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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향하는 키움, 비인기팀이 살아가는 법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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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향하는 키움, 비인기팀이 살아가는 법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0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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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0-6-7-9-10-10.

관중입장이 제한됐던 지난 두 시즌을 제외하고 10구단 체제로 치른 6시즌 동안 키움 히어로즈의 관중동원 순위다. 수도권팀, 국내 유일 돔구장 활용팀이라는 호재에도 다양한 이유로 여전히 비인기팀이라는 꼬리표를 떼낼 수 없는 키움.

LG 트윈스와 치른 플레이오프(PO)는 4경기 모두 매진을 이뤘지만 응원단석을 제외한 대부분 좌석을 점령한 LG 팬들의 막강한 팬덤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안방에서도 수에서 밀리며 설움을 나타냈던 키움이다.

그러나 끝내 웃은 것도 키움이었다. 키움은 이번 가을야구를 통해 프로야구에서 어떻게 생존해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정규리그 2위 LG 트윈스를 상대로 업셋에 성공하며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나선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구멍 없는 키움, 두산 잇는 가을 강자로

키움엔 타자 5관왕을 차지한 이정후와 투수 2관왕 안우진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가을이 되자 모두가 영웅으로 변모했다.

이들을 필두로 야시엘 푸이그와 김혜성이 중심을 잡고 시즌 중 부진했던 김준완과 이용규가 테이블세터로서 제 역할을 다해냈고 통산 1홈런에 그쳤던 임지열은 대타로 결정적 홈런 2방을, 김태진과 박준태, 김휘집 등도 기대이상 역할을 해냈다.

불펜진이 약점으로 꼽혔으나 선발 투수들의 릴레이 호투에 이어 김동혁, 이영준, 최원태가 잘 버텨줬고 철벽 마무리 김재웅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4세이브를 챙기며 키움의 수호신으로 기세를 떨쳤다.

재정적 여유가 부족한 탓에 젊은 선수들 육성에 더 힘을 썼고 이는 두산과 같이 ‘화수분 야구’로 불리게 된 비결이 됐다. 5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서며 가을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았고 충분한 경험을 쌓아 적당한 긴장감 속 즐길 수 있었다. 이젠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단 한 번도 이뤄내지 못했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위해 인천으로 향한다.

밑에서부터 한 팀씩 꺾으며 KS에 올랐다는 것도 두산을 떠올리게 만든다. 두산의 주특기는 업셋이다. 5차례나 준PO부터 시작해 KS에 올랐고 그 중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것도 두 차례나 됐다. 키움이 두산과 같이 가을의  기적을 다시 한 번 써낼 수 있을까.

청주에서 고척까지 먼걸음을 한 유제민 씨는 "(LG 팬들에) 위축된 건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에게 힘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고척=스포츠Q 안호근 기자]

 

◆ 비인기팀? 실력이 곧 자부심이다

프로야구 명문 구단 현대 유니콘스의 줄기를 이어받았으나 과거 히어로즈 창단 초기 재정난으로 인해 핵심 선수들을 타 구단에 넘기는 과정을 되풀이했고 팬들은 하나 둘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전 대표의 횡령 등으로 인한 실형 선고, 선수들의 각종 사건·사고 등이 이어지며 팬들의 이탈은 이어졌다.

PO 4경기 전부 매진됐으나 LG 팬들의 영향이 컸다. 잠실구장에서 치른 1,2차전 LG 팬들은 키움 응원단석 앞을 제외한 경기장 전체의 70~80% 좌석을 메웠다. 야외구장임에도 LG 팬들의 함성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심지어 키움이 같은 곡을 쓰는 응원가를 부르자 LG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이를 덮어버리기도 했다.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일까. 키움은 잠실에서 치른 1,2차전 실책 6개를 쏟아냈다. 3,4차전 단 하나에 그쳤던 것과 대비됐다. 이정후와 이용규는 안타를 때려낸 뒤 3루 원정 응원단석을 향해 더 큰 응원을 유도했다. 3차전 결정적인 홈런을 날린 이정후는 이 같은 울분을 쏟아내듯 방망이를 강하게 내던지기도 했다. 그는 “LG 팬들이 많고 우리 팬들도 그에 지지 않는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셨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좋은 홈런이 나와서 완전히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세리모니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팬들은 업셋 승리를 챙기며 자존심을 지킨 응원팀이 더욱 자랑스러웠다. 청주에서 먼걸음을 한 유제민(23) 씨는 “히어로즈만 10년 이상 응원하고 있는데 감격스럽다”며 “(LG 팬들에) 위축된 건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에게 힘을 주려고 노력했다. (최원태 선수 말처럼) 선수들이 잘함으로써 LG 팬들이 조용해지는 걸 즐겼다”고 말했다.

올 가을야구 여자친구 유정인(29) 씨와 홈경기에 개근하고 있는 이진원(22) 씨는 “(KS에) 올라갈 줄 몰랐는데 매우 감격스럽다”며 “매력적인 팀인데 팬들이 별로 없다는 것에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을까 싶어 죽어라 응원했다. 어제 이미 목이 쉬었지만 오늘도 힘껏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이번 가을야구 자신이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팀 승리를 이끌며 키움기적의 행보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SSG는 다를까, 사흘 휴식 나비효과를 믿는다

꿈에 그리는 KS. 2010년대 중반 이후 가을야구 단골손님이었던 히어로즈는 KS에도 세 차례나 진출하게 됐다. 그러나 결과는 늘 아쉬웠다. 이번에도 쉽지 않다. 상대는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첫 와이어-투-와이어(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지키는 것) 우승을 이뤄낸 SSG.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5승 11패로 크게 밀렸다.

그러나 단기전은 다르다는 생각이다. 홀로 팀에 3승을 이끈 안우진, 타율 0.429 맹타, PO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이정후가 있고 시즌 중 부진하던 이들이 하나 같이 제 역할 이상을 해주고 있다는 게 큰 강점이다.

무엇보다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마쳐 사흘 휴식을 취했다는 건 큰 자신감을 안겨준다. 걱정이던 선발 로테이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 1차전엔 나흘 쉰 에이스 안우진이 등판하고 2,3차전엔 충분히 회복 기간을 거친 에릭 요키시와 타일러 애플러가 준비한다.

31일 미디어데이에 나선 야시엘 푸이그(왼쪽부터), 이정후, 홍원기 감독.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우승 열망도 크지만 팬들부터 즐기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유제민 씨는 “이 전력으로 한국시리즈에 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좋은 기회를 잡았으니 긴장하지 않고 즐기면서 창단 후 넘지 못한 우승 문턱을 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원 씨도 “다른 팀에 비해 팬층이 적지만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고 주눅 들지 않고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며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우승은 솔직히 안 바란다. 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후회 없는, 멋있는 경기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힘을 보탰다.

이번 가을야구 키움은 자신들만의 확실한 색깔을 유감없이 나타내며 야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젠 마지막 무대인 KS. 키움이 올 가을을 통해 더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진원 씨는 “이정후 때문에 키움에 빠져들게 됐는데 푸이그 등 자세히 보아야 매력이 넘치는 선수들이 많다”며 “사람들이 겉만 보는 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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