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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떨친 울산, 우승 원동력은?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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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떨친 울산, 우승 원동력은? [K리그1]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17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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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K리그를 대표하는 명가 울산 현대의 3번째 우승. ‘아시아의 호랑이’는 17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었다.

홍명보(53)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6일 강원도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 A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엄원상과 마틴 아담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22승 10무 5패, 승점 76을 쌓은 울산은 2위 전북 현대(승점 70)과 격차를 지키며 최종전 결과와 관계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K리그에서 가장 많은 10차례 준우승을 거두며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울산의 우승엔 특별함이 있다.

울산 현대가 16일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 A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승리, 우승을 확정짓고 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긋지긋한 준우승 역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2012년과 2020년 두 차례나 정상에 선 울산은 아시아 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K리그에서는 쉽게 웃지 못했다. 1996년, 그리고 2005년 단 2차례 우승이 전부였다. 잘하고도 끝이 아쉬운 적이 많았다. K리그 구단 중 가장 많은 10차례나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13년은 울산 팬들에게 아직도 뼈아픈 기억이다. 선두를 지키던 울산은 최종전에서 포항을 만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팀 3번째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이후에도 비슷한 역사가 반복됐다.

특히 최근 3년 울산엔 준우승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다. 뒷심이 약했다. 2019년엔 승점 동률에도 득점수에서 1골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고 2020년엔 승점 3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앞서가다가 역전 우승을 허용해 고개를 떨궜다. 선두를 유지하던 울산은 막판 중요한 경기에서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 라이벌에 발목을 잡히며 3년 연속 ‘현대家(가) 라이벌’ 전북에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축구 팬들로부터 ‘준산(준우승+울산)’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도 얻었다.

여름 영입된 아담(가운데)은 홍 감독 전술의 핵심 역할을 하며 13경기에서 9골 3도움,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우승으로 보답 받은 화끈한 투자

숙원을 이루기 위한 울산은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2019년엔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와 수비수 윤영선(전북), 데이브 불투이스(수원 삼성), 미드필더 김보경(전북)과 신진호(포항), 공격수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까지 영입했다.

2020년에는 골키퍼 조현우, 수비수 정승현과 김기희, 홍철(대구FC), 공격수 비욘 존슨(노르웨이), 미드필더 원두재와 윤빛가람(제주), 고명진과 함께 유럽 생활을 접고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으로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도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루카스 힌터제어(한자 로스토크)와 김지현(김천),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윤일록, 조지아 국가대표 바코, 신형민 등을 영입하며 우승을 향해 박차를 가했다.

전북과 함께 K리그를 대표하는 큰손임을 영입 결과로 증명했다. 2018년 기본급과 수당을 합친 구단별 선수 연봉 총액에서 2위임에도 전북(177억원)의 절반 수준이었던 울산(94억원)은 지난해 선수 몸값으로 147억원을 쓰며 전북(178억원)과 격차를 크게 좁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동준, 이동경(한자 로스토크), 오세훈(시미즈)의 해외진출로 구멍이 생겼으나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을 시작으로 일본 미드필더 아마노 준(임대)과 측면 공격수 엄원상, J2리그 득점왕 출신 레오나르도 등을 데려왔다. 여기에 여름엔 헝가리 대표팀 출신 마틴 아담을 영입했다. 특히 아담 영입은 시즌 막판 울산 우승에 ‘신의 한 수’가 됐다.

홍명보 감독(가운데)과 함께 새로운 색을 입은 울산은 17년 만에 3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사진=연합뉴스]

 

◆ 2% 부족했던 울산, 홍명보로 완성!

전임 김도훈 감독은 2017년부터 팀을 이끌었으나 2019년과 2020년 연속 준우승에 머문 뒤 팀을 떠났다. 울산은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동메달 신화를 이끌었으나 2년 뒤 나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조별리그 탈락한 뒤엔 대한축구협회에서 전무로 일하던 그였다. 특히 김 전 감독이 울산을 아시아 챔피언으로 이끈 직후여서 부담감이 컸다.

홍 감독 부임 후에도 시즌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울산은 시즌 막판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전북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는 있었다. 홍명보 감독의 색깔이 울산에 덧씌워지고 있었다. 최후방부터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이루는 빌드업 축구에 한 발 더 뛰며 강력한 압박을 펼치는 스타일로 완성도를 높여갔다.

올 시즌은 많은 전력 누수로 걱정이 컸지만 홍명보식 축구는 점점 더 완성돼가고 있었다. 새 얼굴 엄원상(12골 6도움)과 레오나르도(11골 4도움), 아마노(9골 1도움) 등을 완벽히 활용했다. 여름 영입한 홍 감독 전략의 핵심 ‘타깃형 스트라이커’ 아담은 13경기만 뛰며 9골 3도움을 올려 전북의 우승을 도왔다.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는 엄원상(오른쪽 끝). [사진=연합뉴스]

 

선수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활용하는 세밀함에 약속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선수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불같은 면도 있었다. 올 시즌은 선수시절부터 주장을 도맡았던 ‘홍명보 리더십’ 덕을 제대로 본 울산이었다.

홍 감독에게도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는 한 해다. 2002년 주장을 맡아 나선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그는 10년 뒤 지도자로 나선 런던 올림픽에서 기적 같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또 다시 10년이 흐른 뒤 울산 역사에 남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홍 감독은 조광래, 최용수, 김상식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선수와 사령탑으로 모두 K리그 우승을 경험한 사령탑이 됐다.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홍 감독의 다음 목표는 최강팀 자리를 공고히 지켜내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승 후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울산을 모든 면에서 선도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며 “꼭 좋은 선수, 비싼 선수들만 데려와서 우승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선수들을 데려와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새로운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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