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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법칙' 깬 애플러, 불운 날린 복덩이 [키움 LG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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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법칙' 깬 애플러, 불운 날린 복덩이 [키움 LG 플레이오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28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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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가을야구 2경기 평균자책점(ERA) 1.13. 그러나 타일러 애플러(29·키움 히어로즈)는 8이닝을 책임지는데 그쳤고 실점은 5점에 달했다. 1패도 떠안아야 했다.

애플러만 등판하면 실책이 쏟아졌다. 야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주전 2루수 김혜성은 “애플러 나왔을 때 실수가 잦았으니 오늘은 그런 실수하지 말자고 선수들끼리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야수들이 도왔고 애플러는 사흘 휴식 후 등판에도 더 힘을 냈다. 등판했던 역대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했던 ‘켈리 법칙’까지 깨뜨렸다.

키움 히어로즈 타일러 애플러가 28일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PS PO 4차전에서 이닝을 마무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플러는 2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 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1구만 던지며 7피안타 2탈삼진 1실점 호투, 팀의 4-2 승리를 견인했다.

올 시즌 6승 8패 ERA 4.30으로 다소 아쉬웠으나 가을엔 달랐다. KT 위즈와 준PO 3차전에선 5이닝을 버티며 1실점(비자책)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3실책이 아니었다면 무실점 투구 혹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었다. LG와 PO 1차전에서도 야수들의 실책 3개로 투구수가 많아지며 3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실점했지만 자책점은 단 1에 불과했다.

야수들도 애플러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경기 전 김혜성은 “PO 1차전 때 안 좋은 실책이 많이 나왔다. 선수들 모두 아쉬워했다. 지난 경기기 때문에 앞으로 잘하자고 생각했다. 모든 선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애플러 나왔을 때 실수 잦았으니 오늘은 그런 실수하지 말자고 선수들끼리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1승만 더 챙기는 상황에서 키움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애플러뿐이었다. 상대는 가을야구에서 ‘무패 법칙’을 써나가고 있는 켈리. 2019년부터 올해까지 자신이 등판한 가을야구에서 5승(개인 3승)을 팀에 안긴 에이스.

그러나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켈리가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95구를 던진 것과 달리 애플러는 조기 강판되며 47구만 던졌다. 사흘을 쉬었어도 같은 몸상태로 보기는 어려웠다.

앞서 등판한 가을야구 2경기에서 야수진의 실책에 울었던 애플러는 이날 안정적인 수비 도움 속에 승리 투수가 되며 키움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사진=연합뉴스]

 

1회초부터 박해민, 김현수, 채은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1사 1,2루에서 오지환을 투수 앞 땅볼, 문보경을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엔 큰 위기조차 없었다. 타선은 1회 1점, 3회 역전까지 이뤄냈고 애플러는 야수들의 안정적인 수비 속에 1점 차 리드를 안정적으로 지켜냈다. 2가지 속구(포심 13구, 투심 27구)는 물론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상 15구), 커브(6구), 포크볼(5구)까지 곁들이며 LG 타선을 잠재웠다.

올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였던 키움은 준PO에서도 5차전까지 치렀다. 불펜진은 불안하고 ‘믿을맨’ 안우진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타선의 체력적 부담도 컸다. 4차전을 잡아내며 사흘 휴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건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를 앞둔 키움에 무엇보다 큰 호재다.

투수 로테이션도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다. 다음달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릴 1차전부터 나흘 쉰 안우진이 등판할 수 있고 혹은 2차전 이후 엿새 동안 충분히 체력 회복을 한 요키시를 등판시킬 수도 있다. 그 경우 자연스레 2차전에 안우진이 등판해 보다 여유 있는 로테이션 운영이 가능해진다. 3차전엔 5일 휴식을 취한 애플러가 다시 등판할 수 있다.

이정후, 푸이그, 김혜성 등 핵심 타자들은 물론이고 김태진, 이용규, 송성문, 임지열, 이지영 등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타자들이 이번 가을야구 알토란 같은 역할을 펼쳐주고 있다. 사흘 휴식으로 피로감만 풀어준다면 SSG 투수들을 공략에도 더욱 힘이 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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