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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나비효과', 가을야구 홈런 가치란 [SQ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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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나비효과', 가을야구 홈런 가치란 [SQ모먼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16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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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은 압도적이었고 승부는 일찌감치 기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을야구는 흐름. 홈런왕 박병호(36·KT 위즈)의 한 방은 뻔한 것 같았던 분위기를 묘하게 끌고 갔다.

KT와 키움의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이 열린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6회말까지도 승리의 여신은 키움을 향해 웃어주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이자 친정팀을 상대로 처음 가을야구에 나선 박병호의 한 방은 승부의 흐름을 미궁 속으로 끌고갔다.

KT 위즈 박병호가 16일 키움 히어로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PO 1차전에서 7회초 추격의 솔로홈런을 날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시리즈는 ‘박병호 더비’라고도 불렸다. LG 트윈스에서 데뷔했으나 만년 기대주로만 불리던 박병호는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된 후 새롭게 태어났다. 5차례 홈런왕에 올랐고 수많은 가을야구에서 존재감을 떨쳤다.

최근 2년간 가까스로 20홈런을 넘긴 박병호. 키움은 자유계약선수(FA) 박병호를 붙잡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 기회를 KT가 놓치지 않았다. 박병호는 KT 유니폼을 입었고 전폭적인 신뢰 속에 KBO 역대 최초 홈런왕 6회 수상자로 등극했다. 그리고 다시 친정을 찾았다.

타격 5관왕에 오른 키움 에이스 이정후는 가을야구에서 다시 만난 옛 동료이자 좋아하는 선배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경기 전 이정후는 “작년까지는 선배님이 홈런을 치면 환호했다. 이제는 홈런을 맞으면 정말 큰일난다”며 “우리가 선배님한테 중요한 상황에서 홈런을 맞고 진 기억도 있다. 또 가을야구에서 언제나 극적인 순간에 홈런을 많이 치셨다. 그런 임팩트 있는 홈런을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불안은 현실이 됐다. 7회초 안우진에 꽁꽁 틀어막혔던 KT 타선. 투수가 김태훈으로 바뀌자마자 힘을 냈다. 박병호가 선봉에 섰다. 김태훈의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고척돔 가장 깊은 중앙담장을 넘겼다.

1-4. 여전히 갈 길은 멀었지만 분위기는 급격히 뒤바뀌었다. 장성우와 안타 이후 최원태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강백호에게 볼넷, 심우준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박병호(가운데)의 홈런 이후 힘을 낸 KT는 동점까지 만들었다. 불펜이 흔들리며 경기를 내줘야 했지만 안우진 등판 경기에 대한 해법을 얻을 수 있는 경기였다. [사진=연합뉴스]

 

7회말 실점 위기를 가까스로 막아낸 KT는 8회초 황재균이 유격수 쪽 깊숙한 땅볼 타구 때 애매한 판정 속 아웃됐지만 알포드의 볼넷, 박병호의 안타에 이어 다시 한 번 1사 1,2루 기회를 맞았다. KBO 최고 타자로 손꼽히던 강백호는 올 시즌 길어진 부상과 부진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 시리즈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박병호와 강백호의 활약 여부가 손꼽혔다.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타수 무안타, 아선 타석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던 강백호는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동점 주자를 불러들이는 적시 우전안타를 날렸다. 승부는 동점.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변함 없이 4번타자로 박병호가 나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긴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경험도 많고 한 방 능력을 갖춘 박병호가 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강백호도 6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상대가 느끼는 위압감도 상당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꼽힌 안우진은 “7회까지 던지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다음 경기를 위해 안 된다고 하셨다. 박병호 선배만이라도 상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됐다”며 “두 번째 타석에서 밀어서 속구 강하게 던졌고 조금 빠진 것 같았는데 그것도 파울홈런을 만들어 놀랐다”고 박병호의 위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 8회말 믿고 맡기는 셋업맨 김민수가 흔들리며 4-5로 다시 흐름을 넘겨줬다. 그러나 맥없이 내줄 수 있었던 경기에서 KT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안우진이 나서는 경기에서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시작을 끊어준 게 믿고 맡긴 박병호였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성과였다.

KT가 시리즈에서 웃기 위해선 반드시 박병호와 강백호의 분전이 필요하다. 그 가능성을 읽어볼 수 있어 패배에도 씁쓸함만 남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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