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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92) 키라라 "난 DJ가 아니다 전자음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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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92) 키라라 "난 DJ가 아니다 전자음악가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23.03.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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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밴드포커스’와 함께 연재 중인 ‘인디음악 전문 인터뷰’ 인디레이블탐방이 돌아왔습니다. 수년간 인디신 전문 취재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디뮤지션들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다룰 계획입니다. 뮤지션과 함께하는 음악 리뷰와 여러 이야기를 통해 국내 밴드 음악을 편하게 이해하며 즐기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글 박영웅 ㆍ사진 손힘찬 기자] 국내 음악시장에서 전자음악가,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낯설다.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에 디테일한 관심을 가진 음악마니아가 아닌 이상 전자음악 장르를 시도하는 뮤지션들을 모두 EDM(Electronic Dance Music) DJ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초대형 EDM 뮤직페스티벌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자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낯선 인식 속에서 '정통 일렉트로닉 뮤직'을 구사하는 전자음악가로서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활동 중인 뮤지션이 있다. 바로 키라라다.

 

◆시부야케이에 빠져들어 무작정 음악을 만들던 마니아

키라라는 지난 2014년 데뷔와 동시에 대한민국 일렉트로닉 음악계의 시선을 끌었다.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시부야케이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본인만의 특색있는 사운드 컬러와 멜로디 라인이 담긴 음악들로 해외에서까지 마니아들이 생길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키라라는 지난 2017년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음반상을 거머쥐면서 명실상부 대한민국 전가 음악계의 실력파 뮤지션으로 공인을 받았다. 그렇다면 키라라의 전자음악 세계가 만들어진 과정은 어땠을까?

"제가 데뷔할 당시에 시부야케이라는 장르가 국내에 들어왔고 싸이월드 등에서 광고 음악으로 많이 활용되던 시기였어요. 그리고 이 장르의 음악을 국내에서는 클래이지콰이가 시도하고 있었죠. 바로 꽂혀버렸습니다. 곧바로 시부야케이 장르의 음악을 공부했고 더 나아가서 제가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알아보니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을 깔면 혼자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말 그대로 오타쿠처럼 빠져들어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세에 반전이 일어났어요.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거죠. 케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던 프로듀서분이었는데 그분께 믹싱, 이큐잉(이퀼라이저)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알게 됐고 이후부터는 제가 생각하던 저만의 시부야케이 음악. 더 나아가 저만의 전자음악들을 서서히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앨범을 냈고 반응이 좋으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거죠."

 

◆난 DJ가 아니다 '전자음악가'다.

이처럼 키라라가 추구하는 전자음악은 시부야케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자음악 장르 요소요소를 섞어놓은 것들이다. 특히 곡마다 팝적인 요소가 강한 만큼 대중성을 갖춘 뮤지션으로도 통한다. 단순히 일반 대중들이 흔히 생각하는 페스티벌용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나 클럽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테크노가 아닌 바로 가사를 붙여 곡으로 활용해도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 높고 완성된 전자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키라라는 본인 스스로를 DJ가 아닌 전자음악가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 음악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면 '이쁘고 강한 음악'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멜로디는 이쁘고 비트는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현재는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모호해진 느낌입니다. 전자음악이라는 장르를 만들고 발전하다 보면 워낙 많은 요소가 섞이고 무엇하나를 특정해서 장르적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시부야케이의 토양이 깔린 키라라의 음악'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다만 제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말씀드리는 것은 저는 DJ가 아니라 전자음악가라는 부분입니다. 대형 페스티벌 등을 통해 알려진 일렉트로닉 댄스뮤직 DJ들과 제가 추구하는 음악의 색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래서 전자음악가라고 불리길 원합니다."

 

◆해외에서 더 알려진 뮤지션 키라라

키라라의 명성은 해외로 나갈수록 더 빛이 난다. 지난 2018년 주최됐던 국내 인디뮤지션과 해외 바이어들을 연결해 주는 '잔다리 페스타'를 통해 해외 진출 기회를 얻었던 키라라는 유럽 무대에 등장해 큰 호응을 끌어냈다. 이런 실적에 힘입어 현재는 아시아권 무대를 두드리며 명실상부 글로벌 전자음악가로 도약 중이다.

