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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84) 김용남] 캐스터, 수없이 넘어지고 이룬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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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84) 김용남] 캐스터, 수없이 넘어지고 이룬 꿈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2.06.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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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기우 객원기자] 스포츠 현장을 생동감 있는 목소리로 전달하는 직업, 바로 캐스터다. 어려서부터 스포츠팬으로 자라온 이라면 낭랑한 목소리, 적확한 딕션을 갖춘 이 직업을 누구나 한 번쯤 꿈꾸기 마련이다. 실제로 캐스터 지망생들이 정말 많다. 경쟁률이 1000:1을 넘는 경우가 흔하니 준비생에게 닥친 현실은 막막할 뿐이다.

캐스터는 아나운서의 직군 중 하나다. 즉, 캐스터이기 전에 아나운서다. 따라서 단순히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도전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서류심사, 카메라 테스트, 업무 면접, 임원 면접 등 숱한 관문을 본인의 역량을 입증해 뚫어야 한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가 선망의 직업, 캐스터를 인터뷰했다. 중저음의 안정적인 목소리와 호쾌한 샤우팅으로 특히 축구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김용남 K리그 공식 캐스터다. 최근 히든풋볼 패널로도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용남 캐스터. [사진=본인 제공]
김용남 캐스터.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2014년 시작해서 어느덧 9년 차 방송 중인 김용남입니다.”

- 어떤 계기로 캐스터가 되셨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라디오 PD를 꿈꿨습니다. 박경림 씨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라디오 PD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과 출신이고 기계공학부를 졸업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문‧이과 직업 분리가 확실해서 공대 쪽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군대에서 터닝포인트가 생겼습니다. 상병쯤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보는데 캐스터의 샤우팅에 같이 보고 있던 전우들이 엄청 희로애락을 느끼더라고요. 목소리 하나만으로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고 재미를 안겨줄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캐스터에 관심을 갖고 꿈꾸게 되었습니다.”

- 캐스터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캐스터는 아나운서 직군 중 하나입니다. 목소리가 좋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는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인 것 같아요. 물론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목소리가 좋은 사람은 있어요. 하지만 다른 것보다 전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발음, 발성 등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포츠를 애정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종목이 아니라 두루두루요.”

- 그렇다면 원래 아나운서를 준비하신 건가요?

“아나운서를 꿈꾼 이유가 공중파 3사에서 MC도 보면서 스포츠 중계도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제 우상은 배성재 아나운서였죠. 저와 같은 세대의 캐스터 지망생들이 대부분 그럴거예요."

- 캐스터(아나운서) 채용 과정이 궁금합니다.

“1차적으로 서류를 제출합니다. 통과하면 회사로 부릅니다. 이때부터 카메라 테스트가 진행됩니다.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잘생겼다, 못생겼다가 절대 기준이 아니에요. 화면을 통해 봤을 때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가 봅니다. 카메라 테스트를 통해 목소리와 전달력도 확인합니다.

다음은 실무 면접입니다. MC, 스포츠 중계, 뉴스 리딩 등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시험 보러 들어가기 전 1~10번까지 대기열을 만들고 그때 원고를 줘요. 2~3분 정도 먼저 읽게 하고 바로 테스트에 들어갑니다. 아예 무예독인 경우도 있어요. 테스트에 들어가 원고를 받거나 프롬프터에 띄워주는 거죠. 갑자기 야구장에 나와있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리포팅을 시키기도 합니다.

다음은 임원 면접입니다. 합격자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수습, 인턴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바로 계약하기도 합니다.”

김용남 캐스터. [사진=본인 제공]
김용남 캐스터. [사진=본인 제공]

- 정말 어려운 과정 같습니다.

“저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옛날 생각을 해보면 정말 힘들었어요. 시험장에 들어가면 심사위원분들이 앉아 계시잖아요. PD분들도 계시지만 캐스터 선배님들도 앉아 계세요. 그러면 더 긴장돼서 평상시 그냥 나오던 목소리가 갑자기 잠깁니다. 인사부터 잘 안되면 꼬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수능에서 1번 문제부터 막히기 시작하면 시험이 안 풀리는 거처럼요.”

- 경쟁률은 보통 어떻게 되나요?

“응시한 지 오래 지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SBS 시험 때는 많아야 남자 1명, 여자 1명 뽑았거든요. 수험번호가 3000번이 넘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 캐스터가 되기 위한 팁이 있을까요?

“일단 스포츠를 많이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야 축구를 좋아했고 축구를 중계했지만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좋아하는 종목을 중계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지금 선배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더 쉽지 않습니다. 내가 어느 종목을 하게 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종목을 많이 보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캐스터 선배들이 쓰는 기본적인 멘트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미리 습득하고 내 입에서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슛하는 장면이면 ‘슛’, ‘슈팅’, ‘때립니다’, 선수 이름 콜 등 다양한 표현들이 떠오르거든요. 이게 입 밖으로 내뱉어보지 않으면 입에 잘 안 붙습니다. 따라서 평소 축구를 보면서 소리를 끄고 다양한 표현들을 직접 뱉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입에 붙어서 나중에 덜 긴장한 상태로 시험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아나운서 커리어가 궁금합니다.

