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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기둥 지소연, 기대감은 사명감이 됐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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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기둥 지소연, 기대감은 사명감이 됐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23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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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왜 이리 큰 짐을 지고 갈까.”

김혜리(32·인천 현대제철)는 대표팀에서 발을 맞춰온 ‘지메시’ 지소연(이상 32·수원FC 위민)을 보며 이 같은 생각을 했다. 지소연은 축구계에서 받는 관심 만큼이나 여자 축구의 발전을 위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소연은 23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KFA(대한축구협회) 어워즈 2022에서 올해의 여자 선수 수상자로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자 통산 6번째. 이날 나란히 수상자로 주목을 받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와 함께 한국 축구사에 전무후무한 전설로 다시 한 번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소연이 23일 KFA 어워즈 2022에서 2년 연속이자 통산 6번째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올초 인도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이끈 지소연은 소속팀 첼시 레이디스에도 잉글랜드 여자리그와 FA컵 우승을 안겼다. 지난 5월엔 WK리그행을 택했고 리그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며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이러한 영향 속 이날 앞서 사상 첫 WK리그 시상식이 열렸는데 지소연은 당당히 최고 미드필더로 선정됐다. KFA 어워즈에서도  각급 여자대표팀 코칭 스태프와 대한축구협회 여자 전임 지도자, WK리그 8개 구단 감독들의 투표 결과 22점을 얻어 최유리(15점)와 이민아(이상 인천 현대제철·14점)을 제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시상식에 참석한 지소연은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받게 됐다. 올해 2월에 여자 아시안컵에서 최초로 준우승을 했다. 동료들과 함께 이뤄낸 값진 결과였는데 혼자 큰 상을 받게 돼 미안하다”며 “시상식에 오는 길에 동료들이 ‘그만 받아야 되지 않냐’라는 말도 했다. 그래도 좋은 상을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럽기만한 시즌은 아니었다. “11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WK리그를 6개월 정도 소화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어렸을 때 굉장히 뛰고 싶었던 무대를 뛴 만큼 뭉클했다”면서도 “경기를 뛰면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계속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한 해”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경사를 맞은 날에도 여자축구의 미래를 생각하며 "여자축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거리가 있다. 선수와 지도자, 협회, 연맹 모두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나 주변에서 보기엔 선수로서는 흠 잡을 데가 없는 수준이다. 그와 절친한 김혜리는 영상을 통해 “축구에 있어서는 완벽하다. 혼자 골도 넣고 좋은 패스를 할 줄도 안다. 생활에선 할 줄 아는 게 없어 나를 귀찮게 하지만 축구에서만큼은 완벽하다”며 “외롭고 힘든 길을 걸었다. (해외에 처음 나갈 때) 맨땅에 헤딩하러 간 것인데 지금은 우승도 하고 여러가지가 많이 바뀌고 (위상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WK리그를 택했다. 국내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동시에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길이기도 했다. 그는 “외국에서 더 할 수 있지 않냐 물었는데 조금이라도 폼이 더 좋을 때 국내에서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선수들이 더 대우받으며 선수 생활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다. 왜 이리 큰 짐을 홀로 지고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함께 풀어야 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지소연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고심의 흔적이 나타난다. 지소연은 “WK리그 시상식이 12년 만에 처음 열렸다. 굉장히 역사적인 날이다. 환경도 좋아졌고 골때리는 그녀들 등을 통해 여성분들이 축구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고무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여자축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 선수와 지도자, 협회, 연맹 모두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원FC 위민도 남자팀과 같이 운영한다. 자연스럽게 U-12 어린 팀을 육성할 수 있다”며 “다른 WK리그 팀들도 남자팀과 함께 운영하면 큰 시너지가 있고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정몽규 회장(오른쪽)으로부터 트로피와 함께 격려를 받은 지소연은 "내년 월드컵에서 우리도 국민 여러분들이 기쁘고 행복한 한해를 보내시도록 최선 다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소연은 이근호(대구FC)와 함께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공동 회장으로도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선수협은 지소연을 공동회장으로 선임하고 여자 선수협을 발족했다.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나아가 올해엔 유소년 축구 클리닉 등 사회공헌활동도 처음 시작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여자축구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일이라는 확고한 생각이 있다. 지소연을 위시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내년 7월부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릴 여자 월드컵을 위한 담금질에 나선다.

시상대에 오른 지소연은 이어 “올 한해 남자 대표팀 덕분에 온 국민들이 기쁜 마음과 행복한 마음으로 보냈다. 내년에 여자 월드컵이 있다”며 “우리도 국민 여러분들이 기쁘고 행복한 한해를 보내시도록 최선 다해 준비하겠다. 상을 주시면서 정몽규 회장님께서 호주에 한 달 간 최대한 오래 있어보자고 말씀해주셨는데 우리도 최대한 노력해 호주에 오래 있어보겠다”고 굳은 각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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