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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과 LG, 우승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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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과 LG, 우승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07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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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가을야구 진출 확률 100%. 스스로를 실패한 선수라고 표현하지만 ‘감독 염경엽(54)’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다르다. LG 트윈스가 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LG는 6일 염경엽 신임 감독과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옵션 3억원 등 총액 21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염경엽호 LG의 목표는 분명하다. 2002년 이후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해 1994년에 이어 29년 만에 정상에 서는 것. 염 감독 개인적으로도 우승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간절한 꿈이라는 점에서 염경엽호는 분명한 동기부여와 함께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LG 트윈스가 6일 20대 감독으로 염경엽을 선임했다. [사진=스포츠Q DB]

 

LG는 4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섰다. 문제는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는 점. 2019년부터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준PO), 올해는 팀 역대 최다승(87승)을 거두고도 PO에서 3위팀 키움 히어로즈에 업셋을 당하며 가을야구를 조기 마감했다.

정규시즌만 보면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었음에도 LG가 류지현 감독과 이별한 이유다. LG의 이상은 더 높았다. 결과적으로보자면 최소 팀을 KS에 올려보낼 수 있는 감독을 찾기로 한 셈이다. 김태형, 선동열 등이 거론됐지만 LG 20대 감독의 자리는 염경엽에게 돌아왔다.

현역시절 주루플레이와 수비력은 뛰어났지만 아쉬운 타격으로 백업과 대주자, 대수비 등을 주로 맡았던 염 감독은 은퇴 후 프런트와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았다. LG와도 인연이 깊다. 은퇴 후 현대 유니콘스 운영팀에서 일하던 그는 이후 LG 스카우트와 운영팀장으로 쌍둥이와 연을 맺었다. 2010년부터 2년 동안 1군 수비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후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13년 감독으로 승격했고 없는 살림에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유망주들을 끊임없이 키워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엔 KS에도 진출했고 4년 연속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선수단과 팬 모두 한국시리즈 진출, 우승까지 간절히 원했기에 올 가을 허탈감은 더욱 컸다. 염 감독은 LG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사진=스포츠Q DB]

 

2017년부터는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에서 단장을 맡더니 2019년부터 2년 동안은 감독직을 맡았다. 다만 2019년은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시즌이었다. 줄곧 1위를 유지하던 SK는 시즌 막판 9경기 차를 따라잡히며 2위로 가을야구를 치렀고 키움에 덜미를 잡히며 최종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올 시즌 LG와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듬해엔 경기를 치르던 중 쓰러지는 등 건강이 악화되며 중도 사퇴했다. 이후 KBSN 해설위원과 한국야구위원회(KBO) 국가대표 기술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11년 만에 다시 쌍둥이 유니폼을 입었다.

기대감은 크다. 감독으로서 통산 406승 7무 325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56%에 달한다. 다만 LG가 원하는 것이 가을야구 진출 그 이상이라는 점에서 첫 시즌부터 어떤 비전을 제시하며 성적까지 챙겨올 수 있을지로 관심이 쏠린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가장 기대감을 키우는 건 넥센 시절 없는 살림 속에서도 많은 선수들을 키워냈다는 점이다. 조상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서건창(LG), 박동원(KIA), 한현희, 신재영(SSG) 등이 실력을 만개한 것도 염 감독과 함께였다.

야구 밖에 모르는 외골수로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파고드는 자세를 갖췄고 지도자로서 커리어는 물론이고 프런트로서도 일한 경험이 있어 큰 마찰 없이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게 LG의 판단이다.

넥센 시절 많은 선수들을 키워냈던 염경엽 감독(왼쪽)은 LG에서 애제자 서건창과 재회한다. [사진=스포츠Q DB]

 

걱정이 되는 건 확고한 철학이 독이 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다. 넥센 시절엔 뛰어난 작전 구사와 데이터 야구, 선수 육성 등으로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나 SK에선 화끈한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했음에도 작전 야구 비율을 늘리며 장점을 약화시켰고 단기전에서도 조급함을 나타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감독으로 치른 6시즌 중 도중 하차한 SK에서 마지막 시즌을 제외하면 매 시즌 가을야구에 나섰지만 KS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는 점에 걱정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염경엽 감독도 자신을 선임한 이유와 LG와 팬들이 원하는 걸 명확히 알고 있다. 그는 구단을 통해 “KBO리그 최고 인기구단인 LG 트윈스 감독으로 선임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팬들이 어떤 경기와 성적을 원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감독이 되도록 하겠다”며 “최근 젊은 선수들의 큰 성장을 보여준 LG 트윈스의 육성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성장의 연속성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집중하겠다. 그리고 팀과 코치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LG는 2000년대 이후 감독 재계약 사례가 전무했던 팀이다. 팀 최다승을 이뤄낸 류지현 감독과 갈라서고 염 감독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부임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LG 사령탑 자리를 두고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넥센 시절 지도력을 보여주더라도 LG의 높은 이상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당장 팀을 KS, 그 이상으로 이끄는 것만이 염 감독 선임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결과물이 될 것이다. 스스로도 과거에 비해 떨어진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우승으로 증명해야 하는 염 감독이기에 같은 목표로 새 시즌을 준비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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