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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김강민, SSG 이끄는 신구 짐승 파워 [KBO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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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김강민, SSG 이끄는 신구 짐승 파워 [KBO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04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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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SSG 랜더스 외야, 특히 중견수 자리가 심상치 않다. 수많은 가을야구를 경험한 원조 ‘짐승’ 김강민(40)과 그 자리를 이어받을 최지훈(25)이 한국시리즈(KS) 초반부터 나란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최지훈은 지난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KS 2차전에서 5회말 쐐기 투런 홈런을 날리며 팀에 6-1 대승을 안겼다.

1차전에 이어 이날도 수비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하며 고개를 숙였던 그이기에 팀에 확실한 승리를 선사한 한 방은 의미가 남달랐다.

SSG 랜더스 최지훈이 2일 키움 히어로즈와 KS 2차전에서 5회 투런포를 날리며 팀에 대승을 안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강민이 중견수 자리를 지키는 일이 많았지만 올 시즌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시즌 내내 대부분 최지훈이 중견수 자리를 지켰다.

김강민은 2002년 데뷔 이후 21년 동안 팀을 지킨 프랜차이즈 스타다. 일발장타를 갖춘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와 악착 같이 타구를 쫓아 잡아내는 수비로 ‘짐승’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체력적 부담과 최지훈의 가파른 성장세 등이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중견수 자리를 물려주는 모양새였다. 김강민은 뒤에서 후배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봤고 최지훈은 새로운 SSG의 엔진으로서 제 역할을 했다. 새로운 짐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가을야구에서도 먼저 나선 건 최지훈이었다. 다만 첫 가을야구여서 그런지 시즌 때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1차전 팀이 3-2로 앞선 6회초 2사 1루에서 김태진의 우중간 원 바운드 타구를 한 번에 잡아내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어설픈 수비로 1루 주자 이정후의 득점과 김태진의 2루 출루를 막지 못했다. 이후 이지영의 단타 때 추가 실점 빌미가 되기도 했다. 연장 승부 끝 1점 차로 패배했기에 더 뼈아픈 장면이었다. 타석에서도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심지어 9회 대타로 나선 김강민은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는 짜릿한 동점 솔로포를 날리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가을 김강민이 왜 무서운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수비에서 연이어 아쉬운 장면이 나왔지만 한 방으로 만회한 최지훈은 "타격으로 인해 조금은 풀린 것 같아 다음엔 좀 더 편하게 늘 하던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럼에도 김원형 감독은 2차전 선발로 최지훈을 택했으나 또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팀이 3-0으로 앞선 3회 무사 1루에서 송성문의 타구를 우익수 한유섬과 서로 양보하다가 놓친 것. 무사 만루에서 윌머 폰트가 이용규를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실점을 최소화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타석에서 완벽히 실수를 메웠다. 첫 타석 안타로 출루해 득점까지 성공한 그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팀이 3-1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5회말 무사 1루에서 타일러 애플러의 낮은 커브를 강하게 걷어 올려 타구를 우중간 담장 뒤로 넘겼다.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3-1 리드는 불안했는데 5회 지훈이가 투런홈런을 치며 마음의 안정 찾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경기 전 타석에서 마음 비우겠다고 했던 최지훈은 “수비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평소 그런 수비를 하지 않고 위축되지 않는 선수라고 자부했는데 실수 아닌 실수가 나왔다”며 “경기에 영향 미치는 수비가 나오다보니 스스로 위축이 됐던 것 같다. 타격으로 인해 조금은 풀린 것 같아 다음엔 좀 더 편하게 늘 하던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인정을 받던 최지훈이다. 빠른 발을 앞세워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고 강한 송구 능력도 김강민 못지 않았다. 두려움 없는 과감한 플레이로 팀을 살려내는 일이 많았다.

전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는 동점포를 날렸던 김강민(가운데)은 후배가 더 주목받기를 바라며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김강민은 "한 경기를 잡고 흐름을 계속 쥐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전 김강민은 “경기 전 “(최지훈에게) 차분하라고 당부했는데 실수가 나왔다. 차분한 성격이었다면 그런 말도 안 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위축되는 선수는 아니”라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이날 자신의 역할을 다 해냈다.

최지훈은 “첫 실수가 너무나 컸기에 머리나 가슴에서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마음이 생겼다. 원래 하던 것도 못하고 수비 때 눈치 안 보는데 오늘은 계속 (동료들을) 쳐다보면서 했다”며 “나도 모르게 눈치보면서 하다보니 혼자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경기를 앞두고 김강민이 아닌 최지훈을 선발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김원형 감독은 “김강민은 더 결정적인 순간에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강민도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 더그아웃에서 응원만 하다가 끝났으면 좋겠다. 앞에서 우리 선수 누군가 만루홈런을 쳐서 크게 앞서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그 결 그대로 경기가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SG는 최지훈의 홈런으로 크게 앞서갔고 대타 김강민을 활용할 필요도 없이 경기를 마쳤다. 살아난 최지훈과 4개의 우승반지를 끼고 8번째 KS를 치르고 있는 김강민 또한 키움엔 모두 까다로운 선수들이다. 이들의 동반 반등에 2차전을 빼앗긴 키움은 더욱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1승 1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김강민은 자신감이 넘친다. SK 시절 첫 경기를 내준 뒤에도 정상에 섰던 2007년 2008년을 떠올렸다. “한 경기를 잡고 흐름을 계속 쥐고 가는 게 중요하다. 2007년과 2008년에 그랬다”며 “(승패) 주고 받고를 거듭하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번 이기고 분위기를 잡았을 때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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