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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닫는 젊은이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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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닫는 젊은이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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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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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해보니까 먹스타그램에 쓰는 돈이 한 달에 100만원가량 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피드를 다 밀어버렸습니다."

직장인 박수연(31)씨는 팔로워가 2000명에 가까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던 맛집 소개 게시물 1000여건을 얼마 전 모두 지웠다.

외식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월급은 제자리걸음 하면서 '먹스타그램'(음식·맛집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19일 "보통 게시물 1개에 음식 2∼3개를 보여주는데 워낙 물가가 올라서 최소 5만원에서 20만원 정도가 들었다"며 "생활이 점점 쪼들리면서 소셜미디어(SNS)가 값비싼 취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EPA/연합뉴스]

고물가에 실용적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SNS 계정과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사용 빈도를 줄이는, 이른바 '온라인 미니멀리즘'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여행 관련 콘텐츠를 6년 넘게 올린 신동석(28)씨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말 휴대전화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다.

신씨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공료부터 숙박비, 외식비 하물며 기름값까지 올라 여행 경비가 이전보다 1.5배는 더 든다"며 "코로나가 풀린 이후 2번 정도 해외여행을 갔다가 통장이 텅 비어가는 것을 보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고 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주객이 전도돼 여행 자체보다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건지려고 여행을 간다는 걸 깨달았다"며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얼굴도 잘 모르는 팔로워들 때문에 큰돈을 쓰기가 아까워졌다"고 털어놨다.

SNS에서 매일같이 패션 감각을 자랑하곤 했던 류모(33)씨는 이제 '옷스타그램'(패션 관련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나 근황을 전하는 짤막한 글을 올리는 게 전부다.

류씨는 "'옷을 잘 입는다, 멋지다, 어디서 산 제품이냐' 같은 댓글이 계속 달리면서 나도 모르게 한 번 입고 말 옷이나 고가의 명품 같은 것을 사들이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올라 전세 대출금 갚기도 숨이 막히는 상황에서 너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해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들한테 보여주는 것보다 내 생활을 건실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이러한 'SNS 탈출' 현상을 꼽는다.

의식주처럼 꼭 필요한 부분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만족을 위한 소비는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진=EPA/연합뉴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져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때가 오면 소통과 교류로 얻는 만족감 등 감정을 위한 소비는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인생은 한번뿐)가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각자도생의 시대"라며 "자기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내 가계를 책임져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난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지면서 SNS를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는 포장되고 재가공된 삶을 보여주는 만큼 자본의 영향을 받는 불평등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 '내가 이런 콘텐츠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구나' 깨닫는 순간이 온다"며 "그 와중에 SNS에서 '진짜 부자'를 보게 되면 나의 처지와 비교되고 박탈감을 느끼게 돼 지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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