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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도 좋다" 쌍천만 감독이 8년 만에 안중근을 택한 이유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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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도 좋다" 쌍천만 감독이 8년 만에 안중근을 택한 이유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11.2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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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스포츠Q(큐) 글 나혜인 · 사진 손힘찬 기자] '쌍천만' 윤제균 감독이 국내 뮤지컬 영화와 역사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윤제균 감독과 배우 정성화, 김고은,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동명 뮤지컬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정성화 분)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1년을 그린 영화다.

이현우(왼쪽부터), 배정남, 박진주, 김고은, 정성화, 조재윤.

윤제균 감독이 2014년 '국제시장' 천만 관객을 달성한 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9년 촬영을 마친 작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 침체기로 개봉을 2년 간 보류해야 했다. 그동안 윤제균 감독은 영화 '히말라야', '공조',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을 각색, 제작하며 시간을 보냈다.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제작보고회를 하는 거라 많이 떨리더라. 안 떨릴 줄 알았는데,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떨리고 부담감도 느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영웅은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을 달성한 감독이 내놓은 역사 영화이자 국내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다. 브로드웨이 진출까지 이뤄낸 원작이기에 영화로 구현되는 모습이 어떨지에 대한 기대치도 엄청나다. 윤제균 감독은 작품이 중심이 되는 안중근 의사에 새로운 배우를 데려오기 보다 2009년 초연부터 원작 속 안중근으로 살아온 정성화를 택했다.

그는 "정성화 배우를 처음 만난 건 '댄싱퀸'이다. 당시 조연으로 참여해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성화 배우가 뮤지컬 영웅 공연을 하고 있어서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 자랑스럽다 멋있다 자긍심이 느껴진다 이런 게 아니라 안중근 의사에게 너무 죄송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했고 많은 독립 운동가에게도 미안했다"고 털어놓으며 원작을 본 경험이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성화는 "뮤지컬 영웅을 오랫동안 한 사람으로서 이런 날이 온 것이 영광이다. 많은 관객분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공연을 보러 오셨을 때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야 된다'고 하셨다. 그땐 제가 한다기 보다 영화 배우분 중 노래 잘하는 분이 하실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제가 옆에서 많이 도와드려야 겠다고 다짐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고 감독님이 저를 부르셔서 '네가 해야겠다'고 하시더라. 제가 그 당시에 86kg가 나가는 거구였는데, 살을 빼야한다고 하셨다. 마침 제가 영웅을 하고 있던 시기여서 14kg를 감량하고 준비했다. 제가 이 영화에 주인공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다른 인물도 아닌 안중근을 맡게 된다는 건 책임감이 막중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정성화.

정성화를 제외하면 새로운 배우들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게 된 김고은은 독립군 정보원 설희 역을 맡아 연기와 함께 세 곡의 노래를 선보인다. 그는 "개봉을 드디어 한다는 게 너무 기뻤다. 개봉이 안되는 것에 항상 아쉬움이 있었는데 홀가분한 마음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첫 뮤지컬 영화 도전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연극영화과를 준비하며서 뮤지컬 노래를 정말 많이 불렀다. 뮤지컬 영웅 노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연습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 열심히 불렀으니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10년의 세월을 생각 못했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10년 동안 한 번도 부르지 못했다가 부르니까 안 되더라. 좌절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 집 방구석에서 많이 울기도 했다. 왜 한다고 했을까. 나는 생각이 왜 그렇게 짧을까"라며 "노래도 기술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발전하기 어려웠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라이브로 촬영한 작품이기에 더욱 어렵게 다가왔다고. 그는 "연기와 노래 중에서 노래를 포기하고 연기에 더 집중했다. 노래에 신경 쓸 만큼 잘하지도 않고, 디테일이 아쉬웠다면 밸런스를 고민했겠지만, 저는 과감히 노래를 포기하고 연기를 하겠다고 결정할 실력이었다"고 말했다.

노래를 잘하기로 정평난 박진주는 독립군 조력자 마진주 역으로 출연한다. 그는 "말도 안 되는 대작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만으로 얼떨떨하다. 3년 전 촬영을 끝냈지만, 3년 전의 박진주는 심장이 더 조그만해서 잘 해내고 싶어서 겁을 잔뜩 먹었다"며 "캐스팅되고 울었던 작품은 처음이다. 너무 놀랬다. 윤제균 감독님이 캐릭터에 진주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저를 캐스팅해주신 것에 감사했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또한 "고은 씨가 저보다 먼저 촬영을 했는데, 노래 촬영에서 호되게 당했다고 하길래 위로를 하면서도 '큰일났다. 이제 어쩌냐' 두려움에 떨었다. 현우 씨랑 같이 부르는데 오열을 하면서 불러야 하는 신이었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라 한국 스태프 분들은 많이 못 가고 해외 스태프 분들이 많이 왔는데, 감독님이 팔불출이셔서 그 분들에게 '대한민국 최고로 노래를 잘하는 배우들이 와서 노래를 한다'고 하신 거다"고 비하인드를 전하며 "저희 하시는 걸 보더니 물음표가 잔뜩 끼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고은.

이에 윤제균 감독은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배우 분들 중 박진주, 김고은 씨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노래를 가장 잘한다. 거짓말이 아니라 팩트다. 힘들게 라이브를 해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중근의 오래된 동지 우덕순 역은 조재윤이 맡았다. 조재윤은 "제가 개인적으로 윤제균 감독님의 팬이다. 미팅 당시 사무실 벽에 JK필름 작품이 쭉 있는 제가 나온 게 하나도 없더라. 배우라면 윤제균 감독님과 하는 게 로망이지 않나. 미팅도 3분 정도에 끝났다. 그런데도 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공간에 머물렀던 뭉클한 기억이 있다"고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독립군 막내 유동하 역을 연기하는 이현우는 군 생활 중에 작품을 제안 받고, 군 제대 후 첫 촬영에 돌입했다. 전역을 앞두고 제안을 받았다는 그는 "당시에는 군인으로서 일적인 이야기가 오간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너무 놀랐다. 윤제균 감독님과 한다는 게 내가 군대에 있다가 힘들어서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군 생활 동안 연기적인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전역을 하고 일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과 걱정도 많았다. 제가 연락을 주셨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컸다. 독립군의 뜨거운 마음 만큼은 아니겠지만, 군인 신분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 하면서 평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독립군 막내도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

영화에는 안중근과 함께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가 큰 역할을 한다. 조마리아 역은 나문희가 맡아 독립군의 어머니로서 가져야 하는 강단과 애틋함, 애절함 등을 폭발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윤제균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다. 제가 디렉셔을 하고 이럴 정도인 연기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나문희 선생님이 노래를 하시는데 진심으로 전하는 노래와 대사가 얼마나 파급력이 큰지 느꼈다. 노래도 잘하시지만 노래를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마음을 전달하는가 그게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여기 있는 분들과 나누기도 했다"고 존경을 표했다. 

영화는 13년 만에 후속작으로 돌아오는 '아바타: 물의 길'과 정면으로 맞붙는다. 윤제균 감독은 이에 걱정을 내비치기 보다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솔직한 마음으론 둘 다 잘됐으면 좋겠다. 아바타와 영웅으로 인해 관객들이 극장으로 올 수 잇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진심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고 밝혔다. 

영웅은 내달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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