인상 깊었던 선수로 손흥민과 함께 황희찬을 꼽았다.

벤투 감독으로서도 황희찬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명쾌하게 답을 얻은 경기였다. 이번 평가전 2경기는 물론이고 향후 마주할 상대들은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에게 집중견제를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경기에서 황의조의 골을 도왔던 황희찬은 이날도 맹활약하며 집중 마크 대상이 될 손흥민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줬다. 지난 2경기 황희찬의 존재감은 결코 손흥민 못지 않았다.

황희찬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마치고 뒤늦게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팬들은 뜨겁게 환호하며 황희찬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군사 훈련으로 인한 3주간 공백과 그 이후 감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황희찬의 활약은 주전 도장을 확실히 찍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벤투 감독으로선 공격 조합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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