“2014년부터 방송했습니다. 경기방송에 들어가 5분짜리 라디오 코너를 했습니다. 사람들을 취재하고 이야기를 담았어요. 교통방송 캐스터도 했습니다. 이후 STN스포츠를 통해 체육 분야에 들어오게 되었죠. 처음엔 우슈를 중계했어요. 이후 K3리그, 풋살리그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 SPOTV와의 연이 시작되었죠. 사실 이때 탈락 통지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약 한 달 후 K리그2를 중계해 줄 수 있냐고 SPOTV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 ‘무조건 하겠다’ 답했죠. 그 후로 SPOTV와 7년간 함께 했습니다. 사실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SPOTV에서 불상사에 대비해 K리그2를 중계할 자원을 찾았는데 제가 된 거죠. 저는 SPOTV를 5번 정도 떨어졌습니다. 아나운서 시험까지 합치면 탈락 횟수가 100~200번은 될 겁니다.”

- 그럼에도 계속 도전한 이유는?

“’한번 꿈꾼 건 일단 끝까지 해보자’는 각오였어요. 정말 될 때까지 해보다 안되면 포기해야 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시작했는데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나가는 건 미련이 많이 남을 거 같았어요. 한 번만 해보자, 한 번만 더 해보자 였죠.”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용남 캐스터. [사진=본인 제공]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용남 캐스터. [사진=본인 제공]

- 가장 기억에 남는 중계는?

“2019년 강원FC와 포항 스틸러스 K리그 현장 중계 경기입니다. 강원이 홈에서 후반 25분까지 0-4로 뒤지고 있다가 결국 5-4로 이겼습니다. 당시 강원 이광연 골키퍼가 U-20 월드컵 준우승 멤버라 화제였거든요. 4골을 실점했지만 동료들 덕분에 K리그 데뷔전에서 승리했죠. 이 경기가 BBC(영국 공영방송)에도 소개되고 이광연 선수가 라디오스타(MBC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야기하면서 제 목소리가 널리 퍼졌습니다. 희열을 느꼈죠.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역대급 경기의 중계를 맡았다는 점에서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 중계할 때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일단 실수를 안 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저는 실수가 많은 편입니다. 실수 모음집이 제 나무위키에 있을 정도예요. 실수를 안 하기 위해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려 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긴장감이 꼭 있어야 해요. 너무 긴장하면 방송이 잘 안되고, 너무 긴장을 안 해도 실수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 중계 중 힘들었던 순간은?

“SPOTV에 있을 때 삶의 패턴이 일단 밤 8~9시 취침이었습니다. 해외축구가 새벽에 있고 경기 2시간 전 출근이다 보니 2~3시간 정도 자고 출근했어요. 방송하고 퇴근하면 아침 7~8시입니다. 그리고 집에 가 다시 잡니다. 오래는 못 자고 11~12시쯤 일어납니다. 일어나면 멍한 상태로 있다가 다른 업무가 있으면 잠시 나갔다가 다시 자고 새벽에 출근하고... 캐스터란 직업이 남들이 쉴 때도 일해야 하고 남들이 일할 때도 일해야 해요.”

- 캐스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스포츠팬으로서 경기 영상에 제 목소리가 입혀져 있다는 게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줍니다. 명경기거나 멋진 장면들은 여러 커뮤니티에 하이라이트로 올라오잖아요. 그 영상에 담겨 있는 제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쾌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러면서 방송에 취하는 것 같아요. 한 번 방송하면 이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 계속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용남 캐스터(왼쪽), 황덕연 해설위원
김용남 캐스터(왼쪽), 황덕연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 SPOTV 퇴사를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더 재밌게 다양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경기 중계가 너무 좋아 솔직히 지금도 조금 미련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팀이 챔피언스리그에 간다고 외치고 싶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중계방송만 해오다 보니 조금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 프리랜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내 시간을 온전히, 내 의지대로 스케줄을 짜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는 쉬어도 되고, 이번 주만큼은 타이트하게 일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에 따른 수입도 따라오니까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 팬들에게 어떤 캐스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일단 샤우팅을 굉장히 잘하는 캐스터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이런 말이 있습니다. ‘좋은 심판은 경기 끝나고 기억에 남지 않는 심판이다.’

캐스터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캐스터가 좋아서 축구를 보는 게 아니라 축구를 사랑해서 보는 거거든요. 팬들의 기억 속에 남는 캐스터, 팬분들이 찾아주는 캐스터도 물론 좋지만 한편으로는 경기 시청에 방해가 되지 않는 캐스터가 되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가 다양한 콘텐츠를 해보고 싶어서였으니 진짜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때로는 망가져보고 싶기도 합니다. 게임도 좋아해서 e스포츠 쪽에서도 활동할 계획입니다. 시청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 캐스터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갈수록 이 분야가 폭이 너무 좁아졌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도 꿈이 방송이라면 끝까지 도전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나는 안될 것 같다’ 생각하기보다는 끝까지 도전해보고 나와 어울리는지 결정했으면 합니다. 포기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선택이잖아요. 그런데 할만큼 하고 포기하는 것이라면 칭찬하고 응원할 겁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만날 수 있고 함께 할 수도 있으니 선후배 관계로 만나는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 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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