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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의 허상, 일본-사우디-'카잔 기적'이 힌트 [한국 우루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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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의 허상, 일본-사우디-'카잔 기적'이 힌트 [한국 우루과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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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빌드업 축구.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을 상징하는 한 단어다. 후방에서부터 차근히 패스 축구로 전진해 골을 넣는 데 목적이 있는 스타일. 점유율과도 밀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카타르 월드컵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자 아시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건 점유율의 허상이었다. 피파랭킹 14위 우루과이와 9위 포르투갈 등을 만나야 하는 28위 한국은 지금까지와 다른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한국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KBS, SBS, MBC, 네이버스포츠, 아프리카TV 등 생중계)에서 우루과이와 격돌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치른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치른 뒤 한국 축구는 소방수로 활약하며 독일을 잡아내며 ‘카잔의 기적’을 일으킨 신태용 감독이 아닌 새 외국인 감독을 찾았다. 이후 4년 동안 지휘봉을 잡고 카타르 월드컵만 바라봤던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빌드업 축구라는 옷을 입혔다.

문제는 이 방식이 한국 축구에 잘 맞는 옷이냐는 것.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선 월드컵 아시아 예선은 차치하더라도 본선 무대에서 만날 강팀들을 상대로 제대로 먹힐 수 있는 전술인지에 의문이 남았다.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고 가진 7차례 평가전에서 4승 2무 1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모두 국내에서만 경기를 치르며 제대로 된 모의고사를 치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예 전력으로 나선 브라질을 상대로는 1-5 대패를 당했다.

문제는 당시에도 한국은 똑같이 빌드업 축구를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실수가 나오며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점유율은 40%로 준수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일본은 23일 독일을 잡아내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사진=연합뉴스]

 

점유율은 과정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팀이 어떤 축구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은 한국보다 확실한 전력 우위를 보이는 팀들이다. 이런 팀들을 만날 때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나타내주는 몇몇 사례가 있다.

이번 대회 충격적인 이변이 두 차례 나왔는데 주인공은 모두 아시아 국가였다. 사우디는 피파랭킹 51위로 3위 아르헨티나를, 24위 일본은 11위 독일을 격파했다.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침착히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펼쳤고 2-1 역전승을 거뒀다는 공통점도 있다.

두 팀은 모두 수비에 중점을 둔 전형을 들고 나왔다.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고 공을 탈취한 후엔 빠르게 전진해 역습을 펼쳤다. 사우디와 일본의 점유율은 24%와 26%에 불과했다. 촘촘한 수비벽에 막힌 아르헨티나와 독일은 조급해졌고 실수를 연발했다. 밀리는 상황에서도 조급해지지 않은 사우디와 일본은 침착히 때를 기다렸고 상대가 전열을 정비하지 못했을 때 허를 찌르며 한 골씩을 만들어냈다.

4년 전 ‘카잔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을 준비했고 점유율 26%에도 2-0 승리를 챙겼다.

벤투호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손흥민(오른쪽). 사우디와 일본, 4년 전 한국을 통해 본 키워드는 수비 중심 전술과 역습, 강력한 한 방이다. [사진=연합뉴스]

 

공격에서 가장 기대해 볼만한 건 역습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의 강력한 한 방이다. 또 약팀이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는 세트피스가 있다. 4년 전에도 코너킥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영권(울산 현대)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반면 위기를 만드는 가장 큰 불안요소는 실수와 파울이다. 실제로 사우디와 일본도 페널티박스 내에서 파울을 범해 선제골을 내줬다. 한국도 4년 전 조별리그 3실점이 모두 문전에서 치명적인 실수와 파울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가 나온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동안 아시아 예선과 그동안 치른 친선경기에선 실수 이후에도 실점 위기를 벗어난 경우가 많았지만 상대가 우루과이, 포르투갈이라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4년 간 갈고 닦은 빌드업 축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수비에 더 무게감을 두면서 확실한 기회를 노리고, 후방에서 실수 없이 깔끔한 패스 플레이가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한국이 우루과이를 잡아내며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털어낼 수도 있다. 이러한 시각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벤투호가 증명해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물론이고 이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모든 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결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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