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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대회 돌연 취소, 사건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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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대회 돌연 취소, 사건 전말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02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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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가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취소됐다. 주최측이 최근 스포츠계에서 빠르게 발을 넓혀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기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당초 오는 9일부터 인천시 중구 오렌지듄스CC 영종에서 2022시즌 KLPGA 투어 대회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KLPGA는 지난달 31일 “주최사 사정으로 취소됐다” 밝혔고 대회를 준비하던 선수들로서도 황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주최측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김용빈 회장. 회사 측은 골프장의 문제로 대회를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KBL 제공]

 

김용빈 회장이 이끄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한국테크놀로지 자회사로 최근 스포츠계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앞서 김용빈 회장은 대한컬링연맹의 수장으로 나섰고 지난해부터 KLPGA 투어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들어선 자회사 데이원자산운용이 프로농구단 고양 오리온을 인수했다.

그러나 농구계에선 걱정이 컸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사업실적이 좋지 않고 최근까지도 자사 노동조합이 한국테크놀로지와 합병 추진에 반대하며 김용빈 회장 및 경영진을 규탄하고 나섰다. 회사가 재정난을 겪고 있어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받지 못한 미지급금이 남아 있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구나 농구단 운영주체로 나선 데이원스포츠는 직접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네이밍스폰서를 구해 구단을 이끌어가기로 했다. 기존에 프로농구에 없던 방식이기에 우려가 더 커졌다. 최근 캐롯손해보험과 4년 계약을 맺으며 농구단 운영에 대해선 의구심을 상당 부분 해소한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데이원자산운용이 프로농구에 이어 프로축구와 프로배구단 창단까지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 농구단 고양 캐롯처럼 모기업에 의존하는 게 아닌 스포츠 구단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 자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겠다고 천명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로야구단 키움 히어로즈의 사례를 보면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수 임창정(가운데)과 김지영2(왼쪽), 유해란. [사진=KLPGA 제공]

 

이러한 상황 속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대회 취소는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주최측의 문제가 아닌 대관하기로 했던 골프장 오렌지듄스CC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완전한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임대료 전액과 식·음료 사전 예치금 등을 요구했다는 것.

회사 측이 임대 계약금 납부를 미뤘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달 30일 계약이 이뤄졌고 이후 계약금 일부를 입금했다”며 계약이 파기된 결정적인 이유는 골프장 측이 대회 기간 중 일반 고객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용빈 회장은 “골프장 측 문제로 대회가 취소된 것을 두고 프로농구나 다른 프로젝트와 엮는 것은 과도한 억측”이라며 “캐롯손해보험은 이번 농구단 창단식과 관련해 큰 홍보 효과 등으로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주최측으로서 대회 취소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골프장이 과도한 요구를 한 게 명확하더라도 보다 일찍부터 확실히 준비했다면 어느 정도 타협안을 마련하거나 최소한 이토록 급작스럽게 대회 취소를 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측은 대회가 공식적으로 취소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KLPGA 측과 일정을 조율해 11월 중으로 대회를 열거나 다른 장소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우조선해양건설과 데이원자산운용 등이 스포츠계에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 만큼 이러한 불안과 의심 어린 시선은 당분간 이들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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