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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에이스', 최준용의 참 가치 [한국 필리핀 농구 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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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에이스', 최준용의 참 가치 [한국 필리핀 농구 평가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17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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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리 편일 때 최준용(28·서울 SK) 만큼 든든한 선수가 있을까. 반면 적으로 만난 필리핀 선수들에겐 이토록 얄미운 선수가 또 없었을 경기였을 것이다.

최준용은 1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필리핀과 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첫 경기에서 3점슛 3개 포함 16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 맹활약하며 한국에 96-92 역전승을 안겼다.

지난 시즌 진일보하며 압도적인 기량으로 정규리그 국내선수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고 팀에 SK에 통합 우승까지 선물한 그는 왜 자신이 ‘어나더 클래스’로 불리는지를 농구 팬들에게 확실히 증명했다.

최준용(오른쪽)이 17일 필리핀과 농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시즌 최준용은 54경기에 전부 출전하며 16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 1.1블록슛으로 전방위적 활약을 펼쳤다. 다만 최준용의 가치는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다. 신장 200㎝에도 뛰어난 스피드와 볼 핸들링 능력을 갖춰 1번에서부터 4번까지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는 뛰어난 BQ(농구지능)이 있어 가능한 일. 농구계 내부에서 그가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뛰어난 실력엔 이견이 없지만 거침없는 발언과 상대를 도발하는 세리머니, 종종 일으켰던 말썽 등으로 안티 팬도 적지 않았다. 안티 팬까진 아니더라도 적으로 만난 최준용은 팬들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얄미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영리하게 경기를 잘 풀어갔고 득점 후 펼치는 세리머니는 이중타격을 안겼다.

이날은 달랐다. 경기장의 대다수 팬이 최준용을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내 선수들이 하나로 힘을 합쳐 필리핀을 상대하는 경기였고 최준용은 더욱 신이 난 듯 코트를 휘젓고 다녔다.

예년 같으면 시즌 종료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을 시기지만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 선수들은 달랐다. 그러나 평상시 루틴과는 달라 아직은 시즌 때 컨디션과 다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경기 초반 선수들의 슛 난조, 잦은 턴오버 등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는 명확했다. 추일승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 치르는 경기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랜 만에 많은 관중들과 함께 하는 대표팀 경기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는 지난해 6월 필리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컵 예선에서 한국에 2연패를 안겼던 필리핀.

최준용(오른쪽)은 득점뿐 아니라 스크린과 리바운드, 리드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초반 박빙을 이어가던 대표팀은 2쿼터 이후 상대의 변칙 공격과 예상치 못한 3점포 공격에 흐름을 넘겨줬다. 전반을 34-43으로 뒤진 채 마쳤다.

스크린과 리바운드, 동료들에게 기회를 살려주는 역할에 집중하던 최준용은 팀이 위기에 놓인 3쿼터 해결사로 나섰다. 12점까지 점수 차가 벌어져 있었으나 최준용은 3점슛 3개를 연달아 적중시켰고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득점에만 전념한 건 아니다. 신예 센터 여준석의 환상적인 앨리웁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어시스트한 것도 최준용이었다.

여기서 이미 흐름이 바뀌었고 승부는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한국은 3쿼터에만 37점을 몰아쳤고 첫 경기를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추일승 감독은 “전반엔 손발이 맞지 않아 득점해야 할 상황이 오히려 실점이 됐다”면서 “3쿼터 들어 외곽이 살아나고 제공권 우위를 점하면서 경기 흐름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네나드 부치니치(세르비아 필리핀 감독은 “한국의 공격이 매서웠다. 특히 3쿼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최준용을 향해 “늦게까지 시즌을 치렀는데 컨디션이 빨리 올라온 것 같다”고 콕집어 칭찬을 하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최준용의 만점 활약.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희망을 키워볼 수 있게 해주는 만능 선수의 존재가 유독 든든하게 느껴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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