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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복귀설, 개막 앞둔 여자배구에 찬물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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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복귀설, 개막 앞둔 여자배구에 찬물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2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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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여제’ 김연경(34·인천 흥국생명)의 복귀와 관중석 100% 오픈으로 많은 관심 속 시즌을 준비 중인 프로배구 여자부. 그러나 때 아닌 이적설 하나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

19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 흥미로운 밸런스게임부터 팀을 음식으로 비유한 재치 있는 표현들, 우승후보 예상 등 현장은 다양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광주 페퍼저축은행發(발) 이적설 하나가 배구 팬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 단순 가능성에 불과한 이야기긴 하지만 안일한 현실 인식에 팬들은 벌써부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학교 폭력 가해 사실로 전 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이재영이 페퍼저축은행과 만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KOVO 제공]

 

미디어데이 하루 전 여자배구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이 이재영(26)과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쌍둥이 동생 이다영(라피드 부쿠레슈티)과 함께 흥국생명 핵심 전력이자 대표팀에서 나란히 활약하던 그는 지난해 2월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며 논란을 키웠다.

결국 혐의는 사실로 굳혀졌고 소속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퇴출 통보를 받은 둘은 살 길을 도모해 그리스 배구리그로 떠났다.

이다영이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팀을 옮겨서도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반면 이재영은 부상 등으로 국내에서 만큼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페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벌써 두 차례나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일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만난 팀 관게자는 “심각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몸 상태 같은 것만 가볍게 물어봤다. 원론적인 대화가 오간 자리”라고 했지만 두 번이나 만났다는 건 이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페퍼의 팀 상황만 보면 일견 이해가 간다. 팀 창단 후 첫 시즌 31경기에서 단 3승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귀화 선수 체웬랍당 어르헝 등 유망한 선수들을 다수 데려오기는 했으나 당장 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재영은 엄밀히 연맹이 아닌 흥국생명의 자체 징계로 V리그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연맹 규정상 3라운드 이전에만 등록을 한다면 이번 시즌에도 바로 뛸 수 있다.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오히려 더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구단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표현은 안하지만 지금 다른 감독들도 (이재영 영입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팬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김형실(70) 페퍼저축은행 감독의 발언은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구단이 이재영 선수와 만나서 오히려 감사하다. 선수 의견을 타진하는 차원에서 만났다고 한다”며 “오히려 더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구단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표현은 안하지만 지금 다른 감독들도 (이재영 영입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뿌리 깊게 박힌 성적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사고다. 팬들은 전혀 생각지 않는 언행이다. 이날 미디어데이가 열린 호텔리베라 앞에는 이재영 영입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트럭이 자리잡고 있었다. 트럭 내 전광판에선 ‘대한민국 배구코트 위에 학교폭력 가해자의 자리는 없다’, ‘학폭 가해자 품어주는 적폐저축은행 OUT’ 등의 문구가 흘러나왔다.

물론 김 감독도 “(사과와 같은) 선행 조치가 안 되면 (영입이) 안 된다.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대국민 사과라든지 그런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후가 뒤바뀌었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팬들의 실망감, 나아가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이재영은 피해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사과를 해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뻔뻔하게 나서고 있는 것. 그러나 이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들은 3차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다. 이재영은 한 발 더 나아가 검찰에 이의신청을 했다.

이재영이 복귀한다면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엔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분명하 잘못을 한 선수를 실력을 이유로 감싸 안을 것이냐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자라나는 선수들에게도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줄 수 없고 자칫 ‘실력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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