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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시즌 이대호, 완벽했던 시작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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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시즌 이대호, 완벽했던 시작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7.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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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거인의 마지막 발걸음이 시작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은퇴투어가 시작된다.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올스타전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5회를 마친 뒤 이대호를 위한 은퇴투어가 열렸다.

은퇴투어가 열리기까지 논란도 있었지만 이대호의 은퇴투어는 팬들과 동료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시작됐다.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시작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왼쪽)가 16일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도중 열린 은퇴투어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조선의 4번타자’라고 불렸을 만큼 뛰어난 선수였으나 자격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강하게 맞섰다. 이대호와 절친한 사이이기도 한 추신수(SSG 랜더스)는 “이대호가 아니면 누가 은퇴투어를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결국 이대호의 은퇴투어가 결정됐다.

이대호는 타격왕 3회, 최다안타 2회를 차지했고 2010년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하며 사상 첫 타격 7관왕에 올랐다. 그해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고 NPB에 진출해서도 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한국인 최초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늦은 나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서도 15홈런을 날리며 자존심을 지켰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이끌었던 대스타다.

올 시즌 타율 0.341 11홈런 46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40세 타격왕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에 팬들은 더욱 뜨겁게 그의 은퇴투어 시작을 반겼다.

팬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는 이대호.

 

팬들의 열렬한 지지 속 드림올스타 베스트 12에 선정된 이대호는 마지막 올스타전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고 6시간에 걸친 장거리 운전을 자처했다. 가족들과 함께 뜻깊은 행사를 즐기기 위한 선택이었다.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으나 15일 올스타전 전야제에서 열린 홈런 레이스 홈런 1위 박병호(KL 위즈) 등 쟁쟁한 후보 6명을 제치고 5개를 담장 밖으로 날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두 자녀들도 이대호에게 안기며 기쁨을 만끽했다.

본 행사에선 5회말이 종료된 뒤 이대호의 은퇴투어가 시작됐다. 10구단 팬들은 하나 돼 이대호를 상징하는 구호 ‘대~호’와 그의 응원가를 외쳤다. KBO로부터 지난 21년 동안 활약한 주요 장면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작품을 받았고 이대호 이전 유일했던 은퇴투어 주인공 이승엽 홍보대사와 허구연 KBO 총재가 이대호를 격려했다.

이어 아내 신혜정 씨와 딸 예서 양, 아들 예승 군이 입장했다. 아내 신 씨는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아빠, 최고의 남편이 돼줘 진심으로 고맙고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아내가 더 고생했다”며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남은 시즌 마무리 잘 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그의 유니폼엔 이름 대신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경기를 마친 뒤에도 주인공은 미스터올스타가 아닌 이대호였다. 선수들은 이대호를 헹가래치며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줬다.

 

이어 전 소속 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오사다하루(왕정치) 회장과 소프트뱅크 외야수 야나기타 유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등이 잠실구장 전광판을 통해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이스터 감독은 “우리의 모토를 꼭 기억하세요. 노 피어(No fear). 대호 축하합니다”라고 말해 관중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앞서 열린 팬사인회에서도 이대호의 사인을 받기 위한 팬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좋아했다며 당시 사진을 이대호에게 보여준 정도훈(17) 군을 본 그는 “어릴 때부터 응원해주셨던 분들 중에 지금은 대학생이나 결혼하신 분들이 많다”며 “그런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좋아해주시면 끝까지 좋아해주시는데 너무 좋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정도훈 군은 “잠실에서 마지막 은퇴 경기를 하는데 그 때도 올 것 같다. 힘겹게 표를 구해서 왔다. 울 것 같다”며 “언제나 그랬듯 응원한다. 은퇴도 사실 미뤘으면 좋겠지만 결정하신 만큼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대호를 좋아했다는 정도훈 군은 "언제나 그랬듯 응원한다. 은퇴도 사실 미뤘으면 좋겠지만 결정하신 만큼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에서도 이대호는 7회 시속 150㎞ 이상 빠른공을 던지는 정우영(LG 트윈스)의 공을 때려내며 안타를 기록했다. 관중석에선 구장이 떠나가라 이대호의 이름을 크게 연호했다.

선수들에게도 이대호는 특별한 존재였다. 나성범(KIA 타이거즈)는 “어릴적부터 많이 봤고 좋은 기록 남긴 선배다. 대단하다”며 “내 입장에선 같이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게 영광이다. 수비 때 1루를 나갔을 때나 편하게 말을 걸어주셨고 재밌는 선배다. 지금도 좋은 실력을 보여주시는데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원 없이 하시는 것 같다. 대단하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승부는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나눔올스타의 6-3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스포트라이트는 이대호에게 향해 있었다. 선수들은 이대호를 둘러싸더니 헹가래를 치며 그의 은퇴투어 시작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후반기엔 각 구장에서 이대호의 은퇴투어가 진행된다. 9개 원정구장에서, 그리고 선수시절 내내 뛰었던 안방 사직구장에서 이대호를 떠나보내는 행사가 차례대로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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