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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승격, 무명 이정효 감독 특별한 반란 [K리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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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승격, 무명 이정효 감독 특별한 반란 [K리그2]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2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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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시즌 전과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당시엔 1부 리그에서 내려온 광주FC를 주목하는 이를 찾기 어려웠다. 엄원상(울산 현대)이 떠난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프로 초보 감독이 이끄는 팀에 대한 위협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정효(47) 감독이 이끄는 광주FC는 FC안양이 21일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2 하나원큐 K리그2 28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대전하나시티즌에 0-1로 패하면서 잔여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1위를 확정했다.

이날 패한 2위 안양(승점 63)은 잔여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도 광주(승점 78)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 이로써 광주는 강등 1년 만에 곧바로 다시 1부 리그(K리그1)로 승격하게 됐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가 강등 1년 만에 곧바로 K리그1 승격을 이뤄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에서 활약한 선수지만 그의 이름을 아는 축구 팬들은 많지 않았다.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다.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아래서 오랜 시간 코치로서 경험을 쌓았지만 프로 감독은 처음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광주는 그런 이 감독을 애타게 원했다. 과거 광주에서 수석코치를 했을 때 선수들이 감독보다도 더 따를 정도로 평가가 좋았던 기억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수 차례 고사했지만 집요한 러브콜이 결국 그의 마음을 되돌렸다.

그럼에도 주변에선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시즌 전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광주를 우승후보로 꼽은 팀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핵심 선수가 빠져나가고 1부 리그에서 강등 당한 팀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하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을 믿고 수 차례나 제안을 해준 광주의 뜻을 저버릴 수 없었다.

엄지성(가운데)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과 베테랑들이 이끄는 탄탄한 수비로 광주는 K리그2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시작은 불안했다. 개막전에서 K3에서 합류한 김포FC에 1-2로 패한 것. 그러나 2라운드에서 우승 후보 대전하나시티즌을 잡아내며 자신감을 키웠다. 3연승을 달린 뒤 부천FC에 덜미를 잡혔지만 이후 15경기 연속 무패(11승 4무)를 달려가며 선두 체제를 구축했다.

엄원상이 떠났지만 같은 금호고 출신에 성씨와 빠른발, 파괴력까지 닮은 엄지성(20), 또 다른 금호고 출신 장신 공격수 허율(21) 등을 성장시켰다. 엄지성은 8골, 허율은 6골 4도움으로 막강한 화력을 내고 있다. 여기에 헤이스(29)는 12골로 팀 내 최다골 보유자. 59골로 최다득점 1위에 오른 원동력이다.

중원을 지키는 정호연(22)도 팀의 간판이자 미래를 책임질 선수고 베테랑들이 지키는 수비도 안정적이다. 주장 안영규(33)를 중심으로 리그 최소인 30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냉정한 승부사 이 감독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감독은 승리했다고 무조건 만족하지도 않고 오히려 고쳐야 할 점이 보이면 선수들을 나무라기까지 했다. 상대 움직임에 따른 위치, 압박 시 유지해야 할 각도, 상대 패스워크가 이뤄지는 경우의 수 등 다양한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고 주입시켰다.

최단기간 승격을 확정한 광주는 남은 경기 역대 최다승과 최다승점 기록 경신에도 나선다. [사진=광주FC 페이스북 캡처]

 

선수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자자하지만 성장을 위한 밑거름임을 제자들 또한 잘 알고 있다. 이정효 감독의 색깔이 점점 선수들에게 입혀졌고 팀은 하루하루 강해졌다. 6월 경남FC에 1-4로 지며 연속 무패 기록이 깨졌고 이후 김포에 비기며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팀을 다시 잘 추스렀고 이후 11경기 연속 무패(6승 5무)를 달리며 결국 승격까지 확정지을 수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광주는 K리그2 역사상 가장 많은 잔여 경기(4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우승을 거뒀다. 기존 기록은 2013년 상주, 2019년 광주의 3경기였다. 남은 4경기에서 한 번만 더 이기면 K리그2 최초 승점 80 고지를 넘긴다. 두 번 이기면 2017년 경남FC의 24승을 넘어 역대 최다 승리 기록도 세운다.

그러나 이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지금의 팀 컬러와 일정 부분의 선수 보강, 예산 지원 등이 더 이뤄진다면 1부 리그에서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더 멀게는 상위 스플릿 진출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까지도 목표로 삼는다.

누구도 이 감독이 이런 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감독이 이끄는 광주의 K리그1 도전기가 벌써부터 축구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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