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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8실점, 안타도 뒤진 한국야구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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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8실점, 안타도 뒤진 한국야구 [WBC]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3.03.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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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호주를 상대로 8실점하는 마운드, 호주보다 안타가 적은 타선이 한국 야구다. 안타깝지만 이게 처참한 현실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 영광은 이제 완전히 지워야 할 때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호주에서 7-8로 무너지고 말았다. 2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서 참가 6개국 중 동메달도 못 딴 데 이은 또 하나의 충격이다.   

심각한 표정의 이강철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로써 1차 목표인 8강 진출 및 미국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 일본, 체코, 중국과 한 조인 한국의 당초 조별리그 목표는 3승 1패였다. 전력이 한참 처지는 체코, 중국전은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첫 판 호주전에서 총력을 기울인다는 작전이었다. 10일 밤 열리는 한일전은 마음 비운 채 치르려 했으나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초호화 멤버를 앞세운 우승후보 일본은 몰라도 호주정도야 기분 좋게 잡으리라 기대했던 야구팬들의 기대를 짓밟는 결과다.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을 3주 앞두고 열기를 띄워보려던 지상파 3사와 한국야구위원회(KBO)로서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일 터. 

양현종(오른쪽 첫 번째)이 3점홈런을 맞고 실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회 연속 WBC 조기탈락이 유력해진 터라 야구 대표팀은 따가운 시선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초대인 2006 4강, 2회인 2009 준우승으로 빛났던 한국은 2013년 네덜란드에 0-5로, 2017년 이스라엘에 1-2로 무릎 꿇고 1라운드에 짐을 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6년 만에 재개된 이벤트에서 또 이러니 이쯤 되면 WBC ‘들러리국’이나 다름없다.

호주프로야구(ABL)는 2010년에 출범했다. 1982년에 닻을 올린 우리에 비하면 역사도, 실력도 한참 모자라다. 롯데 자이언츠 출신 크리스 옥스프링, KIA 타이거즈 출신 트래비스 블랙클리, 한화 이글스 출신 워윅 서폴드가 호주인이다. 셋이 저스틴 니퍼트나 조쉬 린드블럼처럼 KBO리그를 정복한 투수는 전혀 아니라는 점에서 호주 야구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8회말 찬스에서 나성범(오른쪽)이 삼진을 당한 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다년계약 연봉 총액이 100억원을 훌쩍 넘기는 이들이 타선에 대거 포진한 한국은 시작부터 호주에 끌려 다녔다.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를 상징하는 KBO리그 통산 홈런 2위 최정, NC 다이노스와 KIA에서 리그를 호령했던 나성범이 연신 헛스윙만 해댄 건 충격적이다. 첫 출루와 첫 안타가 5회에서야 나왔다. 

이후 양의지(NC 다이노스)의 홈런, 박병호(KT 위즈)의 2루타로 전세를 뒤집었으나 기쁨은 잠시였다. 수년간 KIA(기아) 타이거즈를 넘어 한국야구를 대표해온 에이스 양현종,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인 김원중은 치기 너무 좋은 가운데 높은 공으로 나란히 좌월 스리런포를 헌납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쉽게 접하는 요즘 팬들은 이날 등판한 호주 투수들이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란 건 느꼈을 터다. 한국의 정규이닝 마지막 9회말 공격에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145㎞인 투수가 마무리라고 등판했는데 무사 1루에서 진루타조차 안 나온 채 경기가 끝나버렸다.

호주에 패한 대표팀 선수들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선 8회말 공격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4-8로 뒤진 채 맞이한 대량득점 찬스에선 상대 투수들의 ‘볼질’ 그리고 땅볼로 겨우겨우 점수가 났다. 싹쓸이 2루타는 어불성설. 주자 둘 불러들일 깔끔한 단타 하나가 고플 정도였다. 투수가 8점을 주면 점수를 많이 내야 하는데 안타수는 7개로 10개 친 호주보다 적었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데 주루마저 찬물을 끼얹었다. 나성범은 견제사로, 강백호(KT)는 2루타를 치고선 흥분한 나머지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하다 각각 죽었다. 9회말 2사 1루에선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득점권에 가려 시도한 도루마저 실패로 끝났다. 공수주 전부 굴욕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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