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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땡큐', 두산 팬들 간절한 소망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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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땡큐', 두산 팬들 간절한 소망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08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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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통산 타율 0.267.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야수에 팬들은 열광했고 그의 마지막을 보며 오열했다. 오재원(37)이라는 한 야구선수가 두산 베어스와 팬들에게 얼마나 큰 존재감을 남겼는지 알 수 있다.

오재원은 8일 16년간 안방으로 썼던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3511명 관중과 함께 뜨겁게 눈시울을 붉히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8일 시즌 처음으로 매진 사례를 기록한 잠실구장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2003년 지명 후 2007년 데뷔한 오재원은 데뷔 후 16시즌 동안 두산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발한 주루 플레이와 새로운 이정표를 쓴 2루수 수비, 임팩트 있는 타격으로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단순히 숫자만으론 그의 가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2010년 이후 두산의 전성기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오재원’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탄탄한 수비력, 한 베이스를 더 달리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 두산의 상징은 모두 오재원의 강점이었다.

2015년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주장을 맡으며 두산에 7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을 선물했다. 끊임없는 전력 누수 속에서도 ‘오재원 정신’으로 버텼던 두산이다.

경기 전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2015년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어 준 베스트 멤버 모두가 내게 특별하다. 세월이 흘러 새로운 선수들이 오고 또 떠나는 선수들이 있다”며 “오재원도 본인이 가장 아쉬울 것이다. 현장에 오랜 시간 있으면서 베테랑이 은퇴하는 걸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 못 할 감정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어 “1년 있다가 가는 선수가 아니지 않나. 몇 년 동안 함께 지낸 선수다. 감독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있다”며 수년간 주장을 맡긴 것에 대해 “처음에는 (오)재원이를 시켰다가 다음에 (김)재호에게 맡겼다. 그후 다른 선수들을 찾아봤는데 주장이란 자리를 자주 바꾸는 것보다는 재원이가 가장 잘 해낸 만큼 믿고 맡기려 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팬이 준비한 과일컵 트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오재원. [사진=스포츠Q 안호근 기자] 

 

오재원의 부진과 함께 영원할 것 같던 강팀 두산도 올해는 내리막길을 탔다. 9위로 내려앉은 두산은 81패로 구단 최다 패배 불명예 기록을 썼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스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올 시즌 처음으로 잠실구장이 만원사례를 이뤘다.

이날 경기 전 잠실구장 앞 선수단 출입구 쪽엔 오재원을 위한 특별한 트럭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재원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선수단과 관계자들에게 과일컵을 전달하는 트럭으로 2010년 이후 오재원에게 깊이 빠져든 팬 김모 씨(28)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그는 “선수가 스스로 오래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다보니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었다. 너무 우울하지 않게 은퇴식 했으면 하는 마음에 준비하게 됐다”며 “고생했다고 박수쳐주고 싶다. 많은 좌절도 있었을텐데 이 길을 묵묵히 걸어준 것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어떤 길 가더라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준비하기엔 비용적인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으나 “살면서 힘들 때 오재원을 보며 잊을 수 있었다. 내 삶의 활력소였다”며 흔쾌히 준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 전 열린 은퇴식에선 동료들이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오재원과 동료들, 팬들이 함께 찍었던 셀카 세리머니 장면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오재원의 등번호가 새겨진 액자와 함께 양팀 선수단의 꽃다발 선물, 이어 두산의 레전드 더스틴 니퍼트가 현장을 찾아 오재원의 마지막을 장식해줬다. 오재원은 그동안 잘 참아왔던 감정을 쉽게 억누르지 못했다.

특별엔트리에 등록돼 이날 경기 벤치에서 대기하던 오재원은 팀이 0-2로 뒤진 8회말 2사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울려퍼졌다. 오재원이 대타로 출격했다. 오재원의 기습번트는 아웃으로 끝을 맺었지만 관중석에선 뜨거운 함성이 그치지 않았다. 오재원은 9회초 자신이 가장 빛났던 2루수 위치에서 커리어 마지막을 장식했다.

경기 후 은퇴식 2부에선 오재원을 위한 특별한 영상이 상영됐고 이어 은퇴사가 잠실구장에 울려퍼졌다.

두산 동료들이 은퇴식 종료 후 오재원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어릴적 할아버지, 아빠와 함께 LG를 응원하러 이 야구장에 오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꿨다“면서도 “그런 엘린이가 대학교 때 김우열 선생님을 만났고 김경문 감독님을 만났으며 김인식 대표팀 감독님의 부름을 받았으니 전 태어날 때부터 두산이 인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커리어 첫 우승을 함께 했던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은퇴한 선수, 지금은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오재원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내 자랑이자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이름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팬들을 떠올렸다. “두산 또 저의 팬 여러분.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렇게 가득 메워주시고 박수 쳐주셔서 감사했다. 저는 이제 다른 오재원으로 뵙겠다. 감사했다“고 은퇴사를 마쳤다.

관중석에선 눈시울을 붉히고 심지어 오열하는 팬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OB(두산 전신) 시절부터 베어스를 응원했다는 박모 씨(41)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뒤 “(오재원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다. 허슬두의 상징이었고 그런 정신으로 희생하며 팀을 잘 이끌어줘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어쩌면 두산 팬들 모두가 생각하고 바라고 있을 생각을 표현했다. “오재원이 있기에 두산을 더 사랑하는 팬들이 많았고 오재원 또한 두산에 있기에 더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꼭 당장이 아니더라도 다시 두산에서 함께 호흡하며 함께 하는 장면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팬들이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오재원은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볼 것이다. 당장 뭐라고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다”면서도 “(지도자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생각이 있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들”이라고 가능성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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