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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칠전팔기’ 통산 130승, 의지로 일군 1승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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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칠전팔기’ 통산 130승, 의지로 일군 1승 [프로야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5.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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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김진수·사진 손힘찬 기자] 두산 베어스가 1-0으로 앞선 2회초, 4점을 내줘 역전을 당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대로 무너지나 싶었다. 하지만 1승을 향한 선발 투수 장원준(39·두산)의 간절함 덕분이었을까.

23일 두산과 삼성 라이온즈의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

1-4로 뒤진 3회말 동료들은 2루타 3개를 포함해 6안타를 몰아쳐 5점을 뽑아냈다. 6-4로 두산의 리드. 장원준은 4회말 선두타자 오재일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다음 타자 김태군에게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2회초 2타점 3루타를 맞았던 이재현을 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5회에는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승리 투수 조건을 채웠다. 5이닝 7피안타 4삼진 4실점. 투구 수는 딱 70개(스트라이크 48개)였다. 아주 잘 던진 성적표는 아니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1km로 전성기와 비교하면 5~6km 이상 차이 났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면서 타자들과 승부해 만들어 낸 승리 투수 요건이었다.

동료들도 힘을 냈다. 두산은 장원준 이후 박치국(1이닝 무실점), 이병헌(⅓이닝 1실점), 김명신(⅔이닝 무실점), 정철원(1이닝 무실점), 홍건희(1이닝 무실점)를 차례로 내보내 삼성 타선을 막았다. 두산은 삼성을 7-5로 꺾고 장원준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홍건희가 9회 투아웃 이후 잡고 장원준의 승리가 확정되자 선수들은 더그 아웃 앞에 둥그렇게 원을 그린 채 섰다. 전풍 두산 베어스 사장과 이승엽 감독, 주장 허경민이 차례로 장원준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5년 만의 승리… 통산 130승 달성

장원준은 이날 승리로 KBO리그 통산 130승째(114패)를 채웠다. 이중 선발승은 128승이다. 양현종(KIA 타이거즈·161승), 김광현(SSG·152승)에 이어 현역 최다승 투수 3위다. KBO리그를 빛낸 좌완 투수들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왼쪽)이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7-5로 승리한 뒤 이승엽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두산 베어스 장원준(왼쪽)이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7-5로 승리한 뒤 이승엽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장원준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5년차이던 2008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올렸고 8년 연속 10승을 넘겼다. 또한 2006년부터는 10년간 한 번을 빼고 150이닝 이상씩 던졌다. 장원준이 ‘장꾸준’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2015시즌을 앞두고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두산과 4년 84억원 ‘대박’을 터뜨리고 이적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였지만 2017년 29경기에서 14승 9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한 뒤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서른 중반의 나이와 그동안 많은 공을 던져 쌓인 피로가 원인이었다. 23일 등판 전까지 장원준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2020년 10월 7일 문학 SK 와이번스(SSG랜더스 전신)전이었다. 무려 958일 전이다. 선발승이자 마지막 승리는 2008년 5월 5일 잠실 LG(엘지) 트윈스전으로 1844일 전이었다. 이후 선발과 불펜으로 83경기에 나섰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5이닝 이상을 던진 건 2018년 6월 20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키움 히어로즈 전신·5이닝 6실점) 이후 무려 1798일 만이다. 129승에서 1승을 거두기까지 참 긴 시간이 걸렸다.

◆은퇴 기로 놓였으나 현역 연장 의지 불태워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7-5로 승리한 뒤 꽃다발을 전달받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7-5로 승리한 뒤 꽃다발을 전달받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그 사이 연봉도 뚝 떨어졌다. FA기간 10억원이었던 연봉은 2019년 6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됐다. 2020년 3억원, 2021년 8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5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시즌 불펜으로 27경기에서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으나 은퇴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두산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에게 장원준은 현역으로 더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승엽 감독은 두산 구단에 장원준의 현역 연장을 건의했다. 이때 이승엽 감독은 장원준에게 ‘후회 없이 한 번 뛰어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원준은 올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발 투수로 준비를 해왔다. 퓨처스리그 4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장원준 “130승 달성 홀가분하다”

등판을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내내 담담한 표정을 짓던 장원준은 홍건희가 2사 1루에서 호세 피렐라를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내자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팬들도, 동료들도, 감독도, 구단 관계자도 모두 장원준의 승리를 축하했다. 동료들은 방송 인터뷰를 하던 장원준에게 축하의 의미로 물세례를 했다.

장원준은 경기 뒤 “승리 투수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고 최소 실점하면서 5이닝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타선이 점수를 많이 뽑아줘서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심리적으로 쫓겼다고 했다. 장원준은 “빨리 팀에 복귀해야 하는 마음으로 쫓겨서 2군에서도 준비할 때 급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통산 130승 달성에 대해선 “홀가분하다. 마음 한구석에는 그만두더라도 선발 등판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기회를 주셔서 후회 없이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장원준과 호흡을 맞춘 포수 양의지는 “원준이형의 공은 시속 140km만 나와도 치기 어렵다. 투심도 포심에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이 늦었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장원준이 시즌 첫 등판에서 큰 역할을 했다. 2회를 제외한 나머지 이닝을 노련한 투구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130승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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