"지난 2018년 잔다리 페스타에서 픽업을 받았어요. 이디오테잎 선배들의 도움으로 네덜란드 회사의 얼스비트라는 화사의 부킹 에이전시 제롬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진출에 성공했죠. 당시 해외로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유럽이 댄스 장르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항상 관객반응이 뜨거웠고 페스티벌에 가면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음원 수익이나 앨범 판매 실적이 나왔고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높은 수익이 나오면서 제 음악 생활에 큰 힘이 됐어요. 참고로 지난 1월 14일에도 네덜란드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치르고 왔습니다."

"유럽에서의 이런 성공은 자연스럽게 아시아권 공연과도 연결이 되고 있어요. 대만이나 다른 아시아권 무대들에서 현재 연락이 오고 조인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도 활약하는 키라라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키라라 작품 중 가장 중요한 도전 '4 Live'

키라라는 지난해 11월 라이브앨범 '4 Live'를 발매했다. 이 앨범은 직전 발매했던 정규앨범 '4'의 라이브 버전으로 총 20곡이 수록된 작품이다.

특히 이번 4 Live는 키라라의 작품 활동 중에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다. 현재 국내 전자음악가들 사이에서 대형 라이브 앨범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하지만 키라라는 이런 환경을 뛰어넘어 4 Live 발매라는 과감한 도전을 했다. '시도 자체가 큰 의미'일 수밖에 없는 어려운 도전을 감행한 것이다.

새로운 작업방식을 통해 희소성 있는 라이브 앨범을 완성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일렉트로닉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감을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 여러 기술적 요소를 도입했다. 특히 다른 뮤지션들의 기존 라이브 앨범과는 달리 관객석의 반응이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를 배제하고 관객 한명 한명의 반응을 따로따로 느낄 수 있는 정교한 녹음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메들리로 이어지는 곡을 듣는 대중들은 실제 키라라의 라이브 현장을 더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전자음악가로서 이런 라이브 앨범을 내는 것은 키라라가 최초라는 점입니다. 이전에도 이런 시도는 한국에 많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고 이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앨범을 소개해드리면 말 그대로 라이브 앨범이에요. 최근 정규앨범 4의 라이브 앨범이죠. 라이브 앨범이라 서사보다는 현장감 쪽에 무게를 두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만 기존 라이브 앨범과는 이런 차이점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관객석의 소리를 키운다든지 화려한 음악적 장치 등을 모두 빼버렸고 관객 한 명 한 명의 반응이 느껴질 수 있게 개별적인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래서인지 라이브 앨범을 들어보면 보다 쉽게 현장 분위기에 매료되고 쉽게 빠져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최근 다프트펑크 같은 뮤지션들이 잘 활용하는 방식인 메쉬업 스타일로 곡들을 녹음했습니다. 쉽게 말해 메들리 형식인데 기존 라이브 곡을 섞어 기승전결을 만들어 공연장의 카타르시스를 그대로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물 흘러가듯 곡이 이어진 만큼 일반 대중들도 쉽게 이번 앨범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

◆10주년을 앞둔 키라라의 계획

키라라는 내년이 데뷔 10주년이다. 이 때문에 현재 여러 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로 소속사 계약을 맺은 까미인터내셔널과 큰 공연 등도 생각 중이다.

"내년이 벌써 10주년입니다. 그래서 많은 계획을 준비 중인데 앨범도 그렇고 공연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새로 소속사 계약을 맺었는데 까미인터내셔널이 프리즘홀이기도 해서 앨범과 공연 큰 힘을 얻을 수 있어 든든합니다."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서의 꿈

키라라는 마지막으로 전자음악가로서의 꿈을 이야기하면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국에는 다양한 전자음악이 있고 그것이 꼭 댄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신스팝, 엠비언트, 노이즈 등등 여러 장르를 하는 분들이 계시죠. 이런 분들이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고 한국 전자음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이 되는 키라라가 되겠습니다."

 

■개인 소개

경기도 광명시 태생. 어린 시절 컴퓨터 신동으로 불렸다. 학교도 아이티 특성화 고등학교를 갔다.  재미있게 길게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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