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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논란, 안타까운 야구계 현실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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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논란, 안타까운 야구계 현실 감각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3.01.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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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후배를 위해주려는 추신수(41·SSG 랜더스)의 말은 거센 역풍을 불러왔다. 이 말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추신수는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 ‘DKNET’에 출연해 고교시절 학교 폭력 이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을 감싸는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설 명절 동안 추신수의 발언은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가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발언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SSG 랜더스 추신수의 발언이 큰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핵심은 안우진에 대한 생각이었다. 안우진은 고교시절 학교 폭력 이력이 밝혀지며 프로 입단과 함께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을 받았고 대한체육회 주관 국제대회(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이 영구 정지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주최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달랐다. 선수 선발 권한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있기 때문이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같은 한국계 미국인도 대회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출전 규정이 다소 관대한 대회다.

안우진은 지난해 놀라운 퍼포먼스로 평균자책점(ERA)과 탈삼진왕에 올랐다. 시즌 후 각종 시상식에서 배제되긴 했지만 WBC 출전은 안우진에겐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럼에도 KBO는 국민정서를 고려해 안우진을 제외했다.

추신수는 이에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안우진이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안타깝다“는 것은 약과였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데 선배들이 나서지 않는다“고도 했다.

물론 안우진이 잘못을 했고 그로 인한 징계를 받은 것은 맞다. 그러나 태극마크는 또 다른 문제다. 만약 KBO 자체적으로 추가적인 징계를 받는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국가대표는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리그에 비해 꿈나무들의 추앙을 받기 훨씬 좋은 곳이다. 안우진이 WBC에서 뛰어난 투구를 보였을 경우 어린 선수들은 “잘못을 해도 실력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안우진은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으나 과거 학폭 이력으로 인해 WBC 대표팀엔 승선하지 못했다. [사진=스포츠Q DB]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안우진이 세계적인 선수들 상대로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보고 싶은 게 당연하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 필요했다. 이에 KBO의 안우진 제외 결정은 오히려 박수받아야 한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던 이유였다. 

추신수의 심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석상에서 할 말로는 적절치 못했다. 물론 김광현과 양현종이 아닌 보다 새로운 선수들을 뽑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안우진의 선발 여부는 단순히 이 같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없다.

한국 야구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인프라 때문에 더블A 수준“이라는 발언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부분이지만 그 말 뒤에 다시금 안우진의 WBC 대표팀 탈락 이야기가 붙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치 한국 야구 문화가 미국에 비해 뒤처졌다고 들리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번 안우진 제외 결정은 오히려 보다 나은 성숙한 야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한걸음 나아가는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안우진을 선발했다면 눈앞의 성적에 눈이 멀어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MLB에서 맹활약했고 말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많은 야구계 발전을 위해 씨앗을 뿌린 추신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아직도 야구계 내부에서는 ‘실력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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