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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만 무서웠던 벤투호, 그래서 더 아쉬운 유연성 [한국 코스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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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만 무서웠던 벤투호, 그래서 더 아쉬운 유연성 [한국 코스타리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24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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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소집 전 마지막 모의고사. 그 첫 경기 코스타리카전에선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공언한 것처럼 큰 변화를 찾아볼 순 없었지만 가능성을 발견할 순 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9월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이전과 약간 변화된 4-1-3-2 포메이션으로 나선 대표팀은 시종일관 상대에 우위를 보였고 더 완성도 높아진 공격 연계를 펼쳤다. 단 전반 35분 이후엔 이 같은 파괴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파울루 벤투 감독(가운데)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23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에이스 듀오 손흥민(오른쪽)과 황희찬의 골이 없었다면 시종일관 우위를 잡고도 질뻔 했던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의 키워드를 ‘변화’로 꼽았다. 전술적 변화를 바탕으로 2경기에서 모두 다른 축구를 펼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시작은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측면이 아닌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함께 최전방에 세우는 전술. 좌우엔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과 권창훈(김천 상무)가 배치됐고 그 뒤를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정우영(알 사드)이 받쳤다. 후방은 김민재(나폴리)와 김영권(울산 현대)이 든든하게 지켰고 좌우 풀백 김진수(전북)와 윤종규(FC서울)는 공격시에 과감히 전진하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모든 게 매끄러웠고 벤투 감독의 플랜A는 더 완성도를 더한 것처럼 보였다. 기존의 방식에 속도가 더해졌고 공을 잡은 선수들은 지체함이 없었다. 공을 넘겨받으면 드리블 혹은 패스, 크로스 등을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된 것처럼 실행했다. 코스타리카 수비는 대표팀 공격에 쩔쩔맸다.

이 과정에서 선제골도 나왔다. 윤종규의 스로인 후 권창훈-황인범의 원터치 패스로 다시 윤종규에게 매끄럽게 공이 연결됐고 패스를 넘겨받은 황희찬은 수비 3명을 피해 예리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대표팀 공격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골이 추가되지 않았을 뿐 벤투 감독 부임 후 어느 때보다 완성도가 높은 공격을 보여준 전반이었다.

전반전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으나 이는 후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전 답답한 흐름 속 전술 변화를 가져가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후반엔 달랐다. 코스타리카는 전반 이후 대응법을 찾은 듯 대표팀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진의 슛은 번번이 수비벽에 막혔고 대표팀은 황희찬의 돌파력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졌다. 수비에선 실수도 연발하며 역전까지 허용했다. 전형적으로 잘 풀리지 않을 때의 대표팀 경기였다. 막판 상대 골키퍼가 무리한 공격 저지 과정에서 퇴장을 받았고 이 프리킥을 손흥민이 성공시키며 2-2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만족할 순 없었던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좋은 경기했다”면서도 전반전 35분까지로 범위를 제한했다. “전체적으로 주도했고 이길 만한 기회도 충분했지만 전환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공격에서 손흥민과 황의조 등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장면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이를 차치하더라도 전반전과 경기력의 차이가 너무도 컸던 것은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욱이 전술적 유연성 부족이 도드라져 보였다. 후반엔 상대가 대표팀의 전술을 완벽히 이해하고 나온 듯한 경기를 보여줬음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기민하지 못했다. 교체 카드 5장을 썼지만 전술적 변화는 없었다.

9월 두 차례 평가전은 최종엔트리 발표 전 치르는 마지막 모의고사다. 다양한 선수를 그저 활용해보는 것이 아닌 월드컵 본선 무대를 가상한 경기여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5명의 교체 카드 중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손준호(산둥 루넝) 정도를 제외하면 각 포지션 1순위 선수들이 지쳐서 쓰는 카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벌어질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전술 변화도 없었고 이강인(오른쪽) 등을 활용하는 과감한 선수 기용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전형적으로 안 풀릴 때 대표팀의 경기가 재현됐다.

 

자연히 스페인 라리가에서 맹활약 중인 이강인(마요르카)을 활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이에 대한 질문에 “백승호나 김태환, 조유민도 마찬가지로 출전하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냉소적으로 답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언론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강인 없이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앞서 벤투 감독은 이강인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언론과 팬들이 선수 개인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팀이 더 중요하다. 선수 개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해야 한다”고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강인을 반드시 써야할 이유는 없다. 전술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후반전 분명히 고전하고 있음에도 어떤 전술적 변화도 없었고 주목할 만한 교체도 없었다는 건 분명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최종소집 전 실전경기는 오는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카메룬전만이 남았다. 가능성은 분명히 보였으나 이날 보인 답답함을 모두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지나친 기대다. 그렇기에 선수와 전술 활용에 모두 소극적이기만 한 벤투 감독의 판단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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