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스포츠JOB아먹기(94) 곽민선] 축구·e스포츠 아나운서 "점을 이으세요"
상태바
[스포츠JOB아먹기(94) 곽민선] 축구·e스포츠 아나운서 "점을 이으세요"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2.09.23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윤홍준 객원기자] 스포츠산업 진출을 목표로 하는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꿈꾸는 직군이 바로 아나운서다. 중계하는 캐스터, 경기 전후로 선수나 감독을 인터뷰하는 리포터 등을 아우르는 직업이다. 생생한 현장과 열광적인 팬을 잇는 연결고리라 인지도가 높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  

최근엔 게임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기존의 프로스포츠뿐만 아니라 e스포츠 현장에서 활동하는 아나운서가 대폭 늘었다. 막강한 젊은 팬덤을, 그것도 글로벌을 대상으로 보유하고 있는 e스포츠라 아나운서는 더욱 더 각광받는 선망의 직업이 됐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가 최근 축구와 e스포츠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곽민선 아나운서를 만났다. 개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17만에 달하는 그가 스포츠아나운서 지망생을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스타잇으로 소속사를 옮긴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곽민선 입니다.

K리그 프로그램 ‘크크크’의 MC와 이스타TV ‘곽정순의 파워슈팅’에서 곽을 맡고 있습니다. 곧 배틀그라운드 ‘PCS7’, ‘스타크래프트 대학대전 시즌2’ 등에서 인사드리겠네요."

곽민선 아나운서. [사진=유튜브 '체육시간' 캡처]
곽민선 아나운서. [사진=유튜브 '체육시간' 캡처]

- 아나운서를 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을 들려주세요. 

“너무 긴 이야기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열살 때 부터 TV 뉴스를 보고 앵커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자라면서 미디어 업계에 지각변동이 생기고 아나운서의 개념은 바뀌어갔어요. 정확히는 이 애매모호한 직업이 좋다기 보단,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업 중 하나를 고른 것 같아요.

10대에는 열심히 공부만 했고, 스무살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에 입학했어요. 당시 이금희 교수님을 비롯한 숙대 출신 선배들이 현업에 많았습니다. 학과 커리큘럼이 상당히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아나운서 등용문 같은 곳이었어요. 지금도 장예원(SM C&C), 안나경(JTBC), 김설혜(채널A), 김가영(MBC), 배혜지(KBS), 윤수빈(LCK) 등 숙대 동문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대학교는 후회없이 열심히 다닌 것 같아요. 학교생활을 하면서 각종 토론대회, 방송국 인턴십, 대기업 봉사활동, 해외 교환학생 등 저도 모르게 소위 8대 스펙이라 하는 것들을 쌓았어요. 이제 와서 조심스럽게 고백하지만 결국 내가 하고자 했던 일에 솔직히 학벌이나 스펙 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걸 몰랐어요. 하지만 그 땐 재밌었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경험이 더 나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경제채널 아나운서에서 스포티비 게임스(SPOTV GAMES)로 옮긴 계기가 궁금합니다. 

"경제채널 앵커로 일할 땐 대학생이었어요. 한창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았고 각종 정치적 사안과 기업의 호재 등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어요. 하지만 정통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할 때라 이후 케이블 방송국으로 이직해 뉴스 앵커로 일했는데요. 1년 이상 일하다 보니 그런 미련은 또 없어졌던 것 같아요. 남들처럼 치열하게 살다가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일까 고민한 게 스물여섯이었어요.

그 때 인터넷 게임 방송을 보면서 막연하게 게임 쪽으로 장르를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운명처럼 스포티비 게임스 공채가 떴고, 얼굴 없이 목소리 중계만으로 1차 테스트를 통과했어요. 프리랜서로는 고인물인 게임판에서 아나운서 또한 '뉴비'로 입문하기 만만치 않았어요. 하지만 정규직으로 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스포츠 아나운서가 일반 아나운서와 다른 점은?

“사실 요즘은 하나만 방송하는 분들이 없기 때문에 아나운서들을 애초에 분류하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래도 굳이 차이를 꼽자면, ‘팬덤’인 것 같아요. 규모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중계진 또한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을 함께 하고 있는 식구들이기 때문에 확실히 스포츠와 e스포츠에서는 아나운서를 고유 아이덴티티를 가진 캐릭터로 여겨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장르를 옮기면서 인지도가 생겼고 여기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많이 찾았어요.”

