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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투혼, 강백호 일깨운 솔선수범 리더십 [KT 키움 준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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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투혼, 강백호 일깨운 솔선수범 리더십 [KT 키움 준PO]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21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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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최근 가장 빠르게 뛴 것 같다. 그땐 말렸어도 뛰었을 것이다.”

발목 인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를 뻔 했던 박병호(36·KT 위즈)는 팀을 위해 재활을 택했고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준PO)가 왜 ‘박병호 시리즈’로 불리는 지를 몸소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박병호는 20일 경기도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준PO 4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KT 위즈 박병호(왼쪽)가 20일 KT 위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PS 준PO 4차전 5회초 1타점 결승타를 날린 뒤 김연훈 코치에게 장비를 넘기고 있다.

 

4위로 KIA(기아) 타이거즈와 치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부터 관심은 박병호에게 쏠렸다. LG 트윈스에서 입단했지만 히어로즈에서 한국 최고의 타자가 된 그가 가을야구에서 처음 친정팀을 상대하는 것이었기 때문.

부상이 변수였다. 시즌 막판 발목 인대를 다쳤으나 가을야구에 나서기 위해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시즌 마지막 2경기 대타로 출전해 연속 홈런을 날리기도 했으나 여전히 수비는 불가능했고 주루에도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친정팀을 만난 박병호는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시리즈 전 올 시즌 타격 5관왕 이정후(키움)는 “(가을에) 극적인 홈런을 많이 치신다. 전에는 환호했는데 이제는 그러면 큰일 난다”고 말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1차전 추격의 솔로포로 한순간에 분위기를 뒤집어놓기도 했던 박병호는 2차전엔 결승타를 날렸다. 이날은 4안타 경기를 치렀는데 특히 끌려가던 경기를 단숨에 뒤집어 놓은 5회 결승타가 백미였다. 박병호는 준PO 통산 최다 타점 기록(19타점)도 경신했다. 이날 데일리 MVP로 상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 화장품 협찬품까지 챙긴 그의 이번 준PO 타율은 0.533에 달한다. KT가 PO에 나서게 된다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강철 KT 감독(오른쪽)은 경기 후 박병호에 대해 "본인이 간절하게 열심히 해서 진짜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박병호는 “이겨서 너무 좋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다. 더그아웃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병호는 말수가 많지 않다. 베테랑임에도 많은 말보다는 누구보다 앞장서는 모범적인 자세로 후배들에게 울림을 준다. 이번 시리즈에도 박병호의 솔선수범 리더십은 빛나고 있다.

불편한 몸 상태에도 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특히 키움에 5-4로 추격을 당한 뒤 맞은 7회말 공격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타구를 날렸다. 1루에서 멈출 수도 있었지만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2루까지 전력질주했다. 박병호는 “(다리 상태가) 괜찮다고 해야 할 것 같다”며 “(2루까지 뒬 때) 별 생각이 없었다. 최근 가장 빠르게 뛴 것 같다. 그땐 말렸어도 뛰었을 것이다. 다리 때문에 못 뛰어서 2루에 못가면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이날 4안타에도 1타점에 그쳤는데 그만큼 주자를 불러들일 상황보다는 직접 뛰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매 순간 박병호는 온힘을 다해 뛰었다. 7회 2루타 후 대주자에게 임무를 넘겨줄 수도 있었으나 “다음 타석이 더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주루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황재균의 2루타 때 다시 홈을 향해 달려 달아나는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이강철 KT 감독도 박병호의 주루 플레이에 대해 “무사 1루와 2루는 차이가 크다. 본인이 간절하게 열심히 해서 진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테랑의 투혼에 동료들도 살아나고 있다. 특히 이날은 그동안 부진하던 황재균과 심우준, 대타로 나선 송민섭까지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건 강백호의 완벽한 반등이다.

박병호는 이날 솔로 홈런 포함 3안타로 완벽히 반등한 강백호에 대해 "어제도 오늘도 확실히 모션이나 밝은 모습을 통해 팀 타선이 좀 더 힘이 나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인 강백호는 올 시즌 길어진 부상과 이로 인한 부진에 시달렸다. 앞서 박병호는 “KT는 강백호가 잘해야 돌아가는 팀이다. 올해 제대로 컨디션을 되찾고 복귀한 것이 아니라 정규시즌에는 고전했지만 (포스트시즌에는) 강백호가 잘해야 한다”며 “강백호의 행동 하나에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 몇 경기 안 남았으니 잘 하든 못 하든 활기차게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선배의 믿음에 보답하듯 강백호는 완벽히 살아났다. 이번 시리즈 매 경기 안타와 함께 타점을 기록하며 감각을 끌어올리던 그는 이날 통쾌한 솔로포와 함께 3안타 경기를 치렀다. 박병호는 “즐겁게 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파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다”면서 “어제도 오늘도 확실히 모션이나 밝은 모습을 통해 팀 타선이 좀 더 힘이 나는 것 같다”고 반겼다.

체력적으로 힘에 겨울 법도 하지만 이날 승리는 5차전 ‘업셋’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박병호는 “오늘은 어찌됐든 타순을 가리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쳤다. 모든 선수들에게 중요한 순간 타석에 들어가는 기회가 생겼고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선수들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5차전 준비하면서 좋은 분위기로 경기한 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 팀 모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5차전. LG의 PO 상대는 22일 오후 2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단 한 경기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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