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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노경은 엄지척, SSG '셰이크 전도사'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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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노경은 엄지척, SSG '셰이크 전도사'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5.3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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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안녕하세요’보다 치료받으라고 먼저 말씀하시는 우리 박창민 외의 코치님들 때문에 저희 선수들이 정말 건강하게 144경기를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SSG 랜더스 외야수 추신수(41)는 지난해 11월 선수단 축승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필승조로 잘 던지고 있는 베테랑 투수 고효준(40), 노경은(39)도 최근 미디어 인터뷰에서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관리해 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통합우승(정규리그·한국시리즈 1위)에 빛나는 디펜딩챔피언 SSG는 올 시즌도 29일까지 정규시즌 2위로 순항하고 있다.

SSG 트레이닝 코치들에게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지난 24일 만난 박창민(47) SSG 랜더스 수석 컨디셔닝 코치. 그는 "경기하는 건 선수이고 중심에는 선수가 있다. 나머지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박창민(47) SSG 수석 컨디셔닝 코치는 “특별하다기보다 주전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리그에서 가장 높다 보니까(개막날 기준 28.9세) 조금 더 신경 쓰는 부분은 있다”며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있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SSG에는 1·2군 합쳐 9명의 컨디셔닝 코치와 1명의 트레이닝 코치가 있다.

선수들은 보통 이 둘을 묶어서 언급하곤 한다. 컨디셔닝 코치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근력, 러닝 운동, 치료를 한다. 트레이닝 코치는 이중 치료만 담당하지 않을 뿐 나머지 역할은 같다.

박창민 코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경기하는 건 선수이고 중심에는 선수가 있다. 나머지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박창민 SSG 랜더스 수석 컨디셔닝 코치. [사진=SSG 랜더스]
박창민 SSG 랜더스 수석 컨디셔닝 코치. [사진=SSG 랜더스]

박창민 코치는 오전 10시 반쯤 야구장에 출근한다. 생과일을 믹서기에 갈고 단백질 셰이크를 만든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와 운동하기 전에 먹는다. 체력단련실에는 미리 선수들이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보충제를 놓는다.

경기 중에도 보충제 만들기는 계속된다. 더그아웃 뒤쪽에 바나나나 삶은 감자를 놓아두기도 한다. “위장에 부담이 된다고 빈속에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이 있어요. 5회 정도 되면 힘이 떨어질 시간이거든요.”

선수들의 컨디션 확인도 필수다. 박창민 코치는 출근한 뒤 아직 집에 있을 선수들에게 카톡 메시지나 전화, 메일 등을 보내 컨디션이 어떤지 물어본다. “투수가 어제 많이 던져서 좀 몸이 불편하면 무조건 저희한테 와서 확인받고 치료하죠. 그러다 보니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작은 부분까지도 알게 됩니다.”

경기가 끝나면 코치들은 선수들이 있는 라커룸으로 향한다. 경기에서 거친 플레이를 하거나 연장에 가 많이 뛴 선수들은 무조건 불러 마사지를 한다. “선수들도 제가 라커룸에 가면 뭘 할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웃음).”

박창민 코치가 직접 생과일을 갈고 셰이크를 만드는 이유가 있다. 2009~2010년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에서 원정팀 트레이너 보조를 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LA 레이커스가 밀워키 원정을 왔다. 레이커스 트레이너가 전반이 끝나자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일일이 선호하는 게토레이 맛을 물어보고 구분해서 가져다 줬다. 셰이크를 만들어서는 카페에서 나오는 것처럼 빨대까지 다 꽂아서 라커룸에 놓는 모습에 박창민 코치는 놀랐다고 한다. 음료를 안 먹겠다는 선수에게는 물을 챙겨줬다. 이 장면을 인상 깊게 본 박창민 코치는 선수들에게 이같은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2015년 SK 와이번스(SSG 전신)에 합류한 이후 8년째 선수들의 컨디션을 책임지고 있다. 박창민 코치가 처음 왔을 때는 트레이닝 코치진이 3명에 불과했지만 구단에서 보강하면서 점차 늘어났다. 지난해부터는 전담코치제를 도입했다. 특정 코치가 특정 선수들을 담당하면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선수들의 사기(士氣)도 올려주는 역할도 맡는다. 전날 부진한 선수들에게 “빨리 잊고 좋은 것만 가지고 오늘 하루를 시작하자. 냉장고에 셰이크 만들어 놨으니까 그거 먹고 힘내라”고 말한다고 한다.

“김민식 선수는 저한테 '셰이크 전도사'냐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 우스갯소리도 하고… 어떨 때는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을 낼 수 있잖아요. ‘내일 파이팅하자!’고 선수단 단톡방에 남기면 베테랑 선수들이 더 좋은 말을 해주고 그렇게 서로 다독거려 주거든요. 그런 부분이 우리 팀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셰이크를 모두 잘 먹는지 물어봤다. 박창민 코치는 “솔직히 자부심이 있다”며 “예전에 제이미 로맥 선수가 있을 때는 제 이름을 따서 ‘미스터 박 셰이크’이라고 불렀다. 일단 나중에 보면 항상 빈 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뿌듯한 표정이었다.

에이스 김광현(35)이 올 시즌 투구 수 제한 90개 언저리가 된 것도 담당인 박창민 코치와 김원형(51) 감독, 투수 코치가 함께 회의해서 나온 결과다. “감독님이 선수들 배려를 많이 해주십니다. 선수들도 무리한 플레이를 하기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팀 성적도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제일 기분이 좋은지 물었다. 선수들이 밥과 커피를 사기도 했지만 가장 좋은 건 “고맙다”라는 말을 들을 때라고 한다. “그런 말 한마디가 얼마의 값어치보다 소중한거라고 생각해요. 축승회에서 추신수 선수가 그렇게 말해줬을 때 제가 나중에 끝나고 이렇게 얘기했어요. 올해 받은 선물 중 네가 그렇게 해준 말이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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