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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분노 "이런 팀이 있을까 싶다"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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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분노 "이런 팀이 있을까 싶다"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3.01.05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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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이런 팀이 있을까 싶다.”

연승 행진을 거듭하던 선두 수원 현대건설을 잡아냈고 흥행열풍을 일으키고 있던 인천 흥국생명. 좋은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말은 깊은 한숨과 함께 김연경(35)의 입에서 나왔다.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서울 GS칼텍스의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경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취재경쟁이 펼쳐졌다. 최근 벌어진 흥국생명과 감독-단장 동반 경질 사태 때문이었다.

경기 전 신용준 신임 단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의문만 키웠다. 흥국생명이 풀세트 접전 끝 승리를 거둔 뒤 인터뷰실에 김연경과 김해란(39)이 들어섰고 이들의 입을 통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5일 서울 GS칼텍스전 승리 후 인터뷰실을 찾은 인천 흥국생명 김해란(왼쪽)과 김연경이 이영수 감독 대행의 사임 소식을 접하고 아연실색하고 있다. [인천=스포츠Q 안호근 기자] 

 

논란의 핵심은 왜 권순찬 전 감독과 김여일 단장을 동시 해임했는지에 있었다. 흥국생명은 선두 경쟁을 이어가고 있었고 최근엔 현대건설을 잡아내며 분위기도 좋았다.

구단은 앞서 ‘방향성’을 이유로 권 전 감독과 맞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날 신 단장은 “의견 대립이 많이 있다보니 둘을 함께 경질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

물음표만 가득했던 기자회견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됐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팀을 승리로 이끈 두 베테랑이 인터뷰실을 찾았다. 경기에 대한 질문보다는 현 상황을 둘러싼 것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앞서 이영수 감독 대행이 사임 의사를 나타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두 베테랑은 아연실색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그들의 동공이 허공을 방황하는 것이 너무도 명확히 보였다.

김연경은 “선두랑 차이가 많이 안 나서 이제 조금 기회가 오는 것 같았고 현대건설은 외인이 못 뛰는 상황이었기에 그 타이밍이 특히나 아쉽다”며 “선수들도 많이 당황스럽고 많이 힘든 와중에 준비를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지만 이영수 코치님까지 그만두신다고 하니 우리가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해란(왼쪽부터)과 김연경은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동료들은 다독이며 승리를 이끌었지만 경기 후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이 알고 있는 권 전 감독의 사임 배경은 앞서 보도된 그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다음 이야기들은 진실공방을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이끌었다.

앞서 신 단장은 김연경과 옐레나를 전위에 같이 두는 부분에 있어 김 전 단장이 팬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권 전 감독에게 의견을 전했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 대행과 김연경 모두 김 전 단장의 의견에 납득하지 못했다. 이 감독 대행은 “여러가지를 다 시도해본 결과 가장 옳다고 생각한 게 그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각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쟁점은 그것이 아니다.

분명 신 단장은 김 전 단장이 ‘기용에 대한 개입’이 아닌 ‘운영에 대한 의견 개진’이라고 했는데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앞서서도 김 전 단장이 지속적으로 선수 기용에 대한 입김이 있었다는 것. 심지어 김해란은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선수들도 알고는 있었다. 선수 기용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마음 상한 선수들도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며 “이에 대해 알고 있었고 마음이 상했다고 감독님께 말씀도 드렸다”고 말했다.

이영수 감독 대행은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진작부터 생각했던 일"이라며 사임의 뜻을 나타냈다.

 

김연경의 발언은 충격을 더했다. “사실이다. (윗선에서) 원하는대로 경기를 하다가 진 경우도 있었다”며 “이 소속팀으로 경기를 뛰고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하기가 부끄럽다. 이번 시즌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다음 감독님이 오시더라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 원하는 감독은 말을 잘 듣는 지도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누굴 위해서 선임이 되고 경질이 되는지를 우리도 잘 모르겠다. 다음 경기 일요일에 있는데 수석코치님도 나가신다고 하시고 이제는 우리끼리 해야될 상황이 된 것 같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은데 생긴다”고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런 팀이 다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구단에서 운영을 할 수도 있고 여러 상황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이런 팀이 있을까 싶다.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에 나와 솔직하게 털어놔야 할 구단 관계자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엉뚱한 소리만 했다. 반면 아무 잘못이 없는 선수들이 오히려 고개를 숙이는 아이러니한 상황. 김연경은 “늦은 시간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건 팬분들이 지지해주시고 응원 많이 보내주시기게 가능했다”면서 “(이번 일로) 팬분들이 우리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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