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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레오, 강산은 변해도 여전한 존재감 [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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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레오, 강산은 변해도 여전한 존재감 [프로배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12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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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안산 OK금융그룹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32)가 휩쓸던 시대가 있었으나 이젠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런 레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장수 외국인 선수의 특징인 꾸준함을 넘어서는 놀라운 파괴력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레오는 11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한국전력과 2022~20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1세트에만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백어택 각 3개 이상)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내며 36득점, 팀의 3-1(25-22 13-25 25-18 25-22) 승리를 이끌었다.

3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 프로배구 역사상 4번째에 해당할 정도로 진기록이다. 레오는 제2의 전성기를 써나가고 있다.

안산 OK금융그룹 레오가 11일 수원 한국전력전 1세트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해내는 등 활약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사진=KOVO 제공]

 

레오는 10년 전 한국 땅을 밟았다. 대전 삼성화재에서 뛰며 실력을 점점 키웠고 2012~2013시즌부터 3년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차지했다. 

레오 이전 최고 외국인 선수이던 가빈 슈미트의 대체자로 한국을 찾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레오의 경기력은 꾸준히 성장했고 알고도 못 막는 선수로 발전했다. 삼성화재를 두고 ‘레오 원맨팀’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마지막 시즌엔 구단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삼성화재와 이별하게 됐다. 이후 레오는 중국과 터키, 중동에서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며 활약했다.

지난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레오는 트라이아웃을 앞둔 구단들 사이에서 단연 가장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를 손에 넣은 건 행운의 1순위를 차지한 OK금융그룹. 10년 전 206㎝ 큰 키로 주목을 받았으나 다시 돌아온 그는 과거와 달리 100㎏을 넘기며 제대로 몸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안겼다. 그럼에도 레오는 과거와 다름없이 강력했다. 팀이 그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고 막판엔 인대 부상까지 당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강력한 서브는 레오의 상징과 같다. 세트상 서브에이스가 1개를 넘어갈 정도로 상대팀에겐 공포를 안겨준다. 역사상 최고 서브를 보여준 선수로 꼽히는 괴르기 그로저가 세트당 0.83개였다는 걸 생각하면 레오의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트리플크라운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세트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건 2017~2018시즌 인천 대한항공 밋챠 가스파리니 이후 두 번째.

레오는 세트당 서브에이스 1개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앞세워 전체 득점 1위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비시즌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체중도 7㎏ 가량 줄인 레오는 높은 타점에서 찍어내리는 스파이크에 상대팀들을 맹폭하고 있다. 적장들도 레오의 존재감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올 시즌 득점 1위(365점)에 올라 있고 공격종합 성공률(53.42%)도 2위다. 서브득점은 세트당 1개씩 기록하며 1위. 2위 링컨(0.6개)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시즌 종종 라인을 밟았던 실수도 대폭 줄였다.

많은 나라의 리그를 뛰며 과거와 달리 성격은 보다 쾌활해졌고 베테랑으로서 동료들을 독려하는 역할까지도 자처하고 있다. 지치지 않는 체력은 레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 여름 결혼을 하며 아내, 딸과 함께 지내 생활이 안정된 것도 레오의 변화의 큰 이유 중 하나다.

레오의 활약과 더불어 OK금융그룹은 7승 6패, 승점 21로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5위로 봄 배구에 나서지 못했으나 레오의 고공행진과 함께 성적도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압도적인 인천 대한항공, 유일한 대항마로 보였던 천안 현대캐피탈과 함께 올 시즌 판도를 혼돈 속으로 빠뜨릴 기세다.

물론 10년 전과 달리 나이가 많이 들어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이 기량을 꾸준히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활약만 놓고보면 왜 그가 ‘역대급’ 외인으로 불렸는지를 알 수 있다. 그를 대표하는 가장 큰 특징이 지치지 않는 체력이기에 올 시즌 OK금융그룹의 반등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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