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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닌 레슬링? 수원삼성 서포터 폭력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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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닌 레슬링? 수원삼성 서포터 폭력 일파만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21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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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훌리건. 축구장에서 과격행위 등으로 난동을 부리는 축구 팬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극성적인 행위는 몇 차례 인명사고로 이어진 적도 있었고 이에 유럽에선 이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을 가하고 있다.

결코 따라갈 필요가 없는 이런 문화까지 전염이 된 것일까. K리그 최고 라이벌전 ‘슈퍼매치’가 열린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선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를 앞두고 수원 삼성 팬 중 한 명이 FC서울 팬에게 무력을 행사하며 폭행을 가한 것. 이후 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슈퍼매치를 앞두고 수원 삼성 팬이 FC서울 팬에게 폭력을 행사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상황은 경기가 열리기 전 벌어졌다. 수원 팬 한 명이 서울 팬인 중학생 A군을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팽개친 것. 마치 프로레슬링을 연상케하는 동작이었다. 문제는 어떤 충격 완화 장치도 없는 땅바닥이었다는 사실.

다행스럽게도 A군은 곧바로 일어났으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피해 후유증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A군은 상황이 벌어진 뒤 황급히 유니폼을 벗는 것이 영상에 담겼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지나가는 것이 못 마땅했던 수원 팬들이 과격 행위를 벌인 것으로 비춰졌다. 이 못지않게 충격적인 것은 이를 지켜보던 수원 팬들 중 일부는 환호하며 동조하거나 영상으로 이를 찍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팔 통증을 호소했고 휴대전화 케이스가 부서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또 당시 가해자 주변의 수원 팬 20~30명으로부터 FC서울 유니폼을 벗으라는 외침을 계속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서포터즈인 수호신은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제 서울 팬 폭행에 관한 내용을 구단에 전달했고 수원 구단에 정식 확인 요청을 할 예정”이라며 “구단과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며 수호신 소모임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항의 메일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FC서울 팬을 바닥에 내리꽂는 수원 팬(가운데)과 환호하며 동조하는 주위 팬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FC서울 측에서도 나섰다. 피해자는 고소 진행에 나섰고 구단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수원 구단도 사실 확인에 나섰고 당초엔 “경기 전 양 팀 팬들이 시비가 붙었고 가해한 팬들이 현장에서 사과하고 피해자의 부모님께도 전화로 사과를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수원 팬들의 입장만을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구단은 수원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에 사과문 게시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고 문제를 일으킨 서포터에 대한 구단 자체의 징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프렌테 트리콜로는 SNS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가해자의 자필 사과문도 함께 올라왔다. 프렌테 트리콜로는 “당사자 및 양 구단 관계자와 서포터분들에게 사과드린다. 또 이 상황을 멀리서 전해 들어 더욱 안타까우셨을 당사자 가족에게도 사과드린다”며 “해당 인원(가해자)은 프렌테 트리콜로 반다원으로 활동 중이었으며 사실 확인 즉시 반다 활동에서 배제했다. 이번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폭행을 가한 수원 팬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피해자분과 부모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가해 행위를 벌인 수원 팬은 자필 사과문을 작성해 공개했으나 "같이 점프를 하자고 들어올리다가 그분을 놓쳐 넘어진 것"이라며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남겼다. [사진=프렌테 트리콜로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이내 “폭행이나 (피해자를) 다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경기장 밖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와중에 같이 점프를 하자고 들어올리다가 그분을 놓쳐 넘어진 것”이라며 “바로 그분께 사과했고 당일 피해자 아버님과 영상통화로 일이 생기게 된 과정을 말씀드리고 정중하게 사죄드렸다. 다시 한 번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사죄드린다”고 썼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영상만 보더라도 가해자 행위의 의도성을 충분히 나타났다. 더구나 해명과는 달리 쓰러진 피해자에게 적극적인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K리그는 매 라운드 경기장이 꽉 들어차는 유럽 5대 리그에 비해 그 관심도는 지극히 적다. 이에 반해 일부 서포터즈들의 극성맞은 응원 문화는 오히려 라이트한 팬들의 유입을 막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번 폭행 사건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서포터즈 문화에 대한 시선에 더욱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주변에서 동조한 팬들의 분위기를 보면 결코 한 팬의 일탈행위라고만 치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 일을 계기로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질 수 있는 폭력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

물론 구단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진 일이고 구단이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다. 다만 형사처벌은 차치하더라도 최소 평생 경기장 출입 금지 등 제재는 충분히 가할 수 있다. 모두가 아닌 자신을 비롯한 일부만 즐겁기 위한 과격 행위가 얼마나 큰 책임을 치러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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