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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권민지, 신예의 변신은 무죄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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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권민지, 신예의 변신은 무죄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8.17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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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 했던가. 종목을 불문하고 이는 스포츠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특히나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신예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적극적인 변신이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전라남도 순천시 팔마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은 다양한 실험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김세인(19·김천 한국도로공사)과 권민지(21·서울 GS칼텍스)는 이번 대회 과감한 변신으로 가장 큰 주목을 끌고 있는 이들이다.

김천 한국도로공사 김세인(가운데)이 16일 수원 현대건설과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22점을 기록했다. [사진=KOVO 제공]

 

◆ 수비력 검증 김세인, 이젠 아웃사이드 히터로

지난 시즌 선명여고 출신 김세인을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이번 대회 그의 활약이 더 놀라울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광주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그는 데뷔전을 비롯해 이후에도 꾸준히 수비 전문 선수인 리베로로 나섰다.

그러나 그의 배구 커리어 방향성이 단 1년도 되지 않아 바뀌었다. 지난 4월 김종민(48)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지난 4월 세터 이고은이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나며 보상선수로 김세인을 지명한 뒤 공격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즌을 앞두고 열린 컵대회는 비시즌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무대였다. 뜬금 없는 변신은 아니다. 선명여고 시절부터 김세인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뛰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아 3학년이던 지난해엔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 여고부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다만 프로에서는 통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웠다. 173㎝의 상대적으로 작은 키 때문. 결국 페퍼저축은행에선 그의 수비력에 집중해 리베로를 맡겼고 간혹 아웃사이드 히터에 공백이 생기면 잠시 외도를 했을 뿐이었다. 김종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 대회 김세인의 공격수로서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지난 14일 친정팀 페퍼저축은행과 예선 1차전에서 8득점, 공격 성공률은 36.36%를 기록했으나 김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16일 수원 현대건설과 2차전에도 다시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그는 팀 내 최다인 22점을 올렸다. 공격 점유율도 무려 27.33%, 공격 성공률은 45.45%에 달했다.

리베로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김세인은 작은 키의 단점을 밀어치기, 대각 공격 등 영리함을 바탕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향해 나아간다. [사진=KOVO 제공]

 

4세트에선 23-24에서 퀵오픈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듀스로 끌고가더니 7차례 길고 긴 듀스가 이어진 31-30에서 승부를 끝낸 것도 그의 오픈 공격이었다.

키 190㎝의 한국 최고 미들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의 견제를 받고도 김세인은 펄펄 날았다. 작은 키를 영리함으로 메운다. 블로킹을 역이용해 밀어치기, 수비 빈 곳을 본 직선 혹은 대각선 공격에 중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빠른 팔 스윙과 힘’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단 2경기 만에 김세인은 이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정규리그에선 더 보완해 익숙했던 아웃사이드 히터로 뛴다. 리베로로서 경험한 수비 능력을 살리는 장점도 있다.

◆ 다재다능 권민지, 이젠 한 우물만 판다

권민지는 이미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해 왔다. 한국배구연맹(KOVO) 등록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인데 소속팀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선·후배와 함께 찍고 경기에는 미들 블로커(센터)로 나서는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올 시즌부터는 한 곳에 정착하기로 했다. 김세인과 마찬가지로 고교시절부터 꾸준히 뛰었던 레프트로 돌아간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권민지에게 신뢰를 나타냈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한 길을 택한 서울 GS칼텍스 권민지는 완벽한 아포짓 스파이커로 거듭나기 위해 리시브 보완을 과제로 삼았다. [사진=KOVO 제공]

 

15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은 레프트로 비시즌을 준비한 뒤 처음 치른 경기. 권민지는 이날 양 팀 최다인 19점(공격 성공률 54.6%)을 올리며 3-0 완승을 견인했다.

권민지는 다만 레프트는 공격력만이 중요한 위치가 아니다. 서브 리시브도 못지 않게 필요한 능력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뛰었으나 서브를 받아낼 일이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사실상 서브 리시브와는 무관한 선수였다.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아는 만큼 그에 대한 보완 욕구가 강하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날로 커져간다.

쉽지만은 않지만 권민지는 레프트로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전진한다. 하나는 라운드 최우수선수(MVP). 단기적으로나마 임팩트를 보여주고 싶다는 속마음이 숨겨져 있다. 또 하나는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잡아내는 것.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 5전 전패를 당했고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며 앙갚음할 기회를 미뤄야 했다.

이 두 가지를 이뤄냈다는 건 권민지가 올 시즌 그만큼 우수한 성적표를 냈다는 걸 전제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만큼 새로운 포지션과 함께 개인으로도, 팀에도 큰 도움이 되는 자원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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