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6:22 (금)
부잣집 딸, 서툰 아내, 연기자 엄마... 인간 김혜자의 삶
상태바
부잣집 딸, 서툰 아내, 연기자 엄마... 인간 김혜자의 삶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1.12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배우 김혜자(81)가 배우가 아닌 인간 김혜자의 삶을 공개했다.

김혜자는 11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의 '인생 드라마' 특집에 출연했다. 최근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에세이를 출간한 김혜자는 "연기하면서 배운 것도, 추구해온 것도 있어서 뭔가를 쓰고 싶었다. 나이도 많아지고 저를 정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1961년 KBS 최초 공채 TV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연수 도중 결혼해 가정에 집중하다 연극 무대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69년 드라마 '태양의 연인들'을 시작으로 '개구리 남편', '강변살자', '신부일기' 등에 출연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캡처]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캡처]

그는 "연기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몰라 엄마, 아내로 빵점이었다"고 고백했다. 화려해 보였던 배우 김혜자의 삶은 가족들에게상처를 안기기도 했다. 

아들은 "엄마가 대본을 갖고 있을 때면 앞에 장막이 쳐진 것 같다"고 말했고, 아픈 딸은 김혜자의 서툰 손길에 불편함을 느꼈다. 김혜자는 자녀들을 향한 미안함을 드러내며 "아이들을 외롭게 하고 연기도 흐지부지하고 있으면 정말 면목 없다. 아이들은 '너희 엄마는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하니?' 그런 소리라도 듣게 해줘야 했다"고 악착같이 연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려줬다. 

김혜자는 재무부 장관이자 우리나라 2호 경제학 박사인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어릴 적 살았던 집은 900평 가까이 됐다. 그렇기에 그에겐 주부 역이 가장 두렵게 다가왔다고. 살림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콩나물 손질부터 이불 세탁까지 모든 살림 장면을 고두심, 김수미 등의 배우에게 배우고 사전 연습을 통해 소화했다. 

1998년 췌장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향한 그리움도 전했다. 김혜자는 11세 연상이었던 남편을 떠올리며 "참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저는 '죽으면 천국은 못가도 문앞가지는 데려다 주세요'하고 빈다. 천국에 있는 남편에게 '미안해 자기 살았을 때 너무 잘못했지'라는 말을 해야 하니까. 내게 너무 좋은 남편이었다"고 털어놔 먹먹함을 자아냈다.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캡처]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캡처]

세상 물정 몰랐던 김혜자를 가장 많이 걱정하고 아꼈던 남편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김혜자에 대한 걱정 뿐이었다. 김혜자는 "그동안 축의금, 부의금 봉투에 한자로 쓰는 게 멋있어서 남편이 써줬다. 앞으론 제가 한자를 못 써서 어떡하냐고 하자 가득 써주고 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다시 만나면 누나처럼 잘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83세로 접어든 김혜자는 연기자 인생에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암기력을 걱정했다. 그는 "기억력이 없어지면 (연기를) 그만둬야 되는데 두렵다"고 말하는 동시에 "앞으로 무슨 역이 주어질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며 여전한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나를 잘 끝 마치고 싶다. 어떻게 하는 게 내가 잘 막을 닫는 건가 생각한다"고 요즘의 고민을 전달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