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우리는 왜 토트넘에 열광하는가? [SQ현장]
상태바
우리는 왜 토트넘에 열광하는가?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7.11 2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2005년 박지성(41·은퇴)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이후 그의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국민 EPL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30)이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에 오른 현재 그 대상은 누가 뭐라해도 토트넘 홋스퍼로 바뀐 상태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오픈트레이닝에서 토트넘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오픈 트레이닝에 운집한 수천 관중들은 3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석 티켓을 구매한 이들이었다. 그만큼 토트넘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고 싶은 욕구가 컸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작은 몸짓 하나에도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토트넘 해리 케인(왼쪽)과 손흥민(오른쪽)이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오픈 트레이닝에서 밝은 미소와 함께 몸을 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찾았던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이 놀이동산과 서울 도심가를 누비며 관광을 즐겼던 것과 달리 토트넘 선수들은 숨 돌릴 팀도 없이 훈련장으로 향했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몸을 풀며 오는 13일 오후 8시로 예정된 팀 K리그와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을 준비했다.

이날은 토트넘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에게 특별한 기회였다. 오후 6시부터 토트넘의 공개 훈련이 예정돼 있었고 사전에 프리미엄석 예매에 성공한 이들에게 관람 기회가 주어졌다.

오는 13일 진행될 1차전인 토트넘-팀 K리그 경기, 2차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토트넘-세비야의 2차전 경기는 모두 가장 저렴한 3등석 좌석(3만 원)부터, 오픈 트레이닝을 관람할 수 있는 프리미엄석은 30만 원 이상에 달한다. 그럼에도 두 경기 티켓은 예매가 오픈된 후 20분 만에 동이 났다. 오픈 트레이닝 또한 예매 전쟁의 승자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였다.

간절히 티켓팅에 나섰던 이들에겐 오픈 트레이닝이 더욱 기다려지는 순간이엇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에릭 다이어 등 기존 전력들과 이번에 새로 팀에 합류한 히샬리송, 이브 비수마 등도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브라이언 힐의 유니폼을 들고 경기장을 찾은 김원형 씨는 "이름을 부르니 손을 흔들어준 것도 좋았고 그냥 한국에 와준 것 자체로도 고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훈련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공을 돌리며 가볍게 몸을 푼 선수들은 두 팀으로 나눠 빌드업과 득점 훈련을 동시에 진행했고 이어 하프코트만 사용하는 미니게임을 진행했다. 손흥민과 케인, 히샬리송, 모우라는 날선 감각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후 러닝을 끝으로 훈련이 종료되자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 번이라도 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목청을 높였다. 선수들은 팬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퇴장했다. 손흥민은 경기장 동·서 쪽으로 나눠져 자리한 팬들에게 직접 다가가 천천히 인사를 건네며 팬서비스에도 열과 성을 다했다.

더 없이 특별한 기회였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현장을 찾은 대학생 김원형(24) 씨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기도 하지만 토트넘을 많이 좋아해 방한 소식을 듣고 조금씩 돈을 모았다”며 “프리시즌 경기이니 많은 볼거리도 좋겠지만 다치지 않고 잘 경기를 치르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토트넘으로 이적한 브라이언 힐(21) 유니폼과 함께 오픈트레이닝에 참석한 그는 “오늘은 이적생들 위주로 봤는데 비수마가 잘하는 걸 실감했다”며 “이름을 부르니 손을 흔들어준 것도 좋았고 그냥 한국에 와준 것 자체로도 고맙다”고 감격했다.

훈련을 마친 뒤 뜨거운 함성을 보내는 관중들을 향해 박수로 화답하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

 

그는 왜 토트넘의 어떤 점에 빠져든 것일까. “2017~2018시즌에 군대에 있었는데 TV 중계를 통해 자주 보다보니 토트넘에 빠져들게 됐다”는 그는 “다니엘 레비 회장이 토트넘 팬에서부터 시작해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만 보더라도 진정성이 넘치는 팀이다. 콘테 감독을 바탕으로 팀이 하나로 결집되고 발전해나가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소개했다.

신혼여행을 영국으로 떠나고 싶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떠나지 못했다는 한 신혼부부는 “티켓값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토트넘 선수들을 실제로 볼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을 먹었다”며 “생각했던 것만큼 가까이서 선수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훈련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이런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손흥민 선수 영향으로 토트넘에 빠지게 됐지만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희망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라고 토트넘의 매력을 힘줘 말했다.

앞서 유소년 클리닉도 열렸다. 토트넘 코치진이 참석한 이 행사엔 쿠팡플레이를 통해 별도 신청한 어린 학생들 44명이 참가했다. 꼭 축구선수를 희망하는 이들 뿐아니라 토트넘을 사랑하고 선진 축구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유소년 클리닉에 참가한 박기범 군(왼쪽)이 토트넘 홋스퍼 글로벌 풋볼 디벨럽먼트 소속 대니 미첼 코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서 먼 걸음을 한 박경국 씨(36)는 아내와 함께 아들 박기범 군(10) 군이 훈련하는 장면을 하나하나 담으며 흐뭇하게 지켜봤다. “아들이 축구 선수를 희망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특별한 기회가 될 것 같아 신청했다. 특별한 경험과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고 훈련을 마친 박기범 군은 “처음 배우는 공 다루는 기술이라 어렵기도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재밌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힘겨운 티켓 예매로 아내까지 경기장으로 함께 향할 순 없어 아쉽다면서도 평소 밤 늦도록 토트넘 경기를 보는 부자는 더 없는 추억이 될 본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케인과 히샬리송, 모우라 등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단은 어쩌면 다시는 직접 보지 못할 수 있다. 팬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지출, 무더운 날씨 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2022년 7월은 토트넘으로 가득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