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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오지환, '중꺾마'로 이뤄낸 '우생순' [골든글러브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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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오지환, '중꺾마'로 이뤄낸 '우생순' [골든글러브 시상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0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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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이 문구는 프로야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과 오지환(32·LG 트윈스)는 9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각각 투수와 유격수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상과 좀처럼 인연이 없던 둘이었기에 더욱 영광스럽게 뜻 깊은 수상이었다. 힘든 시기를 견뎌냈기에 얻을 수 있었던 달콤한 열매였다. 이를 잘 견뎌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9일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수 황금장갑을 수상했다.

 

◆ 2022 최고 투수 안우진, GG선 떨쳐낸 ‘학폭 그림자’

안우진은 올 시즌 최고 투수였다. 196이닝을 소화하며 15승 8패를 거뒀고 평균자책점(ERA) 2.11, 224탈삼진으로 2관왕에 등극했다. 탈삼진은 프로야구 40년 역사를 통틀어도 아리엘 미란다(전 두산 베어스·225개)에 이은 2위 기록이다. 가을야구에서 존재감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그에 걸맞은 보상 중 하나인 트로피와 인연은 없었다.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가 뽑은 최고 투수상을 받았을 뿐, 최동원상과 일구상 최고투수는 김광현(SSG 랜더스)과 고우석(LG 트윈스)에게 넘겨줘야 했다. 스포츠 언론사 시상식에서도 안우진을 찾아볼 순 없었다.

휘문고 재학 시절 연루한 학교 폭력 전력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50인 예비 명단에도 안우진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시상식 전 만난 안우진은 “스스로와 올 시즌 아프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잘 지켰다. 성적도 따라와줬고 팀도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높은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좋은 자리에 서게 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골든글러브를 받는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달랐다. 프로야구 기자단 등 투표인단 중 57.2%가 그를 택했고 안우진은 “이렇게 멋진 상을 주셔서 감사하고 투표해주신 기자님들과 관계자분들게 감사드린다”며 “올 시즌 좋은 기회를 주신 홍원기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우승은 못했지만 높은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끝까지 던질 수 있었던 건 키움 팬들의 응원 덕이다.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부모님,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 더 효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곡절을 겪은 안우진이기에 더욱 남다르게 들렸다.

◆ 몸 낮추던 오지환, 드디어 증명한 최고 유격수의 가치

오지환 만큼 굴곡이 있었던 이를 찾기도 쉽지 않다. 2009년 등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한 그는 잘할 때나 못할 때나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며 ‘오지배’라는 웃지 못할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늘 누구보다 진중한 태도로 경기장에 섰고 많은 팬들이 그를 응원했다.

반면 안티 팬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을 땐 자격 논란으로 많은 비판이 쏠리기도 했다.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억지로 시기를 늦춰왔고 이러한 수혜로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것이 골자였다. 문제는 이와 함께 선수 자체의 가치 또한 평가절하되기도 했고 이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도 기대만큼 대형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지환은 꾸준히 성장했다. 사실 야구계에선 남다른 수비력과 일발 장타 등으로 인해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강정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에 가려 골든글러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인정 받는 한 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밝힌 오지환은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올해는 오지환에게도 적기였다.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김혜성이 2루수로 자리를 옮겼고 오지환도 커리어 최다인 25홈런, 80타점을 기록했다. 주장 중책을 얻고도 팀의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시상식 전 “골든글러브를 받을 자격이 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 성적이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인정 받는 한 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던 오지환은 78.6% 압도적 득표율로 올 시즌 최고의 유격수로 당당히 인정을 받았다.

이미 두 자녀가 있는 오지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최근 결혼식을 올렸다. 겹경사를 맞은 그는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해 준 모든 스승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처음이어서 굉장히 떨린다. 정말 많은 걸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3위로 마쳤다. 동료들이 많이 이적했는데 아쉽지만 우린 강한 힘을 팬분들께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2022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수상자

△ 투수 =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 포수 = 양의지(두산 베어스)
△ 1루수 = 박병호(KT 위즈)
△ 2루수 = 김혜성(키움 히어로즈)
△ 3루수 = 최정(SSG 랜더스)
△ 유격수 = 오지환(LG 트윈스)
△ 외야수 =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나성범(KIA 타이거즈)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 지명타자 =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 페어플레이상 = 이지영(키움 히어로즈)

2022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수상자들. 이정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혜성, 나성범, 오지환, 안우진, 이지영, 박병호, 이대호, 허구연 KBO 총재, 양의지, 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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