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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키움 큰 꿈, '한국판 오타니' 비장한 서막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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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키움 큰 꿈, '한국판 오타니' 비장한 서막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1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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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다.”

이상원 키움 히어로즈 스카우트 팀장은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와 포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김건희(18·원주고)를 뽑은 뒤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이도류’ 도전에 나설 김건희의 앞날에 대한 힌트였다.

키움은 15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김건희를 지명했다. 전문 투수를 제외하고는 가장 빠른 지명이었다. 김건희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주고 김건희가 15일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건희는 1라운드 지명이 예상됐던 자원 중 하나다. 올해 16경기에 포수로 출전해 타율 0.378 1홈런 9타점을 올렸다. 다만 포수라면 7순위로 LG 트윈스에 선택을 받은 김범석(18·경남고)이 먼저 손꼽혔다. 그럼에도 키움의 ‘픽’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고형욱 단장 이하 프런트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같은 이도류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오타니는 지난해 투수로 9승 2패 평균자책점(ERA) 3.18에 타자로 46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만화 같은 시즌을 보내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올 시즌엔 투수로 12승(8패) ERA 2.55, 타자로도 34홈런 88타점을 기록 중이다.

키움은 김건희에게서 오타니의 향기를 맡았다. 포수와 타격 능력 모두 재능을 나타낸 그는 올해 투수로도 9경기에 나서 13⅔이닝을 소화하며 ERA 1.29 탈삼진 14개를 기록했다.

아무래도 투수를 병행하기 위해선 체력적 부담이 큰 포수보다는 지명타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한 어깨가 강점이기에 외야수로 변신할 수도 있다. 아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팀장은 “이도류는 조금 조심스러운 얘기”라면서도 “두 가지 모두 되면 이도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위대함으로 바꿔줄 수 있는 현장의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했고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는 자신감이 넘친다. 드래프트 행사를 마친 뒤 만난 그는 “포수와 투수 어느 포지션에 가더라도 자신이 있다”며 “지금은 어느 한쪽으로도 마음이 치우쳐 있는 상태는 아니다. 포수나 투수 둘 다 기회가 된다면 프로에서 성실하게 배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고형욱 키움 단장(왼쪽)이 1라운드 지명 선수 김건희에게 키움 유니폼을 입혀주고 있다.

 

롤 모델 역시 오타니였다. 김건희는 “오타니와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따라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팀에서 먼저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 성실하게 배워 나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화제의 인물이었던 김유성(21·두산 베어스)을 차치하더라도 프로야구는 지난 몇 년 간 선수들의 각종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았다. 키움도 이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와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는 게 오타니이기도 하다. 오타니는 바른 품행과 선행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김건희는 “오타니는 인성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야구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최고”라며 “나도 야구 실력은 물론이고 야구 외적으로도 성실한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타니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투수와 타자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함께 하게 될 선배이자 KBO리그 투타 톱클래스인 이들을 새로운 롤 모델로 삼았다. 김건희는 “안우진 선배에게는 팔 유연성이나 하체 쓰는 방법, 공을 빠르게 던질 수 있는 능력 등을 배우고 싶다”면서 “타자 이정후 선배에겐 정말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상원 팀장은 김건희를 지명한 직후 “설렘에서 기쁨으로 바뀐 상태다. 김건희가 가진 재능적 가치를 위대함으로 바꿀 적임자가 우리라고 판단했고 팬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잘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당장은 너무도 큰 꿈처럼 보이는 일.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이도류 선수의 등장은 상상만 해도 설렘으로 다가온다. 키움과 키움 팬들을 넘어 한국 야구 전체가 김건희의 위대한 도전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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