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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역사, 같은 주역… 뮤지컬과 영화 '영웅' 무엇이 다를까 [스몰톡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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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역사, 같은 주역… 뮤지컬과 영화 '영웅' 무엇이 다를까 [스몰톡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11.21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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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스포츠Q(큐) 글 나혜인 · 사진 손힘찬 기자] 뮤지컬 '영웅'이 영화 '영웅'으로 변주한다.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연출을 맡은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정성화, 김고은,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가 참석했다.

동명 뮤지컬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정성화 분)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1년을 그린 영화다.

이현우(왼쪽부터), 배정남, 박진주, 윤제균 감독, 김고은, 정성화, 조재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원작이 미국 브로드웨이 티켓까지 따낸 바 있기에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여기에 대한민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며 많인 이들의 기대를 자아냈다. 촬영 면에서도 새로운 점을 엿볼 수 있다. 와이어캠 4축으로 촬영하는 기법은 한국 최초로 시도했다고. 음악은 원작 넘버를 유지하며 최대한 영화 음악으로 만들되 원작에 없는 새로운 넘버도 추가됐다.

윤제균 감독은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익숙함을 택했다"며 "뮤지컬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안중근의 과거와 설희의 정당성을 보완했다.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관객의 우려에 대해서는 "저 역시 연기를 하다가 노래가 나왔을 때 느끼는 어색함, 이질감에 대한 우려가 있다. 어떻게 하면 이질감을 없앨 수 있을까, 연기의 연장선으로 느끼게끔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질감을 느끼실 장면은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9년 초연부터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중근 의사의 옷을 입어온 정성화는 "무대에서 노래 연기를 하는 건 무대적인 언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에서 대사를 노래로 하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캐스팅 되고 나서도 어떻게 자연스럽게 전달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고민 끝에 그가 고안한 방법은 '호흡'이었다. 정성화는 "라이브로 녹음할 때도 정제된 노래가 아니라 진심 어린 감정을 쏟아내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뮤지컬에서의 감정은 과잉된 감정이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을도 계실 거다. 이 감정을 자연스럽게 조금은 숙여서 여러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영웅은 기존 한국 뮤지컬 영화에서 사용하던 후시 녹음 형태가 아닌 라이브 녹음으로 진행됐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감정을 담아내 노래하며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고. 윤제균 감독은 "연출을 맡고 가장 먼저 결심했던 게 무조건 라이브로 가겠다는 거였다. 이 결심을 하는 순간 모든 고통이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여러분 상상보다 너무나 많이 힘들었다. 한겨울에도 소리 때문에 점퍼를 입지 못하고 세트장 밑에 담요를 깔았다. 야외 로케이션에서는 벌레 소리를 퇴치하기 위해 방역을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지금 생각해보면 힘든 촬영이었지만 라이브로 가야한다는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라이브로 가야만 했기 때문에 여기 있는 배우분들을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고은과 박진주가 현존하는 한국 배우 중 가장 노래를 잘하는 여배우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화는 사전 촬영, 라이브 촬영, 후시 녹음 총 3번의 과정을 거쳤다. 라이브 촬영 시에는 배우들이 인이어와 마이크를 착용하고 촬영해야 했기에 윤제균 감독의 전작 '국세시장', '해운데'보다 더 많은 CG가 들어갔다. 이와 관련 윤제균 감독은 "인이어와 마이크를 지우는 데만 1000컷 이상의 CG 작업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에 정성화는 "뮤지컬 공연에서 노래를 할 땐 음향의 모든 밸런스가 맞춰져서 관객분들에게도 잘 들리고, 제게도 잘 들린다. 그런데 영화 현장은 힘들다. 백그라운드 음악이 제대로 깔려있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소리를 크게 내면 골이 울려서 백그라운드 뮤직이 잘 들리지 않아 정확한 박자를 맞추는 것도 어렵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윤제균 감독과 기술적인 논의를 많이 거쳤다고 말했다.

무대 세트가 아닌 실제 현장 촬영이기에 로케이션 헌팅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안중근 의사의 생애 중 가장 중요한 장소인 블라디보스톡 장면은 1900년 초반까지의 건물이 많이 남아있는 러시아 라트비아에서 촬영됐다. 윤제균 감독은 "처음에 중국에서 촬영할까 고민했는데, 한한령 때문에 촬영할 수 없는 여건이 있었다"고 라트비아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윤제균 감독.

그러나 해외 로케이션보다 더 심혈을 기울인 것은 역사를 고증하는 세트였다. 그는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게 하얼빈 역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상상으로할 수도 없었다. 고증에 정말 많이 신경 썼다. 더 구체적으로 말슴드리면 이토의 동선, 안중근 의사의 동선까지 철저히 고증에 맞춰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의 블라디보스톡 연설이 러시아어로 선보여진다는 것도 뮤지컬 원작과 다른 점이다. 정성화는 이를 위해 러시아어 연습도 했다고. 그는 "꽤 긴 대사였는데 러시아 분의 녹음을 듣고 매일 아침 남산에 올라가면서 연습했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 영웅을 '어머니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안중근 의사와 어머니 조마리아의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는 "국제시장이 제 아버지의 이야기였다면, 영웅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야기다. 뮤지컬 원작을 보면서도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영웅은 새달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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