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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영웅' 이정후가 키움에 미치는 영향력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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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영웅' 이정후가 키움에 미치는 영향력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0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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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정후(24) 없는 키움 히어로즈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가을야구를 향한 길목에서 키움이 2연승을 챙겼다. 승리까지 8할은 ‘대장 영웅’ 이정후의 몫이었다.

이정후는 지난달 31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에 5-4 승리를 안겼다.

8월 7승 15패로 가장 부진한 팀 중 하나였던 키움은 마지막 롯데와 2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며 3위 KT 위즈와 승차를 지웠다. 이정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였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3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동점 3타점 2루타를 날린 뒤 더그아웃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30일 경기에서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타율 2위(0.338) 등 타격 지표 전반에서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는 핵심타자지만 이정후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롯데 선발 찰리 반즈에게 12타수 1안타로 약했기 때문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팀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정후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정후는 중요한 순간 대타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제외한다는 게 맞는 것인가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정후는 반즈가 강판된 5회부터 타석에 섰고 2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1-6으로 끌려가던 롯데는 이후 4점을 추가했다. 이정후의 타점이 아니었다면 역전승을 허용할 뻔 했다.

이정후는 이날 첫 번째 안타로 6년 연속 150안타를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박용택(은퇴), 최형우(KIA), 손아섭(NC)에 이어 단 4명만 작성한 기록이다. 더 놀라운 건 이정후는 데뷔 시즌부터 끊이지 않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반즈를 열심히 연구하며 설욕을 노렸던 이정후는 홍 감독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으나 아쉬운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선발 제외가 더 자극제가 된 것일까. 이정후의 방망이는 이날도 불을 뿜었다.

키움의 경기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특히 수비에서 잇따른 실책이 나오며 1회부터 매 이닝 실점했다. 경기 초반이기는 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롯데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였다.

이정후(오른쪽)가 3회 3타점 2루타를 날리고 1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그러나 난세영웅 이정후가 있었다. 이지영과 김수환, 김준완이 상대 에이스 박세웅을 흔들며 출루했다. 박세웅은 김태진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안정을 찾았지만 다음 타자는 이정후였다. 풀카운트 승부 끝 이정후의 슬라이더를 통타했고 타구는 우중간을 가르는 대형 2루타가 됐다. 1사였음에도 1루 주자까지 모두 홈을 밟기에 충분했던 타구였다. 이 한 방으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야시엘 푸이그까지 담장 직격 2루타를 날렸고 이정후가 역전 득점에 성공했다.

야구는 기세싸움이라고 한다. 한 번 넘어간 기세는 쉽게 되찾아오기 힘들다. 이정후가 그 어려운 걸 해냈고 롯데는 그 벽을 다시 넘어서지 못했다.

홍원기 감독도 “이정후의 3타점 2루타로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다”고 에이스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타율과 최다안타(153개), 타점(90) 2위에 올 시즌엔 장타력도 끌어올리며 홈런에서도 5위(19개)에 올라 있다. 장타율(0.554)과 출루율(0.409·이상 2위)는 물론이고 득점권 타율(0.381)에서도 1위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정후.

스스로도 만족감을 나타냈던 이정후. 팀으로선 이보다 든든할 수 없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내림세가 심상치 않았던 키움이었기에 8월 마지막 2연전을 승리로 이끈 이정후의 활약이 더욱 반가웠다. 키움의 가을. 이정후가 있으매 기대감도 자연스레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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