곽민선 아나운서. [사진=유튜브 '곽민선' 캡처]
곽민선 아나운서. [사진=유튜브 '곽민선' 캡처]

-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은요? 

“여자 아나운서 뿐만 아니라 캐스터를 준비하는 남자분들 또한 기본적으로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녀요. 그저 수업을 듣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한창 시험에 임하는 경쟁자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에요. 내 단점을 알고 어떤 스타일이 더 나은지 등을 혼자서 알기는 어려워요. 대학교 언론고시반이나 스터디 등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해요.

기본적인 호흡, 발성, 발음 준비가 끝나면 스타일링과 스토리텔링에 주목해야 해요. 먼저 스타일링은 나에게 어울리는 헤어, 메이크업, 의상을 찾아가며 신뢰감 혹은 매력을 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나 목표 등을 내가 가진 가치관과 경험에 의거해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해요. 

시험에 합격하면 다시 경쟁이 시작돼요. 축구선수가 데뷔무대에서 바로 프로로 뛰는 것처럼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에요. 선배에게 교육받을 기회는 없습니다. 오직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요. 물론 진짜 방송다운 방송을 하기까지 최소 1년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지망생들이 원하는 방송국에 입사하기 전까지 다양한 곳에서 방송경력과 노하우를 쌓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 뻔하지 않고 재미있는 인터뷰 질문을 구성하는 팁이 있는지?

“경기에 대한 심층적인 질문 외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인터뷰이가 방긋 웃을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내가 인터뷰를 준비하면 게임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에 대한 사전 조사, 아니 거의 뒷조사를 마치 수사대처럼 해요. 여자 아나운서가 게임에 대해 잘 알면 감탄하지만 선수와 그스토리에 대해 잘 알아주면 감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포인트에서 선수는 나를 믿고 마음의 빗장을 열며 진솔한 대답을 주기 시작해요.

늘 마지막 주자인 선수가 엔트리 첫 번째로 나선 전략이나 레반도프스키의 상이한 활용법에 대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매치 승리 후 보여준 하트 세레머니를 캐치하고 ‘얼마 전 결혼하셨는데 축하드린다, 아내분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등의 멘트는 많은 팬분들의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어요."

- e스포츠 아나운서만이 가지는 매력은요? 반대로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갖가지 매력과 아쉬운 점을 차치하고 돈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해요. 솔직히 잡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벌이’일 것 같은데요. 프리랜서 e스포츠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많아요. 게임 리그에서 인터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각종 게임광고나 행사 등이 쏟아지거든요. 또한 게임에 대한 특이성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다른 일반 종목에 비해 단가가 세요. 그런데 수입창구도 그만큼 고여있어요. 게임판은 오랜 시간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한눈 팔다가 내 자리를 잃어버리기가 쉬워요. 이 말은 다른 장르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는 까다롭다는 뜻입니다."

곽민선 아나운서. [사진=유튜브 '곽민선' 캡처]
곽민선 아나운서. [사진=유튜브 '이스타TV' 캡처]

- 피파온라인은 스포츠 게임인데 배틀그라운드, 스타크래프트 등은 스포츠와 관련이 없습니다. 어떻게 준비하시는지요.

“프로게이머나 게임BJ들이 대부분 게임을 할 줄 아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게임을 계속 시청하면 일맥상통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요. 회사를 다녔을 때 모든 게임을 한 번씩 해보면서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어요. 그리고 그 중 하나에 깊이 빠지면 무척 재밌어요. 요즘은 스타크래프트가 가장 재밌는 것 같아요. 원래 저그인데, 모든 종족을 한 번씩 다해보는 중이에요."

- 향후 계획과 목표는요?

“같은 축구팬, 게임팬으로 방송을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최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방송활동에만 집중하기 위해 소속사와 계약했어요. 정보 전달엔 익숙하지만 내 매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어필하거나 웃음을 선사하는데엔 아직 많이 서투르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의 응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틈틈이 공부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먼 미래에는 미디어학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요."

-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

"‘Connecting the dots’라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말이 제 20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여러분들에게도 필요한 말이지 않을까 싶어요. 행동력, 추진력을 갖고 일단 하세요. 미래라는 점을 찍고 직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미래는 너무 길고 재밌습니다. 지금 도전하는 것들이 남들이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일지라도, 혹은 실패할지라도, 그 모든 순간은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차이’를 줄 것입니다. Go your own way!"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