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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카운트다운, 벤투호 현주소는?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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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카운트다운, 벤투호 현주소는?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15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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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16강 진출 가능성은 50%다. 하루에 1%씩 향상시켜 월드컵 개막까지 100%를 만들겠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51일 남겨두고 거스 히딩크(76) 전 대표팀 감독은 자신감 있게 이 같이 말했다. 당시 이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히딩크 감독은 결과로 증명해냈다.

20년 뒤 월드컵까지 5개월을 앞둔 한국 대표팀은 어떨까. 소중했던 4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에도 희망보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남는다. 과연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까.

14일 이집트를 4-1로 대파하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축구 대표팀. 6월 4차례 평가전을 2승 1무 1패로 마감했다.

 

파울루 벤투(53)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부임했다. 롱패스를 통해 한 번에 전방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자제하고 후방부터 차근차근 땅볼 패스로 풀어가는 ‘빌드업 축구’를 대표팀에 이식하려 했다.

이 방식으로 4년. 대표팀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유럽에서도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등 몇몇 구단만을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패스 축구는 한국 축구에 익숙지 않았던 방식이었다. 그만큼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선수를 원했고 대표팀 선발에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선수를 선발할 경우 이 시스템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했기에 늘 뽑히던 선수가 선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여전히 이 방식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전 월드컵들과 달리 카타르 대회는 기후 문제로 11월에 열린다. 이 덕분에 유럽 리그가 종료된 뒤 충분한 소집기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대표팀은 4차례 평가전을 치를 기회를 얻었다. 월드컵 예선도 끝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팀들과 맞붙어 벤투식 축구의 가능성을 발견해야 했다.

그러나 세계 최강이었던 브라질전(1-5)을 차치하더라도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정예멤버도 아니었던 칠레, 파라과이 등에도 고전했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전에서 4-1 대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이 경기를 제외하면 문제점이 더 많이 발견됐던 경기들이었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면 좀처럼 전진하지 못했고 짧은 패스를 고집하다가 실수가 속출했다. 실점으로 이어지는 장면도 나왔다. 이날 경기에서도 상대 핸드볼 파울을 주장하느라 집중력을 잃었고 이는 실점으로 직결됐다.

수비에선 유독 불안감이 많이 노출됐다. 잦은 실수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브라질전엔 5실점하며 월드컵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김민재(페네르바체), 이재성(마인츠) 등이 부상으로 빠져 100% 전력이 아니었으나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4년을 같은 방식으로 훈련해 왔다면 주요 선수들이 빠지더라도 큰 구멍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과연 대표팀의 경기력은 이들이 모두 합류했더라도 달랐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심지어 월드컵에서 만날 우루과이, 포르투갈은 이보다 더 강한 상대이기에 걱정은 더욱 커진다.

물론 소득도 있었다. 공격에선 확신을 얻었다. 아시아 첫 유럽 5대 리그 득점왕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이제 대표팀에서도 적장들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슈퍼스타’ 면모를 보였고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과 황의조(지롱댕 보르도)은 브라질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던 권창훈(김천 상무)도 골과 빌드업 작업에 속도를 더해주는 활약을 보였고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2선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옵션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밖에 조규성(김청)과 엄원상(울산 현대)도 후반 활용할 수 있는 교체 카드로서 합격점을 얻었다.

문제는 미드필더와 수비진. 정우영(알 사드)과 황인범(FC서울), 백승호(전북 현대) 등으로 구성된 미드필더 라인은 누구도 축구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정우영은 공격 전개 템포 면에서, 황인범은 잦은 실수로, 백승호는 소속팀에서와 달리 자신감이 부족한 듯한 느낌까지 줬다. 브라질전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을 중심으로 한 빌드업 작업에 좀처럼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수비는 더욱 심각했다. 아무리 김민재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실수가 너무 자주 나왔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올 땐 지나치게 당황하기도 했다. 강팀과 상대할 땐 양 측면 수비수들의 구멍도 크게 느껴졌다. 

이집트전에도 핸드볼 파울을 주장하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실점을 했다. 이번 일정에서 유독 수비의 집중력 부족과 실수로 인한 실점이 많았다.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에서 수비 불안을 본 것 같진 않다. 실수는 있었지만 경기를 치르다보면 나올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실수를 분석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비라인 외에도 많은 걸 분석해야 할 것 같다”며 “전술적인 부분보단 선수들의 반응이 더 중요했다. 패한 두 선수들이 가진 태도와 파라과이전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보여준 태도가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4연전은 한국 선수단에 경종을 울려준 좋은 계기가 됐다. 특히 첫 경기에서 브라질에 대패하며 선수단 스스로도 경각심을 갖게 만들었고 파라과이전에서도 0-2로 끌려갔으나 집중력을 높여 동점을 만들어낸 것은 벤투 감독의 말처럼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아갈 길이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일정이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20년 전 4강 신화의 주역 히딩크 감독의 행보에서 향후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월드컵 1년 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에, 그해 8월엔 체코 원정에서 다시 한 번 0-5로 지며 ‘오대영’이라는 웃지못할 별명을 얻었던 히딩크 감독은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했다. 

특히 고강도 체력훈련을 꾸준히 실시해 선수들의 체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놨고 이 위에 전술을 덧입힘으로써 4강 신화의 완벽한 밑그림을 그렸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경쟁력 있는 팀들과 계속 부딪혔고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는 잉글랜드(1-1), 프랑스(2-3)와 싸우며 자신감을 키웠다.

'슈퍼에이스' 손흥민(왼쪽)이 지키는 공격진과 달리 벤투호는 미드필더와 수비진에선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벤투호와 당시 히딩크호의 차이는 있다. 당시 K리그까지 중단하고 훈련을 했던 때처럼 긴 소집기간을 갖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다만 분명히 되새겨야 할 점은 당시 히딩크 감독은 세계적인 팀들에 대패하면서도 자신만의 확실한 계획에 확신을 갖고 팀을 발전시켜나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에 아쉬운 것도 이러한 부분이다. 결과를 떠나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팬들의 희망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4-1 대승을 거둔 이집트전에서도 벤투호는 손흥민과 권창훈 등을 끌어내려 빌드업을 지시하는 임시방편으로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이 앞으로 내세울 전술이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대표팀은 다음달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나서 일본, 중국을 상대한다. 특히 튀니지에 0-3 패배하긴 했으나 한국의 월드컵 상대인 가나, 한국이 간신히 비긴 파라과이를 모두 4-1로 제압한 일본을 상대할 수 있는 기회지만 유럽파들은 합류하지 못한다. 월드컵 직전까지 완전체로 소집할 수 있는 건 9월 A매치 2연전이 유일하다.

그만큼 전술적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던 이번 소집이었으나 이 부분에선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5개월이라는 시간에 비해 대표팀이 함께 모여 훈련할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하루에 1%씩 팀을 성장시키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선수들의 기량을 100% 이상 활용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전술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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